스트라이크 존이 일정하지 않으면? '경기시간도 장시간'

▲ '볼이 높지 않았냐'고 그냥 물어 본 것이라는 오재원의 재스쳐에 박종철 구심은 앞선 주의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어필을 했다는 이유로 퇴장을 선언했다. 사진=SPOTV 중계화면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서울 라이벌전에서는 볼 판정에 항의하여 퇴장당한 1호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9회 말 두산 공격에서 선두 타자로 나선 오재원이 진해수를 상대하면서 루킹 삼진을 당한 것. 그런데, 세 번째 스트라이크 콜이 내려진 후 오재원은 심판 판정에 대해 헬멧까지 위로 들며 '높지 않았냐?'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고, 이를 본 박종철 구심은 퇴장을 선언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퇴장 조치가 적절했다고 보는 입장도 있지만, 과도한 조치였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볼 판정 불만에 대한 2018 시즌 1호 퇴장 조치에 대한 본질은 무엇일까?

같은 야구인들도 동감하는 문제,
타고투저의 최고점이었던 순간에도
스트라이크 판정에는 일관성이 있었다!

일단,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에서는 오재원의 퇴장 조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이 습관적으로 볼 판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질문하는 행동'을 방지해 달라고 주지를 줬기 때문이다. 또한, 선수협의회 사무총장에게 경기장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불필요한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① 선수들 사이에 경기 도중 사적 대화를 하며 너무 친목적인 행동을 하는 것, ② 심판의 볼 판정에 대한 불필요한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 세부적인 내용이었다.

실제로 판정에 대한 항의는 감독만이 가능하다. 오재원은 볼이 높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1차로 이야기하여 이미 박종철 구심이 주의를 줬고,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즌 전 선수단에 통보했던 것과 같이 퇴장 조치를 취한 셈이다. 어찌보면 시즌 전 합의했던 내용을 이행했기 때문에, KBO의 의견이나 심판위원들의 조치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원론적으로는 옳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에 대해 참고를 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 스카우트팀을 비롯한 전직 야구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것이다. 현재 프로야구 선수들의 고교 시절 뒷이야기도 흥미롭지만, 프로야구에 존재하는 각종 이슈에 대한 야구인들의 견해 또한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 중에는 극강의 타고투저 현상을 보였던 1990년대 후반에 현역으로 활약했던 선수들도 있었기에 당시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여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 볼 만하다.

한 야구인은 "극강의 타고투저였던 당시에도, 극강의 투고타저였던 시절에도 스트라이크존은 늘 일정했다."라며 자신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다른 이들도 모두 공감하면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 줬다.

"투고타저였을 때에는 스트라이크존이 양 팀 모두에게 넓게 적용됐다. 그래서 선수들이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었다. 스트라이크존이 좁아 타자들에게 유리했을 때에도 마찬가지. 역시 그 존이 동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수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 그만이었다."

그렇다면, 최근에는 어떠할까? 익명을 요청한 한 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최근 스트라이크존은 극강의 투고타저/타고투저였던 1990~2000년대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정하지 않을 때가 많아 보인다. 그래서 선수들이 애를 먹고, 이것이 되려 경기 시간이 좀처럼 단축되지 않는 한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라며, 솔직한 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자 다른 이들도 "그 이야기가 맞다."라며 공감한 바 있다.

물론 여기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100%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현역으로 그라운드에서 활약했던 왕년의 야구 스타들의 견해까지 가볍게 흘려 듣지는 않아야 할 듯 싶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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