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감독 이리 베데렉)을 리메이크한 작품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이 5일 개봉했다.

문화뉴스가 '바람 바람 바람'에서 '봉수'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어땠나?

ㄴ 재밌게 봤다. 영화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결과물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새롭고 감각적인 코미디 영화인 것 같다.

대본이랑 보고 끌리는 게 있었을 텐데 공감 포인트가 있었나?

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소재를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 이렇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게 재밌었다. 인물 관계나 설정들도 원작도 보긴 했는데 그런 것들이 보여지지 않았던 부분이 새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병헌 감독님하고의 작업의 기대감도 있었다.

 

기대감은 어떤 기대감이었는지?

ㄴ '스물', '긍정이 체질' 다 봤는데 굉장히 독특했다. 일반적인 스타일은 아닌 것 같고 코미디도 개인기를 앞세우는 코미디가 아니다. 치밀한 호흡 안에서 전체적인 톤을 맞추는 코미디였다. 새로운 작업이었다. 이런 거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기혼자와 미혼자 기자 반응 분명하게 갈렸다. 본인은 미혼인데 공감도가 어떤가?

ㄴ 공감이 안가는 부분도 있다. 결혼 안 해봤기 때문에 100% 다 이해하는 건 아닌데 저럴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을 했다. 미혼자와 기혼자의 평이 나뉠 수도 있겠지만, 크게 봤을 때 장르로서 코미디로 본다면 소재를 미화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고 결국에는 코미디로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그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 한다.

 

바람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시는데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라고 설명하나?

ㄴ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영화 속에서 캐릭터 중 변화가 가장 크다. 

ㄴ 극 중 캐릭터가 그럴싸하게 변화하고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아니다. 서툴고 아슬아슬해 하고 이런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런 데서 오는 코믹적인 상황들, 그런 것과 봉수가 조금은 부담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기 때문에 조금은 귀여운 모습들을 담아볼까 생각을 했다.

 

'봉수'가 '제니'를 만나는 것이 불륜은 나쁘지만, 삶의 원동력도 얻고 고민하던 것도 접고 새롭게 식당도 여는 부분이 불륜이라는 색안경만 빼면 좋다고 생각했다.

ㄴ 결혼을 안 한 입장이니까 그것까지는 모르겠는데 이 남자가 변화하는 부분에서는 왜 변화했는지 이해가 된다. '봉수'와 '미영'은 대화가 없었던 관계였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거에 관심이 있는데 그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 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엘 씨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ㄴ 일단 고맙다. 이엘 씨 같은 경우네는 도시적인 외모와 세련되었다. 성격은 반대다. 정도 많고 동물 좋아한다. 현장에서 작업을 해보니까 이 감독님 리액션이 쉽지 않은데도 지금까지 했던 경험보다 새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자기식으로 잘 소화했다.

 

슬랩스틱 코미디가 나오는데 촬영 때 어땠나?

ㄴ 하나의 표현이고 코미디가 가질 수 있는 표현의 하나니까 그런 것들이 약간 클래식한 코미디의 한 부분을 가져오는 고전 코미디에서 오는 같이 잘 버무려져서 봉수의 캐릭터로 나오니 재밌었다.

 

마지막에 '봉수'는 진정한 사랑을 찾은 것인가?

ㄴ '깨달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롤러코스터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받아들이기 나름인데 돌고 도는 거고 모르겠다. 깨달음 정도인 것 같다.

 

코미디를 했을 때 톤 조절이 어땠나?

ㄴ 이병헌 감독님 같은 경우엔 템포와 리듬감이 굉장히 중요하다. 뉘앙스가 독특한 뉘앙스가 있는데 작품들 보면 묘한 그런 게 있다. 그걸 살리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연기로는 안 되고 템포 조절을 하면서 긴 대사들도 음악 연주하듯, 노래하듯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리얼리티적으로 보면 이상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연기 하는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그림으로 봤을 때는 저래서 저렇게 하는구나'라는 배우가 따라가야 되는 부분들이 좀 있다. 새로운 작업이었고 새로운 자극을 줬다.

 

이성민 씨와 호흡은 어땠는지?

ㄴ 작품 수가 벌써 네 번째인데 이제서야 친해졌다. 전에는 같이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가족으로 나오고 가장 오랜 시간 호흡을 했다. 둘의 케미가 살아야 재밌는 코미디가 나오기 때문에 시간을 오래 보낸 만큼 더 많이 친해졌다. 선배님이 중심을 잡아주시니까 너무너무 든든했다. 연기라는 게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주거니 받거니가 가장 중요한데 안정적으로 연기 잘하시는 분이 중심에 계시면 어떻게 해도 어떤 연기를 해도 다 받아준다.

원작은 어떻게 봤나?

ㄴ 원작은 영화 하게 되면서 봤다. 원작은 정서상 다른데 처남이 아니라 장인이 나온다. '바람 바람 바람'에서는 처남인데 원작에서는 장인이 그렇게 얘기한다. 말이 안 된다. 체코에서는 오랫동안 흥행을 했다고 한다. 정서적으로는 안 맞는 부분이 많았고 감정 설명을 하는 부분이 거의 없으니까 포인트를 감정, 사람들에 대한 감정에 더 중심을 잡아서 더 좋은 것 같다. 코미디의 결도 그렇고 많이 다르다. 인물들이 처하는 상황이나 관계들은 비슷하다. 굉장히 더 리얼한 영화이고 우린 코미디 장르로 들어갔다.

 

송지효와 부부 호흡은 어땠는지?

ㄴ 성격 좋고 털털하고 그러다 보니 도움을 많이 받았다. 먼저 베풀고 챙겨주고 그러다 보니 티격태격하는 관계가 잘 표현된 것 같다. 영화 안에서 송지효 씨의 어떤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다. 근래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연기가 잘 나온 것 같다.

넷이 친해지면서 에피소드를 듣고 싶다.

ㄴ 성민 선배님이 낯은 제일 심하다. 저도 있는 편이지만 이엘 씨는 그렇게 있지 않다. 성민 선배님과 나는 이제 친해졌다. 초반에만 어색했고 제주도 내려가면서 언제 그랬냐는듯이 친해졌다. 앙상블이 나온 것 같다. 장소가 제주도, 부산에서 찍었는데 제주도에서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다보니까 친해졌다. 성민 선배님이 그런거 잘한다. '뭐 먹으러 가자'하고 맛있는 거 먹게 결집을 시켜준다. 중심에서 해주시니까 그런거 잘 못하는데 여러가지로 고마웠다.

 

작품 속 음식이 먹음직스럽다. 평소 요리 실력은?

ㄴ 성게 미역국만 먹고 컷을 했다. 요리팀이 와서 예쁘게 해주셨다. 가끔 부모님하고 사니까 요리는 간단한 거만 한다. 어머니께서 준비해놓은 게 있으면 볶기도 한다. 심심할 때나 하고 자주 하는 건 아니다. 볶음밥, 파스타, 카레 이 정도 누구나 하는 거 한다. 파스타는 크림파스타랑 알리로 올리오 정도? 제일 쉽다. 8분만 삶고 마늘이랑 고추 살살 볶다가 소금, 후추 간 하면 된다. 이탈리아 고추는 구하기 힘드니까 청량 고추로 하곤 한다. 극 중에서는 중화요리를 해야 하니까 잠깐 배웠다. 수타가 어려웠다. 1달 넘짓 했는데 그렇게 해서는 진짜 하시는 분들은 수년간 내공을 쌓으신 분들이라 흉내만 냈다.

작품 하나하나 쌓이는 거 보면 어떤 느낌인가?

ㄴ 얼마큼 했으니까 달라지거나 하는 거는 못 느낀다. 항상 제자리인 거 같고 새로운 작품을 받으면 백지에서 시작한다. 어떻게 연기할지 항상 고민하고 첫 촬영 나갈 때 긴장되고 이런 건 늘 똑같다. 앞으로 할 게 더 많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지금 처한 것, 지금 해야 할 것도 모자른다. 지난 것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하다 보면 과정이나 결과가 생각처럼 안 나올 때도 있지만 항상 어떤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설렘이 더 크다. 지나면 빨리 있는 편이다. 새로운 작업만 생각하고 있다.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나이에 맞는 인물,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말에 나오는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가?

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봉수' 애다. 2탄 나왔는데 키가 크고 그러면… (웃음)

평소에 과묵한 스타일인데 연기할 때는 다르다.

ㄴ 그래서 연기를 한 거다. 평소에 못 하는 행동들, 상상 속에 있었던 걸 연기를 통해서 구현하니까 그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극장 가는 것도 좋아했고 그 공간에서 다른 세상을 만나는 게 너무 행복했다. 막연하게 저 세계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통해서 다른 인물들을 표현하니까. 배우들 중 내성적인 사람들이 은근 많다. 연기로 영화에 맞게 감정도 발산을 하는 거다. 

 

작품을 선택할 때 보는 점이나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ㄴ 안 해본거 다 해보고 싶다. 직업으로 따지면 엄청 많다. 캐릭터보다는 어떤 영화냐가 중요하다. 가장 먼저 보는 건 이 영화가 어떤 방향성을 가졌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그다음이 캐릭터다. 영화의 방향성은 만듦새일 수도 있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도 될 수 있다. 장르로서 새롭거나 완성도 높은 작품에 끌리기도 하고 전작 '7호실'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 발을 디디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는 방향성도 있는 것 같다. 맡은 캐릭터의 분량은 중요하지 않고 필요로 해주고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 뭐든지 한다. 과거 작품도 그랬다.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다. 배우가 작품을 선택한다고는 하지만 선택되어지는 거다. 능력이 닿는다면 계속해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할 생각이다.

다음 작품은 어떤 걸 준비하고 있는지?

ㄴ '극한직업'에 우정 촬영 예정이고 다음 작품 얘기 중인 게 있고 또 새로운 모습이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우정 출연하게 된 것인가?

ㄴ 아무래도 우정이 쌓였다. (웃음)

평소 자신의 영화를 보는지?

ㄴ 완성본은 시사 때, 언론 시사회 때 처음 봤다. 내 영화를 찾아보지는 않는다. 굳이 또 찾아보지는 않는다. 시사회 때 보면 완전한 완성본을 보는 거고 그 전까지 가편집본은 현장에서도 보고 모니터도 하고 녹음할 때도 본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아무도 안 찾아줄 때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우 신하균의 삶의 원칙은?

ㄴ '현재에 충실하고 내일 걱정하지 말고 과거는 생각하지도 말고 빨리 잊어버리고 오늘 충실하자.' 내일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고 과거에 너무 반성도 하게 되고 부족한 지점도 알고 있다. 사로잡혀있으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드니까 접어둔다. 작품에서 작업할 때마다 살면서 가장 에너지 넘치고 살아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연기라는 게 혼자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공동으로서 작업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게 나올 수 있다. 예측할 수 없어서 어렵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데 반면에 희열을 큰 느끼고 그런 것 같다. 지나간 작품은 그거만 생각하면 힘들고 지치니까 빨리 잊는다. 몸에 그런 게 베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작업을 하기 위해서 비워둬야 한다. 영화는 호흡이 긴데 촬영 끝나고 텀이 많고 편집을 하고 개봉 때까지 시간이 지나면 다 잊게 된다.

 

'바람 바람 바람'의 관람 포인트라면?

ㄴ 기혼자 미혼자의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고 젊은 분들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어른들의 코미디, 철없는 어른들의 코미디, 그동안 극장 가서 어떤 영화를 선택할지 모르던 어른들이 오셔서 유쾌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영화로만 보시길.

마지막으로 신하균의 인생 영화는?

ㄴ 많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 중에는 '셰이프 오브 워터' 재밌게 봤다.

pinkcat@mhnew.com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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