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배우 김혜자를 모델로 한 도시락에서 유래된, 뛰어난 가성비를 지녀 알차고 풍부하다는 의미의 '혜자'라는 유행어가 있는데 뮤지컬 '존 도우'가 바로 그 '혜자공연'이 아닐까.

뮤지컬 '존 도우'는 HJ컬쳐와 안양문화재단이 함께 개발한 작품으로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지난 3월 1일 개막해 오는 22일까지 공연되는 작품이다.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존 도우'는 1934년 대공황 후 신문사에서 해고를 당할 위기에 놓은 여주인공 '앤 미첼'이 신원 불명의 남성을 의미하는 '존 도우(John Doe)'의 이름으로 사회에 항거하는 의미로 뉴욕시청 옥상에서 자살하겠다는 유서를 보내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윌러비 역에 정동화, 황민수(얼터네이트) 앤 미첼 역에 유주혜, 김금나, 캐시 역에 신의정, 김선희, 노튼 역에 이용진, 코로넬 역에 이삭, 헤더 역에 나정숙, 시장 역에 고현경, 앙상블에 조병준, 류지한, 손형준, 조은숙, 박현우, 신지섭, 고샛별, 고태연, 양성령, 조연정이 출연한다.

뮤지컬 '존 도우'는 1930년대의 오래된 이야기를 베이스로 하지만, 마치 2018년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로 관객의 눈길을 끈다. 예를 들면 '존 도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야욕에 사로잡힌 정경유착, 언론 부패 등을 다루는 장면이 그렇다. 사건에 대한 직접적이고 디테일한 묘사보다는 마치 어떤 계급, 구조를 상징화한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주고 받는 대목은 무척이나 핵심을 찌르는 말들로 정리돼 가벼운 공기 속에서도 진심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주연인 윌러비, 앤 미첼, 캐시 등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웃음과 진지한 연기의 조화는 관객에게 앞서 말했듯 언론과 정치, 대중에 대한 묘사 등이 지나치게 무겁게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 특히 정동화 배우는 과연 대학로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배우답게 애드립부터 감정 연기까지 부족한 점이 없이 어째서 자신이 원 캐스트로 출연하는지를 실력으로 증명한다.

여기에 스윙재즈와 댄스를 기반으로 한 시원한 청량감이 돋보인다. 오프닝과 2막 1장의 경우 스윙재즈를 접목한 뮤지컬 넘버를 만들기 위해 '작심하고 만든' 느낌이 든다. 전체적인 넘버 역시 이른바 끝을 올려 붙이는 '한국적인' 넘버로 만들어져서 잔잔한 분위기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스윙댄스 역시 실제 전문적인 면을 기대할 순 없겠지만, 에어리얼 등 화려한 비주얼적 포인트를 잘 잡아내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준다.

다만 뮤지컬 '존 도우'는 아직 창작 초연 작품인만큼 조금씩 아쉬운 점이 엿보인다.

예를 들면 캐릭터적인 면에서는 주인공인 전직 야구선수 윌러비의 경우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과거의 설정이 메이저리그가 가까울 정도로 야구를 잘했다면 성장 과정에서 도움을 준 후견인 등이 있었을 텐데 고아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채용하는 등 단순히 '존 도우에 적합한 인물'로서 존재하고 현재의 캐릭터와 잘 이어지지 않는점이 그렇다.

인물의 디테일을 희생하는 면은 조연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웃음을 담당해야할 코로넬의 서브플롯이 지나치게 생략된 점이나 악역인 노튼의 경우 악당이 가지는 클리셰가 다소 과하지 않은가 여겨지는 점이 결과적으로는 140분의 압축된 무대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선 일정 부분 환영해야겠지만, 아예 조금 더 코믹함과 속도감을 높이거나, 반대로 생략된 부분을 살려 풍부한 이야기를 갖춰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뮤지컬 '존 도우'는 충분히 '혜자공연'으로 불릴만 하다. 같은 규모의 공연보다 더 저렴한 티켓값에도 충분한 컨텐츠를 채워넣은데다 '믿고 보는' HJ컬쳐 작품답게 무대 위 인물의 서사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관객들과 공유하는 과정은 단순히 기술적인 것 이상의 완성도를 보장한다. 앞으로 더 발전될 모습이 더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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