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보이지 않는 가족'·'도시괴담' 展 열려

   
▲ 기자간담회 이후 '도시괴담' 전시 중 한 작품인 김아영 작가(조현화 작곡)의 '우현으로 키를 돌려라'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문화뉴스] "외교적 사건을 문화적 행사로 보여주는 의미 있는 일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팔레드도쿄와 함께 진행한 교류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전시 '도시괴담'을, 철학자 롤랑 바르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Cnap)와 아키텐지역 현대예술기금(Frac Aquitaine)과 공동주최로 하는 '보이지 않는 가족' 전을 5월 29일까지 개최한다.

서소문 본관 3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도시괴담'은 서울시립미술관과 프랑스 팔레드도쿄 산하 레지던시의 협업으로 레지던시, 워크숍,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작가들에게 새로운 창작 환경을 제공하고, 서로 다른 미술 현장 간의 교류를 위해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부터 파리 파비옹에서의 리서치부터 출발해 3월 19일부터 3주간 진행하는 서울 워크숍으로 이어지며, 약 5개월 동안 조사하고 실험한 결과를 전시한다.
 

   
▲ 오엘 뒤레의 'UC-98 Soft & flat (Seoul) #2'

2012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인 김아영을 비롯해 루 림, 알렉시 기예르, 앙주 레치아, 오엘 뒤에, 올리 파머, 장-알랭 코르 등 7명의 글로벌한 작가들이 참여했다. 성별, 국적, 문화권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은 서울과 파리 양 도시에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 충만한 창작활동을 펼친다. 두 도시의 물리적 거리와 정신적, 문화적 차이, 언어의 장벽 등 제한된 조건과 환경이 낳은 엇나간 해석과 오해, 단절을 생산적 오독으로 통찰하며 자신만의 괴담을 생산한다.

한편, 서소문 본관 2~3층 및 일우 스페이스에서 열리는 '보이지 않는 가족'은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와 프락 아키텐의 소장품 200여 점으로 구성됐다. 이 전시는 1930년대 이후부터 소장된 워커 에반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윌리엄 클라인, 다이안 아버스, 제프 쿤스, 신디 셔먼, 소피 칼,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등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이 포함된다.

이는 현대 사진 및 미술 속에서 바르트의 광범위한 영향을 확인하는 동시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공공예술기관인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 아키텐지역 현대예술기금의 사진 컬렉션 주요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기회다.
 

   
▲ 마갈리 내처겔 큐레이터가 '보이지 않는 가족'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상가 롤랑 바르트는 파리에서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세계순회 전시 '인간 가족' 전을 관람한 후 이 전시가 제시하는 인류라는 상상적 공동체를 비판하며 오히려 비가시적이면서 주변화된 존재들을 주목함으로써 현대 사회 전반에 내재한 신화적 요소들을 해체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저서 '카메라 루시다'에서 위인이 아닌 약자에게, 집단보다는 개인에게, 서사적 역사보다는 일화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가족과 성을 이루는 사회적 규범들을 해체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일우스페이스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는 롤랑 바르트의 영향을 받은 1960-70년대 이후 현대 사진가와 미술가들로 구성된 4개의 섹션(신화를 해체하기, 중립 안으로, 보이지 않는 이들, 자아의 허구)을 통해 사회적으로 비가시적인 인물들의 초상을 새롭게 조명한다. 한편, 일우스페이스는 1955년 '인간 가족'전을 상기시키는 작품들을 통해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섹션으로 강한 대비를 선사한다.
 

   
▲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5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두 전시를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이브 로보트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 관장, 전시를 기획한 파스칼 보스, 클레어 자케, 마갈리 내처겔, 여경환, 박가희 등 전시 큐레이터들이 참석했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130년 전 일어난 외교적 사건을 문화적 행사로 보여주는 의미 있는 날"이라며 "20여 명의 프랑스 큐레이터와 관계자, 작가가 전시를 준비해 준비 기간 내내 여기가 프랑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여경환 큐레이터도 "사진을 처음 만들어낸 프랑스 사진을 통해 미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며 "단순히 사진 자체로만 해석되는 틀을 벗어나, 한국미술의 맥락 속에 사진이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에 대한 기회를 넓히고자 전시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브 로보트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 관장 역시 "'보이지 않는 가족' 전이 프랑스 대중미술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기회"라며 "이번 전시가 롤랑 바르트의 사진 이론이 후대 사진작가들에게 끼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브 로보트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 관장이 전시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와 관련해 6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세마홀에선 '바르트 세우기/허물기'라는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이 열린다. 롤랑 바르트의 사상이 어떻게 현대 사회의 이미지, (비)시각성, 그리고 예술작품들과 관계 맺고 있는가를 논의하는 자리다. 마갈리 내처겔, 자클린 기타르, 파스칼 보스 등 큐레이터들이 참석한다. 별도 사전예약 없이 20분 전부터 선착순 입장하면 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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