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 가구로,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우더스 김효진 실장 인터뷰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 일로 illo@mhns.co.kr. 스타트업 기업 '유니브랩'의 멤버이자 프로젝트 밴드 '일로'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좌우명은 "자신감 없는 겸손함은 비굴함이다.

[문화뉴스] 성수동의 숨은 예술가, 장인들을 선정해 그들의 활동을 알리고 함께 상생하기 위한 '아트 프로젝트'를 문화뉴스에 연재합니다. 

성수동 카페거리에서 조금은 벗어난 곳에 자리 잡은, 1인 주문 제작 목공방. 나무의 본질에 가까운 가구를 배우고 만드는 곳 우더스를 방문했습니다. 성수동 아띠스트 네 번째 주인공은 우더스의 '김효진' 실장입니다.

'우더스' 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ㄴ우더스는 주문제작을 기반으로 하는 작은 목공방이에요. 주문제작 외에도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고요, 앞으로 저희 제품을 개발해서 런칭도 준비중입니다.
 
우더스라는 이름이 쉬우면서도 보편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ㄴ사실 굉장히 단순해요. Wood+er+s 해서 나무를 만드는 사람들, 나무를 쓰는 사람들도 될 수 있겠죠? 이름도 금방 지었어요. 검색해봤는데 전혀 없기에 바로 도메인 등록하고 했죠. 한 5분 걸린 것 같은데 (웃음)
   
 

직접 혼자서 모든 걸 다 해내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본인을 소개하실 때 '실장'이라는 직함을 쓰시는 이유가 있나요?
ㄴ제가 대표자인데 돈 투자는 제 와이프가 했으니까 실제 직함은 실장이죠 (웃음). 아무래도 일할 때 편한 것도 있고요. 조금 더 저의 일에 집중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기도 해요.
 
원래 가구에 뜻이 있으셨나요?
ㄴ아뇨, 전 사실은 패션 전공자예요. 관련 학과를 졸업한 뒤에 원래는 유통을 했었고요. 작은 브랜드들을 해외에 떼다 파는 일을 했는데, 단순한 셀러는 아니었고, 건마다 수출신고를 해가면서 판매하는 당시 몇 안 되는 셀러중 하나였어요. 근데 돈을 버는 것과는 별개로 이게 제 물건을 내다 파는 게 아니니까 애정을 갖기가 힘들더라고요. 쉽게 말해 "내가 왜 남 좋은 일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 같은 거요.
 
그래서 내 일, 내 것을 찾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에 취미로 가구를 시작한 거예요. 목공방에 다니면서 하나 둘씩 만들다가 이게 저한테 맞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 이후에 전업을 결심했죠. 하던 일들을 다 마무리하고 전문가과정을 배우면서 한 3년 정도 준비했어요. 마지막 1년은 홍대 쪽에서 작업실 얻어서 개인작업을 하다가 성수동 넘어오면서 우더스를 시작하게 됐고요.
 
패션에서 가구라니, 가구에 꽂히게 된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해요.
ㄴ 말씀드렸듯이 제가 다루던 제품들이 내 제품이 아니니까 애정을 갖기도 힘들었던 것 같고요, 그렇다고 패션시장에 뛰어들기엔 패션 쪽은 포화상태라고 판단했어요. 근데, 제가 보통 우리나라보다 생활수준이 조금 나은 나라들에 다녀보면 패션 다음 단계로 인테리어나 가구로 넘어가더라고요. 우리나라도 그런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는 걸 포착하고 "그래 가구다"했던거예요.
 
결혼 후에 목공을 시작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아내분이 실장님의 결정을 받아들이시기가 힘드셨을 것 같아요.
ㄴ 저희 집은 제 아내가 가장이거든요. (웃음) 아주 흔쾌히 허락해줬어요. 제 아내는 지금 꽤 유명한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본인이 패션 외의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나 욕심을 저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나중엔 아내와 함께 이 우더스라는 브랜드를 키워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 우더스 작업실 내부 전경
 
   
 ▲ 감각이 돋보이는 사무실 내부 인테리어
 
   
▲ 우더스 작업실 내부 전경
 
   
▲ 우더스 wooders 작업실 내부 전경
 
주문을 받으면 제작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ㄴ일단 미팅을 하죠. 제가 사전에 참고할만한 이미지가 있는지 여쭤보고, 아니면 제품이 놓일 곳의 사진이 있는지 먼저 여쭤보고요. 함께 얘기를 나누고 제가 디자인 작업을 한 걸 3D로 한번 보여드린 다음에 OK가 떨어지면 작업에 들어가요. 물론 수종이나 이런 건 사전에 협의를 통해 결정하고요.
 
우더스가 성수동에 자리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ㄴ성수동에 정착하면서 우더스가 시작된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여기 작년 4월달에 들어왔으니까 거의 1년 됐네요. 이것도 굉장히 단순해요. 저희집이 용두동인데 성수동이랑 가깝거든요. 그리고 작업실을 알아보던 당시 성수동에 대림창고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뭔가 변화의 낌새가 보이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성수동의 좋은 점? 매력은?
ㄴ이건 참 죄송한 얘긴데, 주민분들이 참 관대해서 좋아요. 사실 제가 작업을 시작하면 대단히 시끄럽거든요. 가끔 밤새서 작업할 때도 있는데 이 위에 1층이 바로 가정집이에요. 근데 한 번도 말씀을 안 하세요. 제가 그래서 죄송한 마음에 왜 말씀을 안 하시는지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주변이 다 공장이고 해서 소음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서울에서 밤새 뭔가를 하고 건물이 울리는데도 그렇게 말씀이 없으신 것 보면 참… 감사하죠. 차가 지나가든 못지나가든 다 기다려주시고, 물건 들어올때도 그냥 다 이해해주시고.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이 매력인 거예요 성수동은.
   
▲  성수동 작업실들에 자리잡은 우더스 wooders 제품들
 
   
 ▲ 우더스 김효진 실장
 
   
▲ 우더스 작업실 내부 전경
 
   
▲ 우더스에서 제작중인 소품들
 
구로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한다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은데?
ㄴ목공을 하고싶은 생각을 한 분들은 많아요. 근데 취미과정을 한다고 하면 1년이면 거의 5-600백이상 들거든요. 자재 값은 또 따로고 개인 수공구도 구비를 해야 하고요. 게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클래스를 빠지면 엄청난 손해고요. 일단은 제가 그런 경험을 해왔는데, 그래서 목공도 원데이클래스가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거예요.
 
위험한 작업은 제가 어느 정도 해놓고 준비를 해놔요. 저 혼자 수강생들을 다 돌봐야 하기 때문에 정원은 6명이고요. 그렇게 해서 진행한 게 벌써 꽤 됐고, 많은 분이 도마를 만들어 가셨어요. 원데이에서 만드는 도마 디자인이 여러 가지다 보니까 한 주 들어보고 맘에 들었던 분들을 또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요즘은 회사 워크숍도 많이 오고요. 아무래도 트렌드에 민감한 회사들이 의미 없이 놀기보다는 뭔가를 배워보자 해서 오시는 것 같아요. 더페이스샵이나 LF, 아모레퍼시픽, 대신증권에서도 클래스에 참여했었고요.
 
   
 
 
   
▲ 우더스에서 진행중인 원데이 클래스
 
   
▲ 우더스 작업실 내부 전경
 
회사 운영에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
ㄴ우리나라는 성격들이 다들 급해서 집에 가구를 놓고 이사를 한다고 하면 웬만한 건 버려요. 다 버리고 이사를 하죠. 그리고 '이케아' 같은 곳에 들러서 싹 한번 새로 사요. 그게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닌데… 그런 거 있지 않나요?
"집에 이케아 가구들이 많은데 한 두 개정도 정말 내가 갖고 싶어서 구매한 가구가 있었으면 좋겠다."혹은 "결혼할 때도 가져가고, 자식들에게도 물려줄 가구를 갖고 싶다"… 저는 그런 가구를 팔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그런 의식을 지닌 소비자분들이 많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그게 좀 안타깝죠. 사실 제가 원데이클래스를 계속 이어가는 이유중에 하나가 여기 있어요. 단순히 도마 하나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30분동안 원목과 이론 강의도 해드리거든요. 그게 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가치를 설명해드리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일본만 가도 동네에 작은 공방들이 정말 많거든요. 지금 저희 작업실에 거의 3분의 1크기의 정말 작은 공방들이요. 일반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인정을 하기 때문에 그런 공방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한 달에 테이블 하나를 팔아도 먹고살 수준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보통 우리나라에선 제품 문의를 받고 견적 안내를 해드리면 가격 때문에 많이 놀라세요. 제가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한 달 정도는 매일 그 작업에 매달려야 해요. 공장이 아니니까요. 실제로 저랑 비슷한 시기에 함께 오픈했던 공방들이 저 빼고 다 문을 닫았어요.

우더스를 운영하면서 이것만큼은 꼭 지키고 싶다 하는 게 있나요?
ㄴ질문이 굉장히 심오한데요? 음… 저는 소재나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들이나 이런 것들이 사람에게 나쁘지 않은 것을 써요. 집에 붙박이 같은 거 다 뜯어보면 전부다 MDF예요. 물론 이게 건강한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아요. 근데 아기들이나 몸이 약한 분들한테는 좋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쓰는 마감재나 본드류나 나무는 더 신경을 쓰죠. 물론 가끔 페인트를 칠해달라는 분들도 있기는 한데, 그러면 제가 설명을 해드려요. 이렇게 좋은 원목을 쓰는데 굳이 페인트를 쓰실 이유가 있느냐 라고 말씀은 해드리는데 고객이 원하시면 해드려요. 제가 '곤조'가 없어서 (웃음)
   
▲  우더스 wooders 에서 진행중인 원데이 클래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ㄴ사실 가구 주문제작이라는 게 수동적인 작업인데, 이제는 좀 더 능동적으로 제품을 개발해서 입점을 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근데 아무래도 가구는 제품 배송이나 취급이 어려우니까 일단은 소품위주로 시작해볼까 하고요. 나중엔 우더스의 브랜드 특성을 살려서 워크웨어분야로도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여기에 대해선 아내가 제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많고요.
 
그리고 사실 지금까지는 가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나무를 처가에 보내서 화목난로에 다 태워버리곤 했는데 이게… 저도 자연의 혜택을 받고 사는 사람인데 그거 태워버리면 연기도 나고 좋은 일은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그런 자투리 나무들로 뭔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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