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 요청에 전국 누비며 아낌 없는 야구 사랑 선보여

▲ 재능기부를 할 때마다 이만수 감독은 늘 즐겁다. 자료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이만수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은 진정한 야인(野人)이다. SK 감독에서 물러난 이후 프로야구 현장에서만 한 걸음 떨어져 있을 뿐, 야구라는 이름으로 이 감독을 찾는 곳이 있다면 규모가 크건 작건 왠만하면 발걸음을 옮기려고 한다. 그 공간이 서울이건 인천이건, 지방이건 해외건 전혀 상관없다. 그리고 재능기부를 하면서 정말 세상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그 표정에서는 어린아이와 같은 진심 어린 행복이 묻어난다.

필자 역시 시간이 될 때마다 이만수 이사장의 재능 기부 현장을 찾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 감독은 "야구는 저렇게 하는 거야. 요즘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하면서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곤 한다. '누구든 천국 문에 들려거든 어린 아이와 같아야 한다(마테오 복음 19장 13-15절).'라는 성경 말씀대로 움직이는 셈이다. 국내는 물론, 라오스를 오가는 이 열정은 사실 전직 프로야구 감독의 행보라고 하기에는 다소 특이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야구와 아내, 그리고 교회밖에 모르고' 지냈다는 이만수 감독의 인생철학을 이해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불러주는 곳이 많아 행선지도 헷갈리지만,
하고 나면 늘 행복하다는 재능기부.
피칭 머신 기증 약속도 쭉 이어져

이만수 이사장이 아무 대가 없이 재능기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장 바빠진 것은 이 감독의 휴대폰이다. 수시로 전화가 와서 학교(혹은 리틀리그)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면, 이 감독은 타 학교 스케줄을 점검한 이후 흔쾌히 그 부름에 응한다. 얼마 전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 잠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그 사실조차 주변에 알리지 않을 만큼 이만수 감독의 대가 없는 야구 사랑은 끝을 모를 정도였다.

여기 저기에서 재능기부 요청이 들어오면서 장소를 잘 못 찾는 경우도 있었다. 당초 정읍에서 재능기부를 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오인하면서 순천/여수로 와 버린 경우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이 감독의 방문에 순천남산초등학교의 맹진국 감독도 놀라고, 이 감독이 언제 오나 하고 기다리던 인상고등학교의 박진호 감독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당시를 떠올린 이만수 감독은 "힘들게 지도자생활 하는 후배들에게 내가 내려가는 일에 조금이라도 부담주기 싫어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이 이런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라며 웃기도 했다.

순천에서 정읍까지는 차로 두 시간 여를 달려서 갈 수 있는 꽤 먼 거리였다. 그러나 '늦어도 좋으니 꼭 와서 아이들을 보러 와 달라.'라는 박 감독과 학교장, 그리고 학부모들의 간곡한 요청에 이 감독도 힘을 냈다. 시간은 다소 늦어졌지만, 약속한 일정에 따라 무사히 재능기부를 마쳤다고 한다. 이에 이 감독은 "오늘 멀다는 핑계로 정읍까지 오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뻔 했다. 정말 잘 왔다. 나의 실수로 본의 아니게 남산초등학교 맹감독이나 선수들에게 기대감만 주어 다음에 순천으로 다시 내려와 재능기부 하기로 약속했다."라며, 기분 좋은 일정에 대해 담담히 풀어내기도 했다.

▲ 헐크재단의 피칭머신 후원은 올해에도 계속된다. 사진제공=헐크파운데이션

한편, 이 감독은 헐크 파운데이션을 통한 피칭 머신 기부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제주 남초등학교(감독 유병욱)와 제주 신광초등학교(감독 최한길) 야구부에 피칭머신을 후원했다. 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유소년 야구 꿈나무 피칭머신 후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해 들어 벌써 6번이나 피칭 머신을 기증했다. 이에 이 감독은 "작년에 제주도 사회인 야구팀에게 재능기부 훈련 지도를 한 적 있다. 직장을 퇴근하고 찬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도 많은 선수들이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모일 만큼 열정이 느껴졌다. 제주도의 사회인 야구팀 수만 해도 상당하고 매년 시상식을 성대하게 열 만큼 제주도의 야구 열기는 정말 대단하다."라며, 제주도의 놀라운 야구 열기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한 바 있다.

그러는 한편, "반면 초, 중, 고 엘리트 야구팀 수가 적고 선수 수급 역시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무래도 섬이라는 특성상 육지팀과의 교류가 적을 수밖에 없고 야구인들의 방문도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구인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일주일간 재능기부 훈련 지도와 함께 피칭머신을 후원하게 됐다. 이 피칭머신을 통해 제2의 강민호가 제주도에서 배출되기를 기대한다."라며 후원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도 이 감독은 전국을 순회하며, 내일의 프로야구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그 안에서 제2의 이만수를 발견할 수만 있다면, 본인의 발품이 헛된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문화뉴스' 역시 이만수 이사장의 건승을 기원하며, 기회가 될 때마다 늘 함께 할 것임을 약속한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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