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가현] "너 나비효과에 나온 애쉬튼 커쳐랑도 결혼할 수 있어?"

학창 시절 애쉬튼 커쳐를 좋아하던 필자에게 친구들이 항상 묻던 질문이었다.

애쉬튼 커쳐의 리즈 시절 작품이기도 하고, 스토리도 탄탄했던 영화 '나비효과'는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나비효과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나비효과라는 발음도 예쁘고, 사전적 의미인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작은 변화나 사건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연결성도 좋다.

이런 나에게, 13년 간의 무한도전은 어떤 의미였냐고 묻는다면, 나는 딱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바로 '나비효과'라고.

사실, 콘텐츠를 업으로 해온 사람이다 보니 "살면서 접한 콘텐츠 중 가장 최고의 콘텐츠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항상 "무한도전의 '나비효과 편'이라고 대답한다. 꼭 '나비효과 편'을 강조해서 대답했었는데, 콘텐츠란 응당 이래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무한도전, 그들의 끝은 어딘가 포스트 

지구온난화라는 시사적인 문제를 예능으로 풀어낸 무한도전의 나비효과 에피소드는 무한도전 레전드 에피소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지구온난화라는 개념의 위험성은 다들 머리로 알지만 빙하가 녹고, 몰디브가 조금씩 가라앉는다, 등의 개념들은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 같고, 직접 눈에 보이지 않으니 개념으로만 알 뿐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아니, 알더라도 그것은 어렴풋한 상상일 뿐 직접적으로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았었다.

사람은 시각적 동물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욱 와닿지 않을 수밖에.

무한도전은 이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화해 관심 밖의 이슈를 마음 안으로 끌어올 수 있도록,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2층의 얼음방과 1층의 몰디브 방, 몰디브 방에서의 멤버들이 더위 때문에 에어컨을 틀면 2층 얼음방의 얼음이 녹고, 그것은 고스란히 몰디브 방으로 흘러들어와 점점 몰디브 방을 잠기게 하는. 1층과 2층이라는 공간적인 접근성을 높여 실시간으로 얼음이 녹고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아 이거 정말 위험한 거였네!’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그때부터 나비효과는 내 생애 최고의 콘텐츠가 됐고, 비단 콘텐츠라면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내 주변의 일이 아니더라도,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더라도 콘텐츠를 통해 공감하고 내 일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작은 변화지만 누군가의 생각을 깨어나게 하고, 소소하게 삶을 변화시키도록 하는 것.

생각해보면 무한도전은 13년간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을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전해왔다. 지번 주소에서 도로명 주소로 바뀌었을 때, 도로명 주소만 가지고 새 주소로 길 찾기 미션같은 것을 보여줌으로써 당시 도로명 주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투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대선 2014’, 어떤 리더를 원하는지, 현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무한상사’ 등 사회의 많은 이야기들을 예능이라는 형태로 때로는 재밌으면서도 묵직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2005년 전철과 달리기 대결을 하고 목욕탕 물 빼는 기계와 멤버들이 바구니로 물을 빼는 시합 등 ‘무모한 도전’으로 대결을 하고 있을 때 ‘뭐 저런 이상한 프로그램이 다 있나’하면서도 어느 순간 응원하고 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상했던 프로그램이 전 국민의 프로그램이 되기까지, 그 안에는 얼마나 많은 노력들이 있었을까?

 

무모했던 도전을 무한한 도전으로 만든 무한도전. 나의 10대와 20대를 울고 웃게 해준 무한도전.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여섯 남자들이 펼쳤던 뒤죽박죽 도전기. 그들이 13년간 던진 메시지는 사회에 어떻게 자리를 잡았을까.

나는 꽤 그들이 보고 싶을 것 같다.

안녕, 무한도전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김가현. 아나운서부터 PD까지, 방송을 사랑하는 김가현입니다. 콘텐츠를 통한 당신과의 만남이 소중한 인연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콘텐츠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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