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시절부터 꾸준히 출전 기회. 3학년 진학 이후 급성장

▲ 유신고 시절의 김진욱. 부상을 당했어도 경기 결과는 눈으로 확인하겠다며 후송 이후에도 경기장을 찾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9~10살의 어린 나이로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획득 장면을 보면서 선수의 꿈을 이어간 기대주들이 있었다. 이른바 '베이징키즈 1세대'가 그 주인공이다. 타고난 운동 신경을 지닌 유망주들이 대거 야구로 몰리면서 많은 인재 풀(pool)이 생성, 이들이 기대만큼 성장을 해 주면서 각 프로구단은 지난해 신인지명 회의에서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 중에는 대학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던 인재들도 많았다.

어쨌든, 강백호(kt)를 필두로 한동희(롯데)와 양창섭(삼성), 그리고 박주홍(한화)까지 적지 않은 신예들이 거의 레귤러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은 꽤 반가운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향후 더 많은 베이징키즈 1세대들이 콜업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는 이들 중에서 올스타나 국가대표도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화가 또 다른 신인을 1군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 2차 10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김진욱(18)이 그 주인공이었다.

"아픈 데 없어?"라고 만날 때마다 물어봤던,
작지만 강한 친구 김진욱과의 추억

김진욱. 4월 콜업 이후 22일까지 두 경기에 나서고 있는 2000년생 투수다. 프로야구 1군 무대에 등록된 선수들 중 가장 나이가 적다. 강백호를 비롯하여 현재 1군에서 활약중인 루키들이 대부분 1차, 혹은 2차 2라운드 이내에 지명된 상위라운더임을 고려해 보았을 때 김진욱의 1군 콜업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보다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된 선수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동기 부여가 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김진욱의 고교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지금의 콜업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만큼 잠재력이 풍부했고, 고교 시절에도 보여 준 것이 많았다. 지난해 청소년 대표팀 엔트리가 한 자리 비었을 때 이성열 당시 대표팀 감독도 김진욱의 합류를 고려했을 정도였다.

유신고 시절, 팀 동료 김민(KT)과 함께 마운드를 양분했던 김진욱은 2학년 때부터 실전에 투입된 경험이 있다. 동명의 KT 김진욱 감독 역시 투수 출신이었음을 감안하여 붙여진 별명도 '커피선생(김진욱 감독이 커피를 좋아하다는 점에 착안)', 혹은 '리틀 김진욱'이었다. 2학년 때에는 빠른 볼 최고 구속이 140km를 넘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동계 훈련을 통하여 145~6km의 속구 스피드를 기록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성장세가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필자는 김진욱을 만날 때마다 늘 "아픈 곳은 없느냐?"라는 질문부터 먼저 했다. 그럴 때마다 김진욱은 "이제는 괜찮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지금도 공을 잘 던지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씩씩하게 대답했지만, 필자는 늘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재작년 발생했던 충돌 사고 때문이었다.

▲ 김진욱은 2년 전 황금사자기에서 수비 도중 동료와 충돌한 이후 더그아웃에 들어오다가 쓰러진 경험이 있다. 당시 응급구조사를 비롯하여 필자와 코칭스탭, 그리고 협회 관계자들의 빠른 대처가 있었기에 조기에 병원 이송이 가능했다. 사진ⓒ김현희 기자

2016년 5월 8일, 황금사자기 32강전이 열린 목동구장에서는 유신고와 인천고가 맞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당시 선발로 나선 2학년생 김진욱은 5회까지 2실점투를 선보이며 승리 투수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 수비에 나선 6회 초,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팀 동료와 부딪혀 그라운드에 쓰려지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던 것이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더그아웃에 혼자 들어가는 듯 싶었지만, 어지러움을 느낀 듯 팀 동료들 앞에서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던 것은 당연한 일. 이에 현장에 있던 응급구조사의 간단한 처방과 함께 곧바로 이대목동병원으로 후송됐다. 그 장면을 코 앞에서 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선수들에게 "같이 들어!"라며 구급차까지 호송하기도 했다.

후송된 이후 김진욱의 모습은 16강전 이후에야 볼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경기가 끝나는 모습은 꼭 봐야겠다며, 병원에서 간단한 검진을 받은 이후 김진욱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냐는 듯, 활짝 웃으며 괜찮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후 그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지만, 늘 만날 때마다 아픈 곳이 없냐고 묻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176cm, 79kg의 체격 조건을 갖췄지만,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던진다는 점에서 김진욱은 한화 마운드의 작은 거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새천년에 태어난 이들 중 첫 번째로 프로야구 1군 무대를 밟은 그가 명 투수였던 KT 김진욱 감독처럼 꾸준히 자신의 재주를 드러낼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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