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우람 기자]  요즘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영상 콘텐츠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SMR을 한글로 직역하면 '자율감각 쾌락반응'이라는 뜻이다. 물론 한글로 풀어 봐도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과학 학술 용어의 느낌을 준다.

쉽게 설명하면 ASMR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소리나 영상이 담긴 콘텐츠로 정의된다.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속삭이는 목소리, 형형색색의 모래를 일정하게 자르는 화면을 통해 기분 좋은 소름(Tingle) 돋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시청각적 쾌감을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 Sand Tagiouse 영상 화면

 

 

이러한 느낌은 묘한 쾌감이나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불면증 치료', '집중력 향상', '스트레스 감소'와 같은 수식어가 붙어 다양한 콘텐츠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사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연구결과는 아직까진 없다.

ASMR에 매료된 사람들은 ASMR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구독해서 반복적으로 시청하기 시작했고, 이 같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문 크리에이터도 늘어났다.

한 해외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182만여 명이며, 컬러풀한 슬라임을 뭉개고 변형시키는 6분 미만의 250여 개 ASMR 영상으로 누적 조회 수 8억 뷰 돌파를 앞두고 있다.

▲ 유튜브 채널 Satisfying Slime ASMR

국내 유튜브 채널 구독자 66만 명을 가진 크리에이터가 만든 얼음을 먹는 ASMR 영상 한 편의 조회 수는 466만 회를 기록했다.

왜 ASMR은 트렌디한 콘텐츠가 되었을까?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인가? 그러한 배경도 일부분 있겠지만, 콘텐츠의 인기 요인을 전부 설명하지 못한다.

사실 ASMR과 같은 콘텐츠에 대한 요구(Needs)는 몇 년 전부터 유행한 '먹방' 콘텐츠의 중독성과도 일부 관련이 있다. '먹방 콘텐츠'는 대리적으로 감각을 체험하는 기회를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맛있게 먹는 소리, 먹는 모습을 통해 화면에 있는 사람의 경험이 현재 지켜보는 사람의 신체 감각을 자극하여 생생한 경험을 공유한다.

그렇게 신체 감각을 자극하는 영상 콘텐츠는 단순히 '즐겁게 시간 때우기'에 그치지 않고, 단시간에 다양한 종류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써 현대인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

특히 모바일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모바일을 통해 더욱 빠르게 콘텐츠가 소비되는 환경이 마련되어, 콘텐츠는 더욱 짧고 강렬한 형태를 지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콘텐츠에 강렬하고 다양한 자극이 포함되자 그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을 위한 '저자극 콘텐츠'가 급부상했다. 그렇게 ASMR은 트렌디한 콘텐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극받는 감각을 청각 또는 시각으로 단일하게 제한하되 중독적인 요소가 들어가자, 짧고 강렬한 콘텐츠를 통해 느끼는 만족감을 지속시키기 위해 유사한 콘텐츠를 반복 재생하는 현상도 생겼다.

▲ 유튜브 채널 Satisfying Slime ASMR 콘텐츠

이처럼 짧은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시청하는 현상에 '루프워칭(Loop Watching)'이라는 신조어도 붙게 되었다.

콘텐츠 소비 형태가 더욱 다양해지자, 5분 정도의 단일 영상 내에서 10초~20초 미만의 더 짧은 영상 20여 개를 편집해서 제작된 콘텐츠도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렇게 편집된 콘텐츠는 시청자가 지루할 틈도 없이, 재생 버튼 한 번에 순식간에 20~30개의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편리함과 중독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결국은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을 속속 채워주기 때문에 '뜬다'.

단순한 자극으로 편안한 쾌감을 주는 중독성 있는 ASMR의 인기는 앞으로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pd@mhnew.com·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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