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24일 오후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창극단이 신작 창극 '심청가'의 프레스콜을 열었다.

이날 프레스콜은 어린 심청이 아버지를 떠나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과정을 40분 가량의 하이라이트 시연으로 선보였다.

25일 개막해 5월 6일까지 공연될 '심청가'는 2012년 시즌제 도입 후 '판소리 다섯 바탕의 현대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온 국립창극단이 아힘 프라이어의 '수궁가',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적벽가', '흥보씨' 등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선보이는 판소리다.

판소리 '심청가'는 현존하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비장미가 강하고, 춘향가와 함께 가장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손꼽히는 작품이다.

 

다양한 소재와 파격적인 시도로 공연계 안팎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국립창극단은 이번에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두 거장인 연출가 손진책, 대명창 안숙선과 함께 '소리의 힘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창극' '심청가'를 만들어 공연계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외에도 200편이 넘는 창극,오페라,뮤지컬,연극 등을 디자인한 이태섭이 무대디자인을 맡았다. 또한 영화 '해어화', '조선마술사',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연극 '햄릿' 등에 참여해 젊고 관능적으로 한복을 패션화시킨 브랜드 차이킴의 김영진 디자이너가 의상을 맡았고 여기에 조명디자이너 김창기, 영상디자이너 김장연, 그리고 음악감독 이태백 등 우리나라 최고의 창작진들이 가세했다.

도창의 더블 캐스트로는 유수정이 참여한다. 심청은 어린 심청 역에 민은경이, 황후심청 역에 이소연이 출연하며 뺑덕에 김금미, 심봉사에 유태평양이 출연한다.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난 후 손진책 연출과 안숙선 명창, 민은경, 이소연, 유태평양 배우가 자리에 참여해 기자간담회를 이어갔다.

▲ 손진책 연출

우선 손진책 연출은 "심청가. 워낙 잘 아실 거다. 특별히 해석을 새롭게 하지도 않았다"라고 밝힌 뒤 "그간 김성녀 예술감독이 창극단을 맡아서 다양한 실험도 많이 했다. 이번에는 창극이 담고 있는 판소리의 멋과 맛을 가장 극대화 시키는 방법이 뭘까. 보는 연극이라기보단 듣는 판소리의 공연이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이번 '심청가'를 만든 의도를 설명했다.

손 연출은 이어 "그동안 창극이 다양하게 시도됐다. 그런데 창극이란 장르는 아직도 완성된 장르라기보다는 완성을 향해 다양한 모습을 하는 장르라고 생각된다. 중국은 경극, 일본은 가부키도 있는데 한국은 왜 없냐는 소릴 듣곤 하는데 저는 우리도 판소리가 있다고 한다. 그게 100년 넘짓한 시기에 창극화되며 다양한 시도가 됐고 주로 서양식 무대 구성에 소리가락을 넣는 창극을 주로 많이 해왔다. 저도 연출했었지만 이제 한국의 고유한 연극적인 틀에 판소리를 주축으로 접목시켜야겠다 생각한다. 저는 평생 한국연극, 우리연극에 대한 작업이 제 화두였기에 적어도 제가 연출할 땐 우리 식의 창극을 모색해야하지 않겠나 싶었고 이번 창극 '심청가'는 판소리가 먼저 들려지고 보여지고 느껴지는, 심봉사 대신 관객들이 판소리에 대해 눈을 뜨고 사랑하고 돌아가게 하는데 연출 포인트가 있었다"고 작품을 연출하며 중점을 둔 부분을 소개했다.

▲ 안숙선 명창

안숙선 명창은 "9살 때부터 우리소리 하고 무대를 서며 작은 대목, 심청가라면 물에 빠지는 대목. 이런 걸 어른들 틈에 끼어서 해왔다. 그리고 1979년 창극단 입단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창극을 쭉 해왔다. 그동안 제 생각은 어떻게 하면 우리 창극이 일본의 가부키나 중국의 경극 어느나라에도 있는 자기네의 극을 우리가 만들어서 세상에 내놨을 때 '너무 아름다운, 한국을 대표하는 창극이다' 이렇게 알려지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동안 여러가지 실험적으로 해본적도 있고 쭉 여기에서 창극 해온 것도 봤고 최근에 해보기도 했다. 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우리 형식, 몸짓, 소리, 옷 등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창극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했는데 손진책 연출님이 판소리를 중심에 두고 해보면 어떠냐고 하셔서 너무 기쁜마음으로 참여했다. 많은 관심 주셔서 우리나라 대표하는 창극이 생기고 발전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라고 판소리에 대한 사랑을 당부했다.

▲ 어린 심청 역 민은경

어린 심청 역의 민은경은 "이번 공연이 제게 의미있는 공연이라 생각한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게 저희 어린 친구들에겐 귀한 시간이다. 명창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어린 저희가 소리를 함에 있어서도 판소리의 대중화는 늘 고민하고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번 '심청가'가 소리를 알리는데 가장 좋은 공연이 아닐까 싶다. 판소리는 판과 소리의 합성어라고 한다. 그런 판에 가장 걸맞는 작품이 이번 '심청가'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황후 심청 역의 이소연은 "문화예술, 패션계까지 레트로, 복고 열풍이 있다. 옛 것을 지금 가져와서 새로운 감각으로 읽히듯이 판소리도 창극도 옛 것을 온전히 가져올 때 현대의 새로운 감각으로 익혀지지 않을까 싶다.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린다"며 최근 행보와 달리 온전히 판소리에 중심을 둔 창극 '심청가'에 관심을 당부했다.

▲ 황후 심청 역 이소연
▲ 심봉사 역 유태평양

심봉사 역의 유태평양은 "이런 좋은 작품에 심봉사란 큰 역할을 맡게 돼 부담도 돼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하는 것 만으로 부족하니 최고의 무대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좋은 선생님, 프로덕션과 함께할 수 있어 기분좋게 임하고 있다. 좋은 마음으로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번 '심청가'는 창'극'이 아닌 '창'극에 중점을 뒀다. 무대의 색감이나 퍼포먼스도 미니멀리즘하면서도 예쁜 색감의 세련된 모습을 자랑한다.

손진책 연출은 "명창들이 판소리 한바탕 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고 시작하며 관객과 이를 약속한다. 원래 판소리도 부채 하나 가지고 이 역할도, 저 역할도 다 하지 않나. 이게 심청이다. 이게 심봉사다. 이런 식의 상황을 소리를 통해서 상상하게 한다. 가난한 심청이를 찢어진 옷을 입혀 보여주는 게 리얼리즘이라면 이건 판소리를 통해서 상상하게 만들었다"고 관객들이 판소리에 집중하게끔 연출했다고 밝혔다.

 

또 "악기 구성은 그냥 민속음악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시나위 반주 정도의 구성이다"라고 밝히며 "악단 연주도 필요한 최소한만을 쓰게끔 줄였다. 춤도 거의 제거하고 '발림'을 넣는 등 정말 최소한 것만 쓰고 고수의 북장단 하나에 맞춰갔다. 이번 심청가는 '강산제'를 중심으로 했다. 이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는 섬세하고 계면 성음이 발달된 소리다. 이 소리의 장점만을 살리려고 했다. 세트를 단순화시키고 색도 한 톤으로 만든 것 역시 다른데 신경쓰지 마시고 소리만 들으십시오 이런 의미다"라며 전체적으로 단순화된 연출 이유를 설명했다.

손진책 연출은 작년 말에도 마당놀이 '심청이 간다'를 연출했다. 어째서 또 다시 심청을 다루는지에 대해 "고전을 재창작하는 게 평생의 작업이기에 관심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밝히며 "작년에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는 순수하게 마당놀이고 이번에는 전혀 다른 판이다. 그간 국립창극단이 판소리 다섯바탕 중에 다른 건 다 했는데 심청가만 아직 못 했었다. 저는 김성녀 예술감독이 재임중일 땐 연출하지 않을 생각이엇는데 이번에 퇴임하게 되면서 맡게 됐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섯 번째 판소리인)심청가를 연출하게 됐다"고 작품을 맡은 과정을 밝혔다.

 

손 연출은 끝으로 "사실 리얼리즘 연극하면 빠지면 좋은 소리가 많다. 상황을 설명하는 대목 같은 경우 연기로 하면 되니까 사실 창극에선 할 필요 없다. 그런데 저는 판소리 전 바탕을 보며 여기가 명대목. 이런 게 있다. 그런 대목에도 좋은 소리가 많아서 이번 '심청가'에선 다 살릴 거다. 그래서 새로운 소리를 들으실 수 있을 거다. 좀 지루하게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판소리에서 좋은 대목은 절대 안 빼먹고 다 넣겠다는 고집스런 마음으로 연출했다. 아직까진 지루하단 생각은, 맨날 연습할 때 들으면서도 명창들 소리 들으며 호강했다. 관객분들도 소리의 맛에 푹 빠져보시길 바란다"고 명창들의 소리와 함께 '심청가'를 즐기길 당부했다.

국립창극단 '심청가'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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