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은 감독의 두번쨰 장편영화

 

[문화뉴스 MHN 오세준 인턴기자] 이동은 감독의 영화는 갑작스럽다. 그러나 그 갑작스러움을 대처하는 영화 속 인물들은 의외로 쿨하고 대범하다. 죽은 남편이 남긴 배다른 아들 종옥(배우 윤찬영)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 30대 여성 효진(배우 임수정)을 그린 이동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당신의 부탁'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모든 관계가 철저히 무너지는 인물들을 카메라에 찬찬히 녹여낸 데뷔작 '환절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영화 '당신의 부탁'은 가족 드라마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2016), 제시 넬슨 감독의 영화 '아이 엠 샘(2001)',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영화 '주노(2008)'등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작품은 인물들의 아픔을 다루는 방식을 서로가 품고 품는 기존의 플롯과 다르게 접근한다. 영화 초반 효진의 입장을 종옥이 후반부에 같은 입장으로 취하게끔 병치시키며, 효진과 효진의 엄마가 겪는 갈등을 이후 효진과 아들 종옥이 똑같이 갈등을 겪도록 묘사한다. 이는 영화가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의지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보단 자신들의 선택을 각자의 방식으로 책임지려는 이야기를 하고자했던 감독의 생각으로 보인다.

특히 작품 속 카메라는 누군가 인물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시점 쇼트를 사용한다. 특정 시점이 극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영화 속 부재한 인물인 효진의 남편으로 보이기도 하며, 오히려 관객들을 극 안으로 들어오지 못 하게 가득 채워 넣은 느낌도 든다.

인터뷰에서 감독은 "장례식을 많이 다니면서 사람들이 타인의 슬픔을 쉽게 평가한다고 느꼈다. 영화 속 남편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효진을 보며 '어쩌면 넌 울지를 않니' 라는 말을 하듯, '왜 이렇게 우리는 애도하는 과정을 평가할까?', '스스로가 역할을 정하는 게 아닐까?'하는 궁금증으로 영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극 속 인물들과 관객 사이에 생기는 거리감은 인물들이 가진 슬픔을 쉽게 판단치 못 하게 하는 동시에 그들의 애도하는 과정을 멀리서 지켜보게끔 유도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효진의 무기력함이 정신적인 문제가 아닌 갑상선(몸)에 문제로 밝혀지는 이유도 위와 같은 의도로 보인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Mothers'로 한글 제목 '당신의 부탁'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갑자기 엄마가 되버린 효진 뿐 아니라 극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는 엄마 역을 맡은 인물들을 통해 '우리 시대가 가지는 모성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혈육이 반드시 가족이 되어야 한다.'라는 사회적 통념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내 슬픔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나의 가족, 친구 등이 겪는 슬픔을 난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처럼 영화 '당신의 부탁'은 사람의 슬픔을 무게삼아 비교할 수 없음을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yey12345@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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