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 문화 해설(解說)은 기사 특성상 '닌자 터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Q. 돌연변이 닌자거북♬ 만화 속 웬만한 소재들이 영화화된 판에, 드디어 닌자거북이도 돌아왔다고 해 기대가 큽니다. 거기에 메간 폭스까지 (헉)…그녀가 출연했던 트랜스포머1편처럼, 이 영화는 원작처럼 재미있을까요?

   
 

ㄴ 가벼운 뉴스를 보도하는 자신의 처지에 불만인 여기자 에이프릴(메간 폭스 분)은 슈레더(토호루 마사무네 분)가 이끄는 범죄 집단 풋 클랜의 비밀을 파헤칩니다. 지하철에서 인질극을 벌인 풋 클랜을 공격해 시민을 구한 4마리의 닌자 터틀 레오나르도(피터 플로스잭 분), 도나텔로(제레미 하워드 분), 라파엘(앨런 리치슨 분), 미케란젤로(노엘 휘셔 분)와 조우한 에이프릴은 그들이 어린 시절 아버지 및 자신과 인연이 있었음을 상기합니다.

7년 만의 리부트

1980년대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친숙했던 닌자 터틀이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2007년 '닌자 거북이 TMNT'가 개봉되었지만 미지근한 반응을 얻어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4년 리부트된 신작 '닌자 터틀'로 개봉되었습니다. 1984년 탄생 후 꼭 30년 만에 개봉된 영화입니다. 최근 마블과 DC의 슈퍼히어로의 영화화가 대유행인데다 '지. 아이. 조.'도 이미 두 편의 영화가 제작되었기에 '닌자 터틀'의 영화화는 당연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월드 인베이젼'의 연출을 맡았던 감독 조나단 리브스만의 이름보다는 제작을 맡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감독 마이클 베이, '트랜스포머' 1편과 2편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메간 폭스의 이름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입니다. 1편 이후 스케일은 한없이 키워가고 있지만 재미는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악명이 '닌자 터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믹북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의 3D 효과가 두드러지는 서두를 앞세운 '닌자 터틀'은 재미에 부족함이 없는 오락 영화입니다. 상당한 유머 감각을 갖췄으며 어린이에게도 인기가 있었던 원작의 장점을 계승하면서도 성인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101분의 러닝 타임 동안 군더더기도 거의 없습니다.

눈 덮인 산 추격전 인상적

원작을 바탕으로 나름의 세계관을 지녔지만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들을 위해 4마리의 닌자 터틀과 그들의 스승인 쥐 스플린터(대니 우드번 분)가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는지 설명합니다. 손바닥만 한 생쥐와 거북이가 인간에 필적하는 신장과 인간을 능가하는 힘을 어떻게 지니게 되었는지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닌자 터틀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피자의 PPL은 피자헛이 차지했습니다.

닌자 터틀을 돕기 위해 에이프릴이 전 동료 번(윌 아넷 분)에 전화하는 장면에 삽입된 곡은 왬의 'Careless Whisper'입니다. 에이프릴에 집적대는 번은 그녀의 뜻도 모른 채 데이트 신청인 줄 알고 김칫국을 마시는데 그야말로 노래 제목과 같은 '경솔한 속삭임'입니다. 'Careless Whisper'는 '닌자 터틀'이 탄생한 1984년에 크게 유행했던 곡입니다. 여러모로 의도적인 삽입곡입니다. 본편의 마지막 삽입곡은 에이프릴을 짝사랑하는 미켈란젤로가 부르는 'Happy Toghether'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슈레더의 부하 삭스(윌리엄 피츠너 분)의 저택을 탈출한 닌자 터틀이 슈레더와 삭스의 음모를 막기 위해 뉴욕으로 향하는 와중에 눈 덮인 산에서 벌이는 추격전입니다. 무술로 단련된 4마리의 닌자 터틀이 벌이는 액션은 속도감과 아기자기함을 자랑합니다. 뉴욕에 도착해 슈레더와 최종적으로 맞대결하면서 닌자 터틀의 명대사 '코와붕가!'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과연 실사 배우들과 실제 대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너무나 만화적인 캐릭터 닌자 터틀이 사실적으로 녹아들 수 있을지 우려했던 의문은 닌자 터틀이 삭스의 저택을 빠져나오는 대낮 장면을 기점으로 완전히 해소됩니다. 헐크를 연상시키는 녹색의 근육질 몸의 움직임은 물론 얼굴 표정도 다양해 어색함이 없습니다. 단 닌자 터틀이 맨몸으로 총탄을 튕겨 낼 정도로 강력해 슈레더 외에는 대등하게 싸울 만한 적이 없어 후속편에는 슈레더를 뒷받침할 만한 힘 있는 악역이 필요해 보입니다.

거북이들을 슈퍼 히어로의 반열에 올리기 위해

'닌자 터틀'의 서사를 비롯한 요소들은 기존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강합니다. 전반적인 서사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닮았습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슈퍼 히어로를 만들 수 있는 연구 결과를 숨기려다 살해되어 자식이 물려받는다는 기본적 설정이 유사합니다. 악역이 뉴욕의 고층 빌딩에서 시민들에게 독극물을 살포하려 하자 슈퍼 히어로 주인공이 막으며 여주인공이 회사 연구실에 침입해 저지하는 전개도 비슷합니다. 슈퍼 히어로의 혈액을 악역이 탐내는 설정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와의 공통점입니다.

대사 속에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의 투명 비행기 원더돔, '엑스맨'의 자비에 영재학교까지 언급되는 것은 닌자 터틀을 슈퍼 히어로의 반열에 올리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슈입니다. 슈퍼 히어로와 그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여기자라는 설정은 '맨 오브 스틸'을 비롯한 '슈퍼맨' 시리즈를 연상시킵니다. 닌자 터틀이 살고 있는 하수구의 비밀 기지는 해리 포터가 다닌 마법 학교 호그와트에 비견됩니다. 슈레더의 사무라이 갑옷은 '더 울버린'에 등장했던 은색의 사무라이 갑옷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슈퍼 히어로 영화의 대세인 엔딩 크레딧 종료 이후 추가 장면은 없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면 우선 계절적 배경을 꼽을 수 있습니다. 뉴욕 근교 삭스의 저택 주변은 눈으로 뒤덮여 있지만 뉴욕 시내는 한겨울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선생(先生)을 의미하는 '센세(せんせい)', 보호자(保護者)를 의미하는 호고샤(ほごしゃ) 등의 단어는 일본어가 그대로 사용되었는데 막상 일본 출신인 슈레더의 일본어 대사는 영어 발음의 영향하에서 벗어나지 못해 어색합니다.

[글] 아띠에터 이용선 artietor@mhns.co.kr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운영자. 영화+야구+건담의 전문 필자로 활약 중.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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