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오프닝, 영화 전체를 함축해

 

[문화뉴스 MHN 오세준 인턴기자] 마블 스튜디오 10년의 수작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가 지난 25일 날 개봉했다. 

오역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봉 이틀 만에 157만을 돌파한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는 개봉 전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개봉 직후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Youtube) 등에서 다양한 해석과 영화 리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마블 영화들이 보여줬던 희망차고 밝은 분위기와는 다르다는 점을 참작해서 볼 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상실과 절망'의 테마로 읽어볼 수 있다.

여기부터 스포일러가 있다

 

① 오프닝 시퀀스가 보여주는 절망

영화의 오프닝은 압도적이다. 비극의 시작이다. 최강의 빌런 타노스의 등장으로 영화는 이미 좋은 결말이 아닌 나쁜 결말임을 예고한다.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의 전체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MCU(마블 시네마 유니버스)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인 헐크와 토르의 무력함은 이후 영화 속 희망의 부재임을 나타내며 아무 죄가 없는 아스가르인들의 대학살은 인류의 멸망으로 그려진다.

특히, 불멸의 신 로키의 죽음은 빌런 타노스 앞에 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1막에 권총을 소개했다면 3막에서는 쏴야한다. 안 쏠 거면 없애버려라"라는 작가 안톤 체호프의 말처럼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이미 영화의 전체를 보여준 격이다. 영화는 이보다 더한 절망이 있다면 있지 보다 나은 희망은 없을 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② 불협화음, 한꺼번에 모인건 처음이지?

영화의 스토리를 뜯어보면 복수하려는 자(토르), 기습하려는 자(아이언맨 외 히어로들), 지키려는 자(캡틴 외 히어로들) 그리고 인피니티 건틀렛을 완성하려는 타노스와 그의 부하들로 이뤄진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영화 제목이 어벤져스(Avengers)로 한글로 해석하면 ‘복수하려는 자들’이다. 정작 영화 속에서 제목의 뜻과 가장 적합한 캐릭터는 토르 하나에 불과하며, 다른 영웅들의 비해 분량이 많은 이유도 이와 같은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로 똘똘 뭉쳐 싸워도 이길까 말까 한 최강의 빌런을 지구와 우주로 뿔뿔이 흩어져 각개전투를 벌인다. 물론 이번 영화가 타노스와 싸우기 위해 처음 모여 합을 맞추는 영화지만 대표적으로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관계의 경우 전작(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풀지 못한 갈등이 연장 선상으로 드러나면서 캐릭터들의 완벽한 하모니를 보여주지 못한 부분도 있다. 추후 어떻게 하나로 뭉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③ 격이 다른 빌런 타노스

10년 동안 발표된 마블의 모든 영화는 수작이나 명작까지 아니더라도 언제나 상향선을 유지하는 웰 메이드 작품들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멋지고 강력한 히어로들에 비교해 너무 약하거나 덜 매력적인 빌런들을 뽑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타노스는 격이 다르다.

영국 작가 셰익스피어는 "강력한 이유는 강력한 행동을 낳는다"고 말한다. 영화 속 타노스는 ‘다수의 삶을 위해 절반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이 멸망보다 낫다’라는 지나친 공리주의로 자신의 행동 당위성을 내세우며 관객들을 설득시킨다. 더 나아가 강력한 힘으로 본인이 구원을 위한 심판자임을 증명한다. 감독 루소 형제가 ‘타노스’라는 캐릭터를 얼마나 신경을 쓰며 만들었는지 엿볼 수 있다.

 

④ 영화가 주는 상실감은 관객들의 몫?

영화의 결말은 가히 충격적이다. 설마 했던 일들이 일어난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는 ‘다수에 강력한 히어로들이 존재함에 불구하고 정말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다 차지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관객들에게 자아내며 영화 끝까지 지루하지 않도록 서스펜스적인 연출을 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전투의 패배를 보여줌으로 관객들이 품는 일말의 희망을 과감하게 제거한다, 로키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끝에는 대부분 히어로가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지고 일부만 남은 채 영화가 끝을 낸다. 결국,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한 채 영화는 처참히 끝을 맺는데 흥미로운 점은 유일하게 목적을 달성한 타노스 조차도 히어로들이 느끼는 공허함과 상실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는 다 밝혀지지 않은 딸 ‘가모라’와의 관계로 유추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150분이라는 긴 시간을 지켜본 관객들의 허탈함이다. 히어로들이 슬퍼할 틈 없이 잔인하게 막을 내리는 영화는 마치 슬픔의 몫을 관객들에게 주려는 듯하다. 10년에 걸친 시리즈에 끝에 선 영화에서 대부분이 죽고 빌런이 승리를 한 상태로 끝을 맺다니 이는 물론 다음 편을 위한 설정이지만 마블 영화 중 가장 어두운 영화임이 틀림없다.

yey12345@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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