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시즌 덕수고 원투펀치, 프로 1군에서 선발 맞대결 기대

▲ 덕수고 시절의 한승혁. 고교 시절 지명 대상자 중 유일하게 150km를 기록했던 유망주였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바야흐로 '프로야구 젊은 피의 시대'다. 아직 프로팀에서 주축을 이루는 것은 30대를 중심으로 한 베테랑들이지만,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젊은 피들의 존재가 올해 유난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사자성어가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작년 이정후(넥센)의 사례에서처럼, 올해 역시 체력적인 문제만 극복한다면 1년차 신예들 중 신인왕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젊은 피를 구성하는 것은 1~2년차 신예들만이 아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프로에 입성했으나, 초반에 빛을 못 보고 뒤늦게서야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는 대기만성형 선수들도 있다. 몇 년 전 고교 3년생이었던 이들이 이제는 20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어느새 팀에서 중견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지난 27일 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둔 한승혁(25) 역시 마찬가지다.

덕수고 동문 한승혁-김진영,
둘이 동시에 선발 등판하는 날 올까?

한승혁. 27일 KT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거둔 투수다. 시즌 첫 승리이기도 했지만, 한승혁 본인 입장에서는 1,468일만에 거둔 선발승이기에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었다. 한때 배구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중계방송 TV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던 한장석(53) 감독의 아들이기도 하다. 타고난 운동 유전자, 그리고 고교 시절부터 강속구를 쉽게 던진다는 사실로 인하여 꽤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인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선발 경험이 없는 이 파이어볼러에게 김기태 감독이 선발 등판 기회를 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동안 늘 한승혁의 발목을 잡아왔던 제구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KT전 선발도 의미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한승혁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KT전에서 90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는 동안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2실점(2자책)을 기록하면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고무적인 것은 제구와 관련된 부분이다. 볼넷은 단 한 개만 허용한 반면, 삼진은 4개나 뺏어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그동안 다소 거칠게만 느껴졌던 빠른 볼 제구가 어느 정도 잡혀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만큼은 덕수고 에이스로 활약했던 2009~10년의 재림을 보는 듯했다. 2011 시즌 신인지명 회의에 나섰던 그 어떠한 선수보다도 가장 빠른 볼을 던졌던 유망주였던 만큼, 이제는 그 진가를 프로에서 조금 더 많이 보여 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 본인의 결혼식에서 1년 선배 나경민(사진 좌)과 함께 한 김진영. 향후에는 1군 풀타임 선발로 뛰어 줘야 할 인재다. 사진ⓒ김현희 기자

한승혁이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좋은 출발을 선보인 반면, 동시대에 덕수고를 이끌던 또 다른 에이스는 현재 한화 퓨쳐스리그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김진영(26)이 그 주인공이다. 한승혁이 2011 시즌을 앞두고 KIA의 선택을 받았던 반면, 김진영은 이에 앞서 시카고 컵스와 입단 계약을 맺으면서 그 해 유일하게 해외로 진출한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고교 3학년 시절에는 되려 한승혁보다 김진영이 투수로 보여 준 것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당시 한승혁은 부상으로 주로 타자로만 출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자신의 손으로 대통령배 2연패를 이끌지 못했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애교심이 상당히 강한 선수이기도 했다. 그래서 '경기 운영 능력과 제구력은 김진영, 속구의 위력은 한승혁'이라는 평가로 둘을 비교하기도 했다.

한승혁보다 국내 무대 데뷔가 다소 늦어지긴 하지만, 김진영 역시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시절에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유망주였다. 다만, 국내 복귀를 선택한 것은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뒤섞인 결과였다. 그러한 상황이 모두 정리되면서 신인지명 회의에 입성, 1라운드에서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그만큼 김진영이 지닌 구위와 경험의 힘을 믿은 것이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둘의 학창 시절을 모두 지켜 본 이다. 한승혁의 출장 소식을 반가워 하면서도 김진영의 1군 콜업이 다소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스승으로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픈 곳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늦어지는 것 같네요."라는 말에서 정 감독의 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일단, 퓨쳐스리그에서는 4경기에 출장하여 1승 2패, 평균자책점 7.36을 기록중이다. 사사구와 삼진의 비율이 1:1(삼진 6개, 볼넷 3개, 몸에맞는 볼 3개)에 이르는 만큼, 아직은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들어선 듯하다.

한승혁과 김진영, 2009~10 시즌 덕수고를 이끌던 원투 펀치는 조금 먼 길을 돌아서 1군 풀타임을 노린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그러는 한편, 둘 모두 언젠가는 선발 마운드에서 맞대결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좋은 하드웨어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KIA와 한화가 맞대결을 펼칠 때 두 이가 선발로 나란히 등판하게 될 날을 꿈꿔 본다.

eugenephil@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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