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젊은 시절 네 차례의 자살시도, 승려의 삶, 세계적인 시인.

이 모든 말들은 고은 시인을 표현하는 다른 말이다. 절망으로 가득 찬 청춘을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 속에는 '시대'를 표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대의 문제를 제기하고 위기의 시대 속에서도 희망을 품어야 하는 이유 등을 이야기한다.

그런 시인이 쓰는 사랑이야기는 어떨까? '상화 시편'은 고은 시인이 썼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달콤한 사랑 이야기만을 담고 있다. 바로 부인 이상화에 대한 사랑을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20, 30대의 사랑보다 더 강렬하고 서로에 대한 오랜 믿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흔히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나의 기준으로 봤을 때 단점이 보이고, 싫어지고, 금방 실증을 느낀다.

그런데 단 한번도 그런 적을 느낀 적이 없다고 하루하루 점점 깊어져만 가는 사랑을 어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80대의 시인이 이야기하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이런 사랑이 아닐까? 노년의 사랑이라고 정의 내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이건 그냥 '사랑'이다.

   
 

단 한 번도 미워한 적 없는 / 단 한 번도 싫어한 적 없는 / 단 한 번도 식어버린 적 없는 / 단 한 번도 지겨운 적 없는 / 하루하루 깊어지는 해저의 사랑이 있습니다 / 아직도 남은 해저가 / 얼마나 깊어야 할지 모르는 사랑이 있습니다
<모국어로 살면서> 중에서

아내의 둘레를 돌 때마다 / 나는 빛난다 / 아내의 둘레를 돌 때마다 / 나의 한쪽이 빛난다 // 아내의 빛으로 나의 다른 한쪽이 캄캄하다 / 나는 아내의 위성이다 내 운명이다
<공전> 중에서

[책 소개] 고은 시인, 아내 상화를 노래하다

세계적인 시인 고은의 53년 문학인생 최초의 사랑 시집 '상화 시편. 이 시집은 저자의 아내 이상화에게 바치는 사랑의 시, 118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최대의 연작시인 <만인보>를 통해 시공의 한계를 초월해 인간사를 시화한 저자는 이번 시집을 통해 자신의 삶과 문학세계를 오롯이 담아냈다. 저자는 28년 전 결혼식의 풍경과 1984년 12월 19일 아침 첫눈이 내리던 순간, 어느 날의 저녁 아내가 건네준 요구르트에 행복을 느끼는 등 사랑에 울고 웃고 감동하는 나날들을 통해 '하였다'도 '하리다'도 아닌, '한다'로 늘 현재 진행형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수유리', '벚꽃', '나는 아내가 되어간다' 등 저자가 노래하는 사랑의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글] 아띠에떠 아니 artietor@mhns.co.kr 

아니 [부사]  1. 부정이나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말. 2. 어떤 사실을 더 강조할 때 쓰는 말.  모두 공감하지 못해도 좋다. 설득시킬 마음은 없다. 내 삶에 나도 공감하지 못한다. 대학에서 문학평론을 전공하고, 언어교육학으로 석사를 마쳤다. 지금은 독서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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