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안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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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익모]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이 말이 보편적인 공감대라면 과연 영화 <어벤져스>의 세계도 그럴까?

영화의 재미는 초반 5분의 시퀀스가 좌우한다. 그러나 후반 5분의 결말시퀀스가 재미나 몰입을 떠나 예전처럼 쾌활하게 웃으며 극장 문을 나서지 못하게 한 어벤져스3격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이야기다.

눈에 띄는 특이점인 관객들이 퇴장시 말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 다양함은 우선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소실'을 목격한 것, 그리고 그것이 다시 어떻게 다음 편에서 연결될지 아리송하기도 하다.

말하자면 무언가 알듯하면서도 마블 10년의 누적된 스토리를 잘 모르는 부분도 '찜찜함'에 포함된다. 이는 한 마디로 신화의 깊은 응용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서양의 정서 이해보다 영화의 오락적 기능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서양 사회의 기저를 이루는 신화들을 통하여 어벤져스3의 포스터를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MCU 최악의 빌런' 타노스, 글자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막강한 존재감을 포스터는 한 눈에 보여준다.

 

타노스의 캐릭터 이미지는 마치 부처나 예수의 탱화와 중세그림처럼 반원형 후광효과가 압도한다.

이 타노스를 가운데 두고 새로운 조합의 어벤져스 멤버들은 제각기 마블 스튜디오에서 기록한 자신의 피규어형상을 반구형 주변에 위치되어 있을 뿐이다. <아이언맨>(2008)부터 불과 3개월전의 <블랙팬서>까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는 타노스를 위한 총체적 연합과 화력집중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모든 마블의 히어로들 큰 싸움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도 가세를 보면서 그리스의 '아가멤논'과 북핵을 둘러싼 '봉쇄'전략에 연합한 서구세계가 떠올라 기시감을 보인 것은 우연일까.

이는 마블이 10년간 풍성하게 거둔 캐릭터를 한번쯤은 정리하고 참신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고도의 마케팅과 맞닿아 있다. 그 밑바탕은 마블스튜디오와의 계약 만료 주인공들이 감내해야 할 스토리 연결이 반전의 효과를 끌어내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실제 헐리웃 제작시스템의 처리빙식에 따라 메인 히어로들의 운명이 결정 된 것처럼 보인다. 영화 마지막 장면들은 실제 배우들의 현실적문제와 영화속 가상의 캐릭터 속에서 절묘하게 게임을 치르는 또 하나의 반전이 되었다. 이러한 10년의 실제와 극화의 간극을 보는 형국이 관객의 침묵을 이끌어내며 색 다른 입소문을 자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벤져스3>주연 배우들의 내한으로부터 감지가 되었다. 20여명의 히어로들 중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로키 역(톰 히들스턴),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가 모습을 드러내며 배우와 히어로 캐릭터조차 연합된 데자뷰를 인지했던 것이다.

이 모습은 성룡영화와 어벤져스 시리즈의 엔딩 크레딧 이후 짧은 1분대의 예고편 격의 “Coming Soon"이미지나 촬영중 에피소드연결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연결된다. 이들 짧은 영상맛뵈기는 관객들의 상상을 무한자극한다. 성룡의 고군분투처럼 또 어벤져스 사라짐과 악당의 석양을 바라보는 온화한 미소는 관객들의 뇌리에서 일년 동안 무성하게 자라나고 가지를 뻗어 2019년 5월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팬덤의 기대와 상상은 네 번째 <어벤져스>시리즈의 예고편을 스스로 만드는 것과 같다. 이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님에도 이번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제목과 포스터에서 미리 예고한 것을 관객들이 ”설마?“했을 뿐이다. 마블의 사령탑인 디즈니사는 오랫동안 그러한 전략을 유지했음에도 말이다.

집계수치로 디즈니와 마블의 마인드를 읽을 수 있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개봉 후 첫 주말인 지난달 28~29일 약 6억3000만 달러로 2017년 개봉한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유니버설스튜디오제작)의 기록(5억4100만달러)을 상회했다. 이 추세라면 1362만4328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외화 흥행 최고작으로 요지부동인 '아바타'(2009. 제임스 카메론감독)의 10년 아성의 '스톤'을 거머쥐려는 마블 캐릭터의 기세가 감지된다.

이야기를 보는 기본구조인 스토리텔링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결말'을 제시하는 닥터 스트레인저나 둥근 천체의 행성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타노스의 표정 등은 미리 계산된 디즈니와 마블의 정교함이 빚어낸 실제이자 허상이다.

더이상 신선할 것이 없을 솔로무비가 아닌 캐릭터들의 연합작전을 만드는 이야기 형태는 이미 트로이와 스파르타의 전쟁에서부터 예견되어 온 것이다. 마블의 거대한 무대인 우주의 세계는 드라마틱한 극적 구조를 선호하는 젊은 층의 마음을 독점 할 수 밖에 없고 이들이 곧 충성도 높은 팬덤으로 자리를 잡게 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현대 이미지사회와 4차 산업혁명의 타겟오디언스인 팬덤을 공략하기 위한 마블 관련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는 사례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마블 영화가 단순히 영화관의 콘텐츠로 끝내는 시간 때우기 오락물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브레인이자 내부 핵심 콘텐츠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극장 시스템의 측면인 4DX콘텐츠의 시리즈로서의 기능을 보아도 그렇다.

 

아이맥스에 이어 다시 본 4DX극장체험에서는 어벤져스의 존재감이 더했고 더군다나 타노스의 극중 노출 빈도는 매우 높고 가공할만했다. 예를 들어 더운 김의 물(뜨거운 불길이나 화염, 컬러 레드 색상에서 주로 구현)과 차거운 물(얼음이나 어둠의 자식들 몸이 베어질 때 튀기는 피 대용), 불(실제 불의 온도 체감), 눈(스크린 앞에서 직접 내리는 눈발), 번개(극장 천정과 벽체 좌측 사이지점의 스파크), 진동(드라이빙 혹은 물체 지근거리 감지느낌), 플라잉무빙(공중비행이나 비평형 움직임), 충격파(허리 어깨 척추 등 화면 내용과 동일 액션에 연동), 종아리와 발목느낌(바람, 환경강조한 걷기), 3D입체안경이 주는 시각효과가 총동원되었다. 다만 향기는 기술적 문제였는지 나의 무감각이었는지 모르지만 사용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이들 오감을 동원한 효과들은 한 가지를 강조하고자 하는 것인데 사라짐과 부활의 연결구조가 그것이다. 이는 이번 어벤져스의 내용과 결말구조가 지금까지의 스토리텔링과는 차별화 된 것이며 반전의 효과는 물론이며 다음 10년의 이야기를 준비하는 콘벤션장치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본다.

이는 마블 스튜디오가 '어벤져스4'의 부제목 공개를 미루는 타이틀 미정의 상태도 그것을 뒷받침한다. 로튼토마토(신선지수) 91%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며 결말구조 공개 확산을 막고 있는 실제 이유는 다음 콘텐츠 시리즈의 흥행을 위한 완벽한 포석이자 뻔한 이야기가 아인 이번 어벤져스3의 입소문 때문이다.

그것은 백 몇 년의 누적된 스토리텔링의 힘이자 마블영화의 저력과 배짱이다. 또한 꼬맹이 아이들로부터 어른을 겨냥하는 타겟 오디언스의 이동을 감행하려는 디즈니의 확신이 가져온 풍경이다.

[글] 문화뉴스아티스트에디터(ART'ieor) 강익모. 서울디지털대 문화예술 경영학과교수이자 영화비평가·문화평론가로 활동. 엔터테인먼트 산업학회 부회장과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 조직국장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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