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국물 있사옵니다' 중 김상범의 대사

   
 


[문화뉴스] "이 사회에선 저의 상식이 통용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제철회사 임시사원으로 근무하던 김상범. 정직한 성품으로 타인에게 양보하며 평화주의적으로 살아가지만, 이 사회에서 그의 양보와 정직은 쓸모없는 것처럼 보인다. 상범이 가지고 있던 정직한 상식들은 되려 김상범을 곤경에 빠지게 만든다. 이전 회사에서 쫓겨난 이유도, 결혼할 마음을 나누던 여성을 뺏기게 된 이유도, 퇴근 이후 각종 이웃주민들한테까지 피해를 입는 이유도 모두 상범의 정직한 상식 때문이다.

 

   
 

상범은 자신의 상식이 이 사회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이라 깨닫고는 '새 상식'을 추구한다. 상범의 새 상식은 이전의 것과 상반된다. 정직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아지고, 부유와 안녕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손해 보지 않아도 된다.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는 '웃픈' 연극이다. 웃기고도 슬펐다. 그의 '새 상식'은 여전히 우리의 삶이 이로울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유효한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로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싶어진다. 상범은 초고속승진으로 30대에 '이사' 타이틀을 달게 되었지만 결국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위치만 달랐지 마찬가지입니다. 불안과 근심이 따르는 것은 똑같습니다."

과장된 감정 표현, 우스꽝스러운 동작, 유쾌한 패러디로 꾸며진 연극임에도, 연극을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상범의 새 상식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잔뼈 굵은 기저이기 때문에.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국물 있사옵니다
   - 공연날짜 : 2016. 4. 6 ~ 24
   - 공연장소 :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
   - 작, 연출 : 이근삼, 서충식
   - 출연배우 : 유순웅, 이선주, 유연수, 김정호, 이종무, 김희창, 박완규, 박지아, 임영준, 우정원, 황선화 등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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