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헌정,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지난 3월 24일(토)부터 소피스 갤러리에서 이헌정 작가의 초대전 '세 개의 방'이 전시 중이다. 

이헌정 작가는 도자, 즉 흙을 통해 설치미술, 조형, 생활 도자, 아트 퍼니쳐, 디자인, 회화, 조각 등 자유롭게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전시 형식으로 작품을 선보인 작가다. 이번 전시 주제인 '세 개의 방'은 그가 연출한 공간의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세 가지 형식으로 나타낸 은유다.

▲ 이헌정,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

특히 이번 전시의 대표작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은 공예와 건축, 조각의 영역을 하나의 작품에 담아내 눈길을 끈다. 성인 4~5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상자를 '방'(내부 2.4x2.4x2.4m, 외부 2.8x2.8x2.8m)으로 만든 이 대규모 도자 설치물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 이헌정,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

이 상자를 통해 내부와 외부가 관계하는 하나의 공간, 흙으로 빚은 '상자'들의 방이다. 흙으로 주어진 형태는 외부와 내부가 상호 작용하는 관계 속에서 그 모습과 규모를 규정한다. 이헌정의 '상자'는 외부와 내부의 공간이 서로 상호 작용하는 관계를 통해 유지되며 이것을 직접 관람객이 느낄 수 있도록 한다. 

▲ 이헌정,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
▲ 이헌정,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

상자들은 외부의 형태 뿐만 아니라 상자 내부의 형태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는데 상자의 작은 구멍을 통해 내부를 볼 수 있고 아니면 직접 상자로 들어가 내부를 통해 밖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외부만을 볼 수 있었던 관람객에게 흥미로운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흙으로 빚어진 방에 의자와 조명, 창문을 설치하고 관람객이 이 공간에서 명상할 수 있는 방을 제공한다.

▲ 전시장 전경

커다란 상자 방 옆 전시장에는 도자로 제작된 상자들이 진열되어있다. 전시장에는 보여지는 대상(페인팅, 드로잉)과 관찰하는 주체(관람객 또는 이헌정의 인물, 동물)가 공존하는데, 이 공간에서는 누가 관찰 주체이고 관찰 대상인지 모르게 배치되어 서로의 관계가 전복되고 동등해진다. 또한, 이러한 광경을 목격하는 관람객조차 이 두 개의 시선과 한데 어우러져 몽환적 소통을 경험한다. 

▲ 이헌정, '풍경이 있는 박스', Glazed ceramic, 35x55x35cm, 2018

'방'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이어지는 전시는 실제 사무 공간, 즉 갤러리 오피스에 기존의 가구와 함께 조화를 이루어 배치되어 오피스의 의자와 테이블을 대치한다. 이헌정의 'Wall Chair'와 'Stool'은 작품인 동시에 실용적으로 사용가능한 가구의 역할을 하며 관람객들과 소통한다.

이렇듯 '세 개의 방'은 이헌정 작가의 '흙을 통해 발견하는 세 개의 공간'으로 도예라는 물성과 조각, 건축의 작업 여정이 하나로 뭉쳐져 완성된다.

▲ Wall Chair, 세라믹, 230x65x227cm, 2016

이번 전시는 '흙'의 질료적 특성을 넘어서 그가 지속해서 탐구해왔던 조형적, 공간적, 건축적 사유를 종합한 것으로 신작 20여 점을 포함하여 '세 개의 방'이란 주제로 풀어내고 있다. 그의 작업 여정에서 '흙'은 가장 자연스러운 재료이자 기본이다. '흙에 관한 사유'로 인해 확장되는 작업은 흙이란 물질을 넘어서서 다양한 조형적, 건축적 형태로 발현된다.

5월 4일(금)까지 

applejuice@mhnew.com 사진ⓒ문화뉴스 권혜림 기자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