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8일 '두산인문극장 2018: 이타주의자'의 두 번째 연극 '피와 씨앗'이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첫 모습을 드러냈다.

8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본공연에 앞서 드레스 리허설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프레스콜은 전막시연과 함께 전인철 연출, 김요안 프로듀서가 함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극 '피와 씨앗'은 '낫심'에 이은 '두산인문극장 2018: 이타주의자'의 두 번째 연극이다. '낫심'은 이란 출신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Nassim Soleimanpour)'의 최신작으로 매회 다른 배우가 연습이나 리허설 없이 무대에 서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연극이다. 낯선 이란어를 소재로 한 이 연극은 작가, 배우, 관객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경, 문화, 언어 등의 경계를 넘어 세계와 타인을 이해하는 행위와 인류의 보편적인 언어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김선영, 전석호, 한예리, 이석준, 우미화, 김꽃비, 손상규, 권해효, 진선규, 박해수, 문소리, 나경민, 김소진, 전박찬, 고수희, 오만석, 구교환, 유준상, 이화룡, 류덕환, 이자람 등 평소 극장에서 보기 쉽지 않은 배우들이 나와서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피와 씨앗'은 '2017 동아연극상 연출상'의 전인철 연출, '목란언니'에서 호흡을 맞춘 여신동 미술감독/무대 디자이너, '2010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은 작곡가 '카입(Kayip)'과 소피아 역의 배우 강명주, 우미화, 바이올렛 역의 박지아, 버트 역의 안병식, 아이작 역의 이기현, 어텀 역의 최성은이 출연한다.

소피아와 손녀 어텀, 어텀의 고모인 바이올렛은 과거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고 수감됐던 소피아의 아들 아이작과 보호관찰관 버트를 만난다. 겉으론 평화로워보이지만, 언뜻 불안감을 노출하는 이 가족은 아이작이 어텀을 살리기 위한 신장이식을 해주길 원한다.

연극 '피와 씨앗'은 불안정하고 위험에 노출된 가족들의 갈등을 통해 장기이식과 생명윤리 등 누구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민감한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 전인철 연출과 김요안 PD

전인철 연출은 "영국에서 공연은 못봤지만 영국보다 어떻게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히며 "영국에서는 무대도 그렇고 사실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다더라. 저희는 무대도 비우고 영국 초연과 다른 느낌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작업했던 것 같다. 작품 자체는 작가님이 가족간의 장기이식과 관련돼 도덕적인 딜레마를 쓰셨고 저는 연출하며 든 생각이 저도 제가 옳다, 맞다라는 지점에서 남에게 권유하거나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런 게 타인에겐 무척 폭력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작품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작품을 연출한 소감을 밝혔다.

전인철 연출의 말대로 연극 '피와 씨앗'은 현실적인 소재들을 극적으로 비춘다. 블랙박스 형태의 극장으로 '목란 언니' 등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발휘하는데 안성맞춤이던 두산아트센터 Space111은 '피와 씨앗'에서는 마치 전형적인 제4의 벽이 있는 무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대를 조금 더 살펴보면 캔버스처럼 텅빈 회색의 벽과 인물이 아닌 공간을 비추는 조명이 조화를 이루며 집은 집이지만 집이 아닌듯한 느낌을 풍긴다. 그렇게 '피와 씨앗'은 영국 초연과 다르게 '집'을 환상적인 공간, 가장 일상적이지만 일상이 배제된 공간으로 만들었다.

전인철 연출은 "이 극장에서 공연을 여러 번 했는데 무대 뒤가 좀 깊다. 이번엔 뒤를 줄이고 좌우를 쓰면서 전반적으로 미술감독님과 작품 전체가 회화적인 느낌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다"고 이번 작품의 무대에 관해 이야기했다.

 

또 "어텀의 방이 영상으로 나오는데 이걸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했다. 작품에 관해서 제일 많이 고민한 지점은 어텀이 읽는 기도문인데 제게 무척 어렵더라. 켈트족의 무속신앙에 관한 걸 텐데 한국에서 어떻게 살릴까 고민했고, 그 과정 속에서 요즘 제 고민과 연결됐다. 최근에도 피나 바우쉬의 영상을 봤는데 대단히 연극적이었다. 연극 연출가로서 고민된 게 다른 예술장르들은 다른 장르에서 매력적인 부분을 가져와서 작업하는데 연극은 계속 전통적인 걸 지키려고 하는구나 싶었고, 영상을 써서 작품을 구성해봐야겠다고 시도하게 됐다."며 작품에 앞서 연출가로서 고민했던 지점을 언급했다.

이번 작품의 영상은 무대 옆에서, 뒤에서 라이브로 촬영된다. 어텀을 맡은 최성은 배우의 연기력이 더해져 이 라이브 영상은 기괴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데, 그러면서도 일종의 극중극과도 같은 느낌을 줘서 관객들이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고 어텀의 이야기를 한발 떨어져 보게 만든다.

 

전 연출은 "영상이 많아서 좀 지루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웃음) 저는 큰 시도를 했고 과정은 재밌었는데 걱정은 든다. 요즘 연극에서 영상 많이 쓰는데 적합한 형태는 뭐고 적합한 연기는 뭐고 무대에 맞는 카메라 워크는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하고 시도해보고 싶었다."며 이러한 과정을 전했다.

"번역가가 번역해준 대본이 아니라 원작을 배우들과 다같이 읽어보며 작품 안에 있는 의미를 찾아내려고 노력했다"며 연습 과정을 언급한 전 연출은 끝으로 "인형을 밀밭에서 태우는 이야기는, 켈트족의 문화고 거기에 기독교가 섞인 유럽의 상황이다. 켈트나 종교적인 느낌은 한국인으로 봤을 땐 이질적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한국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감각으로 바꿔서 해야하나? 싶었다."고 밝히며 "제가 느낀 이질적인 느낌을 관객들도 같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의 분위기를 관객들이 그대로 즐겨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극 '피와 씨앗'은 화제를 모았던 첫 번째 연극 '낫심'에 이어 오는 6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로 관객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끌어당길 예정이다. 다만 극 중 성적인 욕설, 비속어와 폭력적인 표현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두산인문극장'은 2013년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빅데이터까지'를 시작해 2014년 '불신시대', 2015년 '예외(例外)', 2016년 '모험', 2017년 '갈등'에 이어 '두산인문극장 2018: 이타주의자'로 관객들을 만난다. 4월 9일부터 7월 7일까지 약 3개월에 걸쳐 사회학과 인문학 등 각 분야의 강연자들을 초청하여 주제와 연결된 강연과 공연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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