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영화인'의 맹활약이 돋보였던 영화제 현장

[문화뉴스 MHN 전주, 오세준 인턴기자] 지난 8일 오후 CGV 전주고사 5관에서 영화 '레모네이드'의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는 오후 5시 영화 상영 후 진행됐으며 '말리나 마노비치(Malina Manovici)'배우가 참석해 질의응답을 가졌다.

 

영화 '레모네이드'는 국제경쟁 출품작이다.

다양한 국가의 새로운 영화들을 선보이는 '국제경쟁' 부문은 올해 대다수 영화들이 개인의 일상과 사적인 어려움을 다루고 있다.

루마니아의 싱글맘 '마라'는 미국인과 결혼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다. 그런데, 아들을 데려오고 영주권을 받는 과정에서 섹스를 요구하는 관리와 대면한다. 그는 끊임없이 마라를 다른 곳에 불러내어 성을 요구하고, 마라는 동향 출신의 사람들에게 이를 타파할 조언을 듣는다. 그녀는 자신이 겪는 성적 위협도, 법적 분쟁을 위한 관리와의 상황을 몰래 기록하는 것도 편하지가 않다.

하지만, 아들과 함께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녀는 곤궁함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사는 남자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로부터 되돌아오는 것은 폭언과 폭력뿐이다. 그는 마리를 창녀 취급하며 자신의 불편한 몸을 빌미로 기회비용을 노리는 여성으로 매도할 뿐이다. 현실이 힘들어질수록 이민자이자 여성인 그녀가 감당해야 할 무게는 커져만 가고, 그녀가 알고 있는 진실은 현실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영화 '레모네이드'는 마리의 수난극을 따라가면서 미국 사회의 위선적인 얼굴과 남성들의 이기심을 폭넓게 조명한다.

영화가 끝난 후 배우 '말리나 마노비치'가 질의응답을 가졌다.

 

먼저 소감부탁한다.

ㄴ 말리나 마노비치: 끝까지 남아주셔서 감사하다. 오락적인 영화가 아닌 드라마 장르로 끝은 낙관적인 영화라 말을 하고 싶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서 행복하다. 많은 스태프 분들, 감독님을 대신해서 감사하다.

극 중 '마라'로 역으로 연기를 하면서 감정 정리를 어떻게 했는가.

ㄴ 말리나 마노비치: 질문 감사하다. 나는 여배우로 일을 할 때 항상 진정성 있게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기하려 한다. 모든 상황을 나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배우는 항상 예민한 존재다. 또한, 그 부분이 나를 도와줬던 것 같다. 촬영을 시작하면 항상 그 상황 안에 존재하려고 한다. 같이 연기하는 파트너에게 반응을 해주고, 그렇게 해서 연기를 통해 사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 같다. 어렵다. 왜냐하면 여러 장면을 찍어야 할 경우 울거나 혹은 감정을 많이 살려야 하는 장면은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게 힘들다. 로봇이 아니고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내 직업을 사랑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는지 궁금하다.

ㄴ 말리나 마노비치: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다. 대신에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모텔에서 옷을 벗어야 하는 장면이다. 여배우에게 불편하고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작품 속에 있는 인물한테도 어려운 장면이었다. 가장 힘들었고 노력을 많이 했다.

언어마다 제목이 다르다. 예를 들어, 루마니아어 제목은 '허니문'이고, 영어 제목은 '레모네이드'이다. 제목이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

ㄴ 말리나 마노비치 : 먼저, 이 영화가 감독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다. 그녀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직접 미국으로 이주하려고 했을 때의 이야기다. 물론 그녀가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이야기를 구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영어 제목 '레모네이드'의 경우, 미국에 속담 중에 '만약에 인생이 너에게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상당히 미국적이며 낙관적인 표현이다. 시련이 와도 그것을 기회로 삼으라는 뜻이다. 물론 영화의 내용을 보면 속담의 뜻이 어느정도 반영된 것 같다. 루마니어 제목은 '허니문'이다. 신혼이란 뜻이다. 실제로 영화 내용을 살펴보면 짧지만 마라의 신혼 때 있었던 이야기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 영화 속 일주일 동안 신혼인 '마라'가 굉장히 재밌고 즐거워야하는데 오히려 고생한다. 그런 아이러니함이 제목에 내포된 것 같다. 

 

이 작품이 본인에게 배우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어떻게 시사됐는지 궁금하다.

ㄴ 말리나 마노비치 : 질문 감사하다. 나의 두 번째 작품이다. 주연은 처음이다. 연극에서 많은 일을 했지만, 영화계에서 두 번째였기 때문에 내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또한, 영어로 연기하는 것 자체가 매우 도전적이었다. 연기할 때 영어를 쓰는 건 처음이었다. 촬영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찍었다. 캐나다, 루마니아, 독일, 스웨덴의 공동 제작이었다. 그 모든 게 나에게 특별했다. 감독님과 좋은 협업이었다. 촬영 중에 많은 피드백을 주셨다. 어떤 장면은 50번이나 찍었다. 좋은 연출을 해주셨다. 나를 진화시켜 준 너무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어느 장면을 50번이나 촬영했나. 그리고 왜 그랬는지.

ㄴ 말리나 마노비치 : 이민국 관계자와 차 안에서 함께 있는 장면과 모텔에서 관계자를 다시 만나는 장면이다. 너무 중요한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찍는데 주어진 시간이 이틀정도였다. 아마 70번 정도 찍은 장면도 있었다. 내가 배운 게 있다면 처음 1번 혹은 2번까지는 연극으로 치면 리허설처럼 찍는다는 것이다. 특히, 내게는 여러 번 찍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여러 태도나 감정을 사용해 다양하게 시도가 가능했다. 또한, 감독님이 편집할 때 재료로 쓸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측면에서도 좋은 것 같다.

이 작품은 다르덴 형제 감독의 작품 '내일을 위한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신의 연기를 보고 세계적인 여배우 '마리옹 꼬띠아르'가 생각났다. 너무 인상적이었다. 감독과 촬영할 때 어떤 점을 강조하려 했는가.

ㄴ 말리나 마노비치 : 진심으로 감사하다. 감독님께서 정확한 연출을 하셨다. 심지어 말과 말 사이 쉬는 시간 까지 정확하게 촬영을 했다. 몸의 움직임 혹은 눈 하나 움직이는 부분까지 정확하게 지시를 주셨다. 그렇지만 굉장히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주문도 있었다, 이를테면 상대방의 눈을 그냥 바라보라 하고 지시를 주셨다. 마치 실험실 워크샵에 온 느낌이었다. 항상 피드백을 받는 순간이 내게 너무 고마웠다.

한편,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FF)는 3일부터 12일까지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 5개 극장 19개관에서 열린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슬로건으로 246편(장편 202편, 단편 44편)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월드 프리미어 61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5편, 아시안 프리미어 52편이며 개막작은 재일 교포 정의신 감독의 '야키니쿠 드래곤', 폐막작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이다.

[글] 오세준 인턴기자 yey12345@mhnew.com

[편집] 서정준 기자 some@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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