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도연] 기성 방송과는 달리 뉴미디어에서는 여러 명이 나눠서 할 일을 한 명이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더불어 혼자서 기획, 대본, 촬영, 편집에서 자막과 음향에 이르기까지 다 해내는 다재다능형 1인 제작자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다재다능'이란 것이 본연의 가치 이상의 중요한 역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사실 필자 스스로도 다재다능 키워드로 활동하고 있는 제작자로서 자신의 무덤을 파는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재다능이라는 것이 덫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고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여러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혼자의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상당한 강점인 것은 사실이다. 기성 방송 시스템에서는 대본은 작가가, 촬영은 촬영감독이, 편집은 편집감독이, 자막과 음향은 종편실이 따로 담당하고 이들의 인건비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이것을 1인 제작 시스템으로 혼자 감당할 수 있다면 사실상 인건비 지출을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요새 제작자들은 출연까지 직접 하므로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강력하다고 볼 수 있다. 다재다능은 이처럼 유리한 역량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점은, 다재다능의 이점은 가성비 측면에 있는 것이지 콘텐츠 품질상의 이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재다능한 개인이 가진 여러 능력들 각각의 수준은 절대로 그 중 한 가지만 천착해 온 전문가의 수준보다 나을 수 없다.

그 개인이 (그럴 리는 없지만) 진정한 천재라 하더라도 전문성의 90%는 경험에서 오는바, 제대로 겪어보지 않은 일을 천재성만 가지고 체득하고 있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성 방송 시스템이 각각의 전문가를 기용하는 이유는 돈이 썩어나서가 아니라 브랜드에 걸맞은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다재다능이란 것은 콘텐츠 품질의 하한선을 타협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만하면 괜찮지 뭐'와 같은 타협들이 쌓이고 쌓여서 다재다능이라는 타이틀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래도 되는 세상이다. 품질 상관없이 재미만 있으면 환영받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제작 의도와 기대 품질을 혼자서 구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강점일 테니까.

그러나 다재다능이 담보할 수 있는 것도 딱 여기까지다. 진짜 고퀄리티 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생기면 전문가와의 협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맞다.

다재다능과 유능은 동의어가 아니다. 이를 전문성의 총합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진짜 전문가들에 대한 실례다.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ART'ietor) 김도연. 콘텐츠 컨설팅 기업 '콘텐츠민주주의' 대표. 기성 방송국과 뉴미디어를 모두 경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누구나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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