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공연문화산책] 한국생활연극협회의 낭독공연 사아달라 완누스 작 구미란 번역 김석만 연출의 왕은 왕이다
  • 박정기
  • 승인 2018.05.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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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박정기] 사아달라 완누스(Saadallah Wannous, 1941~ 1997)는 시리아의 극작가이자 연출가가 1977년에 <왕은 왕이다The King is the King>라는 제목으로 발표 공연했다.

완누스는 그의 첫 정치 연극 <6월 5일을 위한 야회>(1968)를 비롯해 <코끼리, 영원의 왕이여>(1969), <노예 자비르가 고안한 모험>(1970), <왕은 왕이다>(1977), <한쌀라의 무의식에서 의식으로의 여행>(1978) <강간The Rape>(1990)과 <신기루 서사Mirage Epic>(1996) 등 일곱 편의 작품을 발표공연하면서 민중과 대화를 통해 정치 현실에 대한 해결책을 민중 스스로 찾게 하고자 노력했다.

완누스의 희곡은 크게 기록극, 민중극, 역사극 등의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 민중극에 속하는 <왕은 왕이다>에서 완누스는 정치억압을 끝내고 사회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민중이 힘을 합쳐 일어나야 한다는 주제를 피력한다. 또한 아랍 구전문학 속의 이야기 전달자 역할을 서구적 형식에서 벗어나 아랍연극의 특성을 살리려고 애썼다. 연극의 정치화라는 개념을 피력한 완누스는 기존의 정치극과는 차별화된 연극을 통해 민중에게 정치의식을 더욱 인식시키고 행동에 옮기도록 하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구미란은 명지대학교 아랍어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선문대학교 교수로 아랍어와 아랍희곡을 가르치고 있는 미모의 여교수다.

김석만 (1951~)은 6·25 사변 중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을 다니면서 연극반 활동을 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와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과 공연 학을 전공했다. 연우무대를 중심으로 창작극 연출에 몰두해 <한씨 연대기>, <변방에 우짖는 새>,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각색에 참여하고 연출했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거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기, 연출을 가르쳤다. 가극 <금강>으로 2005년 평양 초청 공연을 다녀왔다. 최근에는 전통의 현재화 작업에 주목해 <영원한 사랑 춘향이>,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세종조 회례연), 정가극 <이생규장전> 등을 연출하고, 이진순 선생 기념사업회의 연극 <현자 나탄>과 인천시립극단의 <꿈 하늘>을 연출했다. 최근 가톨릭연극협회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나>을 연출했다.

<연기의 첫걸음>,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폴롯>, <통쾌한 희곡의 분석>, <연출가처럼 생각하기> 등의 역서와 <스타니슬라브스키 연극론> <연기의 세계>,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출> 등의 저서를 냈다.

<왕은 왕이다>는 이집트에서는 두 번 공연이 되었는데 총 열한 곡의 음악을 사용한 점이나 억압에 대항해야 한다고 외치는 등장인물의 호연은 갈채를 받을 정도로 원작자의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

1967년 아랍국의 대패, 1975년 팔레스타인 문제로 연계되어 터진 레바논내전과 시리아의 전쟁개입 이후 지도자에 대한 시끄러운 논쟁 속에서 던져진 <왕은 왕이다>의 화두는 권력의 속성에 비추어볼 때 당시의 시스템이나 왕의 선출보다는 민중의 단합된 봉기에 대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서울시극단에 의해 <왕은 왕이다>가 김석만 예술감독, 구미란 번역, 최용훈 연출에 의해 공연됨으로써 사아달라 완누스(Saadallah Wannous)의 자취가 비로소 한국에 새겨졌다.

 

이번 생활연극협회의 낭독공연에는 무대 앞에 출연자들의 의자를 가로로 나란히 배치하고 음향효과를 겻들인 출연자들의 낭독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왕은 왕이다>의 내용을 소개하면,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무스타파 왕은 재미있는 놀이를 생각해내고 재상과 함께 시장에서 술에 취해 스스로 왕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아부 잇자를 궁궐로 데려와서 골탕을 먹이는 놀이를 벌이기로 결심한다.

아부 잇자는 왕과 재상의 계략으로 약을 탄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채 궁궐의 왕의 침실에서 아침을 맞이하게 되고 왕과 재상은 평민복장으로 변장하고 이름마저 무스타파와 마흐무드로 바꾼 채 기둥 뒤에 숨어 들뜬 마음으로 아부 잇자가 벌일 소동을 기다린다.

하지만 왕의 침실에서 눈을 뜬 아부 잇자는 이들의 예상과 달리, 잠시 동안 혼란을 느낀 후 곧바로 왕의 위엄을 갖추고 신하들을 호령하기 시작한다. 신하들, 심지어 왕비까지도 그가 가짜 왕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강해진 모습에 반색하며 명령을 따르고 아부 잇자는 왕좌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더욱 압제적인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이를 지켜보던 마흐무드(재상)조차도 아부 잇자의 모습이 자신이 바라던 왕의 모습이라며 그를 따르게 되자 초조해진 무스타파(왕)는 자신이 진정한 왕이라고 주장하나, 아무도 믿지 않고 결국 미쳐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아부 잇자는 철권통치를 휘두르며 백성을 탄압하며 왕권을 강화해 나간다.

장기용이 아부잇자, 김용선이 움무잇자, 이광현이 해설자 겸 셰이크 따하, 경찰서장, 김진태가 우르꿉, 정애경이 딸, 김정인이 마이문, 망나니,사흐반다르, 박영갑이 무스타파 왕, 송명규가 마흐므드, 전철수가 자히드, 이상만이 우바이드로 출연하여 실제공연에 방불한 작중인물 성격설정과 감정전달로 관객을 1시간 30분 동안 낭독공연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예술감독 최성웅, 음악 음향 현 철, 스틸사진 김일현, 조명 조성우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한국생활연극협회(대표 정중헌)의 낭독공연, 사아달라 완누스 작, 구미란 번역, 김석만 연출의 <왕은 왕이다>를 기억에 길이 남을 낭독공연으로 창출시키고, 실제공연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기대는 물론 앞으로 한국인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아랍희곡의 소개가 생활연극협회를 통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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