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창극단

[문화뉴스 MHN 이은서 기자]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의 대표 레퍼토리 '트로이의 여인들'이 세계 공연예술의 흐름을 선도하는 유럽 지역의 저명 페스티벌로부터 초청 받아 6월 한 달간 영국 런던·네덜란드 암스테르담·오스트리아 빈 투어에 나선다.

지난해 9월 호평 속에 진행한 싱가포르 투어에 이어, 아시아를 넘어 유럽 무대까지 진출한 것이다. 국립창극단은 2016년 프랑스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의 초청으로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공연한 데 이어, '트로이의 여인들' 유럽 투어로 다시 한 번 세계 공연예술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영국·네덜란드·오스트리아 3개국 모두 창극 공연은 최초이며, 세 곳 모두 유럽 뿐 아니라 세계 공연예술계에서 주목하는 유수의 축제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더한다.

유럽 투어의 첫 시작은 영국이다. 오는 6월 2일과 3일, 영국 런던국제연극제(LIFT, London International Festival of Theatre)의 초청을 받아 사우스뱅크센터 퀸엘리자베스홀에서 '트로이의 여인들' 유럽 초연을 올린다.

뉴욕 브룩클린아카데미 오브 뮤직(BAM, Brooklyn Academy of Music)의 신임 예술감독이자 뮤지컬 '헤드윅'프로듀서로 유명한 데이비드 바인더가 2018 런던국제연극제 게스트 예술감독으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유럽 관객에게 처음으로 소개한다.

이어 오는 6월 8일부터 10일까지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국제 공연예술축제인 홀란드 페스티벌에서 공연한다. 암스테르담의 컨템퍼러리 콘서트홀로 유명한 뮈지크헤바우(Muziekgebouw aan’t J) 무대에 선다.

마지막으로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빈 페스티벌(Wiener Festwochen)에서 오는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공연을 선보인다. 유서 깊은 오페라 극장인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 오를 예정이라 더욱 주목된다. 200여 년 전에 개관한 테아터 안 데어 빈은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 요한 스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등이 초연된 역사적인 공연장이다.

2012년 김성녀 예술감독 부임 이후 창극에 동시대 공연예술로서의 생명력을 부여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온 국립창극단은, 이번 유럽 투어가 그 성과를 세계무대에서 확인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현지는 이미 언론과 관객의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홀란드 페스티벌의 공연은 전회 매진됐고, 영국 '가디언' 지는 '트로이의 여인들'을 '한국의 오페라', 빈 페스티벌은 '판소리 오페라'로 소개하는 등 한국에서 오는 창극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번 투어는 유럽의 오페라와 견줄 수 있는 한국의 대표 음악극으로서 창극이 가진 강력한 힘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창극이 가진 세계적 보편성과 미학적 성취의 확장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립창극단은 이번 투어에서 공연을 관람한 유럽 관객들이 음악을 소장할 수 있도록 '트로이의 여인들' OST를 특별 제작, 해외 투어 공연장에서 한정판 CD로 판매할 계획이다.

국립극장과 싱가포르예술축제가 공동제작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2016년 11월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초연되었다. 트로이 전쟁 관련 신화와 전설을 기반으로 에우리피데스가 쓴 동명 희곡을 배삼식 작가가 창극을 위해 새로 쓴 작품이다. 싱가포르 연출가 옹켕센이 콘셉트와 연출, 안숙선 명창이 판소리 부문의 작창, 정재일이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았다. 초연 시 객석점유율 90퍼센트를 상회하며 화제를 모았고, 2017년 싱가포르예술축제 초청 공연에서는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편, 한국이 종전 선언을 논의 중인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상황을 비춰볼 때, 전쟁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 살아남은 여성들의 강인함과 용기가 한국의 소리와 정제된 음악에 실려 유럽 관객에게 더 큰 공감과 울림을 줄 것이다.

vina12345@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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