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조아라 기자] 최근 대한민국은 '레트로 열풍'에 빠져 있다. 패션부터 음악, 사진, 영상까지 문화 전반에 레트로 감성이 퍼졌다. 레트로는 우리 문화에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레트로에 이끌릴까?

패션에 스며든 레트로... 다시금 유행하는 '나팔바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촌스러움의 대명사였던 '나팔바지'가 스물스물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예인의 화보나 일상 패션 등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사진 속 크리스탈처럼 스타들은 자신의 일상 패션에 나팔바지를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크레용팝처럼 활동 컨셉으로 나팔바지를 선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 층에서도 나팔바지를 입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90년 대 말, 잠깐 보였던 '동그란 철제안경'도 레트로 유행 중 하나다. 얼마 전까지 유행했던 '뿔테 안경'은 그 자취를 거의 감췄다. 이제는 이 '동그란 철제안경'이 안경인들의 필수템이 된 것이다. 

촌스럽다고 여겨지던 '빅 로고'도 이제는 다시 유행이 되었다. 휠라의 '빅 로고' 패션은 유행을 아는 젊은이들이라면 꼭 옷장에 하나쯤은 넣어두는 아이템이다. 홍대나 건대 등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에서는 이런 '빅 로고' 패션을 자주 볼 수 있다.

사진에서 영상으로, 점점 확장되는 레트로 분위기

'구닥'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카메라 어플이다. '구닥'은 '구닥다리'의 준말로, 옛날 필름 카메라의 느낌을 재현해낸 사진을 만들어낸다. 특히, 사진을 찍은 뒤 3일이 지나야만 갤러리에 저장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는 예전 필름 카메라에서 사진을 현상하려면 기다려야 하는 3일을 재현한 것이다.

'구닥'은 옛날 필름카메라의 빛샘 현상을 사진에 담아낸다. 특별한 점은 이러한 빛샘 현상이 일정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필름 카메라처럼 랜덤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구닥의 이러한 인기에 비슷하게 옛날 느낌을 내는 카메라 어플이나 필터들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실제 필름 카메라까지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도 레트로 분위기의 대상이다. 특히 대중가요 뮤비에서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컴백한 크러쉬의 '잊을만하면' 뮤비는 레트로 분위기를 여실히 담아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히트했던 현아의 '베베', EXID의 '내일해' 등에서도 레트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최근 컴백하는 AOA도 레트로를 컨셉으로 삼았다. 90년대와 2000년대의 아이콘 롤러스케이트와,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도트 그래픽이 그들의 레트로 컨셉이다. 

세대 아우르는 '리메이크 앨범'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은 리메이크 앨범이다. 앨범의 모든 곡이 이제는 많이 듣지 않는 옛노래를 아이유가 재해석해 부른 것이다. 김건모의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와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등이 앨범에 담긴 노래이다. 아이유는 노래뿐만 아니라 뮤비와 앨범 커버 모두에서 옛날 느낌을 자아내 레트로를 표현했다. 그녀의 '꽃갈피' 앨범은 레트로 그 자체인 것이다.

특히 아이유의 '꽃갈피'는 옛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감성과 맞물리면서 많은 젊은이들의 인기를 이끌어냈다. 음원 사이트에서 순위권을 차지하고 중년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KBS2의 '불후의 명곡'도 마찬가지이다. 옛 명곡들을 현대의 가수들에게 부르게 하는 이 프로그램은 중년들의 추억과 동시에 젊은이들의 반응도 이끌어냈다. 몇몇 곡들은 젊은이들이 대다수인 음원 사이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옛 곡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젊은이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다. 

이런 '리메이크' 곡들은 세대 간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비록 완전히 같은 곡은 아닐지라도 곡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왜 레트로에 끌리는가? 

레트로는 경제적 상황과도 맞물린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치고 미래가 더욱더 불투명해질수록, 인간은 미화된 평화로운 과거를 지향한다. 현대 한국에는 미래가 불투명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이 안정감을 주는 레트로에 끌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심지어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미디어를 통해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과거'가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사실, 레트로는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것들을 끌어와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휠라의 '빅 로고'를 현대에 유행하는 '롱패딩'과 결합시키고, 옛날 곡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등이 그 예이다. 사진과 영상도 마찬가지다. 즉 과거 속에서 '새로운 창조성'을 찾아내는 것이 레트로의 역할이다.

press@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