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경기고-경남고에 역전승하며 결승 무대 올라

▲ 경기 승리 이후 기뻐하는 광주일고 선수단.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호남 대표 광주제일고등학교와 영남 대표 대구고등학교가 2018년 전반기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최종 무대에 진출했다.

3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2회 황금사자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대회 겸 2018 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 스포츠동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이하 '황금사자기') 준결승전에서 광주제일고가 강력한 우승 후보 경남고에 재역전승했다. 대구고 역시 경기고에 역전승하며, 결승 무대에 올랐다. 88 올림픽 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서부에 위치한 두 학교가 상당히 오랜만에 황금사자기 패권을 노리게 됐다.

광주 제일고 3-2 부산 경남고

북일고와 제물포고에 승리를 거두면서 8강에 올랐을 때만 해도 광주일고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덕수고와의 8강에서 역전 쇼를 펼친 기세가 상당히 결정적이었다. 그 기세가 '거함' 경남고마저 침몰시키는 데 일조했다. 1회 초 2사 이후 5번 박시원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낸 광주일고는 곧바로 이어진 1회 말 수비서 2사 이후 4번 노시환을 자동고의사구로 거른 후 만난 5번 이주형에게 2타점 싹쓸이 3루타를 허용했다. 이후 양 팀은 5회까지 0의 행진을 이어가다 6회 초에 1번 유장혁이 동점을 알리는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기록하면서 다시 동점을 유지했다. 그리고 경남고 에이스 서준원이 버티고 있던 8회, 9번 정건석이 2루에 대주자로 나간 이현민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결승 좌전적시타를 기록하며 이번 대회 또 다른 이변을 연출했다. 이후 8, 9회 수비에서는 2학년 에이스 정해영이 구원으로 등장, 경남고 타선을 퍼펙트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 날 수훈갑은 선발로 나선 3학년 조준혁이었다. 조준혁은 7과 1/3이닝을 소화하며, 경남고 타선에 단 5안타만을 내어 주는 역투 속에 무자책(2실점)으로 4강전 승리를 챙겼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던 경남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황금사자기 4강에 만족해야 했다. 최종 순위는 공동 3위로 기록된다.

대구고 5-1 서울 경기고

베이징키즈 3세대로 대변되는 2학년들이 주축이 된 대구고가 경기고의 돌풍을 4강에서 잠재우며, 손경호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전국 무대 결승에 올랐다. 대구고는 5회 말 수비서 수비 에러로 보낸 주자가 2번 원성준의 2루 땅볼 때 홈으로 들어오면서 선취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6회 초 반격서 9명의 타자가 들어서면서 대거 5득점에 성공했다. 상대 수비 에러로 출루한 서상호가 투수 보크로 동점을 만든데 이어 4번 김범준, 5번 김태우, 6번 현원회가 3연속 적시타를 기록하면서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여기에 8번 조민성도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기록하면서 굳히기에 들어갔다. 마운드 운영은 대구고의 평소 루틴대로 이루어졌다. 선발로 3학년 김주섭이 나서면서 81구 4와 2/3이닝을 소화했고, 두 번째 투수로 2학년 에이스 이승민이 등장하면서 2와 1/3이닝 29구 무실점투를 선보이면서 벌써 대회 3승째를 솎아냈다.

▲ 경기 이후 동문들과 교가를 같이 부르는 대구고 선수단. 사진ⓒ김현희 기자

※ 결승전 관전 포인트

양 팀 모두 꽤 오랜만에 전국무대 결승에 올랐다. 당초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 경기의 묘미와 의외성이 맞물려 결승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수도권 학교를 제외한 지방팀간의 결승전 맞대결 역시 1999년 군산상고와 부산상고(옛 개성고) 이후 무려 19년 만이다.

2015년 대통령배 우승 이후 한동안 전국 본선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광주일고는 사실 황금사자기와 관련하여 기분 좋은 추억이 많다. 가장 최근 우승은 유창식(前 한화-KIA)을 앞세웠던 2010년이다. 그 이전에도 정성철(前 KIA-NC)을 앞세워 패권을 가져가기도 했다. 올해에는 그때와 같은 전국구 스타는 많지 않지만, 2018 고교 유격수 4천왕 중 하나로 손꼽히는 3학년 김창평, 장타력을 앞세운 리드오프 유장혁, 그리고 2학년 에이스 정해영(정회열 KIA 수석코치 아들) 등이 버티고 있다. 준결승전 승리 투수 조준혁이 투구수 제한으로 등판하지 못하는 가운데, 나머지 투수들의 활약 여부, 그리고 에이스 정해영의 투입 시점이 결정타가 될 전망이다. 정해영은 4강전에서도 1과 2/3이닝을 소화했지만, 22개의 투구수만을 기록했기 때문에 결승전에도 등판할 수 있다.

그런데,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 따지자면 대구고 역시 만만치 않다. 최근 전국 무대 우승이 2010년 봉황대기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황금사자기 결승 무대 진출은 1983년 이후 무려 35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대구고가 만난 학교 역시 광주일고로, 35년 전 결승에서는 대구고가 2-3으로 패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대구고의 주력은 2학년이다. 8년 전 박태호 감독이 이끌던 대구고가 봉황대기 패권을 차지했을 때에도 박종윤(넥센), 김호은(LG) 등 당시 우승 주력 멤버들은 2학년이었다. 대구고로서는 8년 전 선배들이 밟았던 길을 걸으려 할 것이다.

박종윤과 같이 폭주 기관차같은 모습을 보이는 2학년 에이스는 다름 아닌 이승민. 대회 3승째를 기록 중인 이승민 역시 4강전에도 등판했지만, 투구 숫자가 30개를 넘지 않아 결승전에 등판할 수 있다. 8년 전 김호은의 모습은 2학년생 신준우가 고스란히 재현해 주고 있다. 일단, 주로 선발로 나왔던 3학년생 김주섭을 결승전에서는 쓸 수 없다. 지난해 140km의 속구를 선보였던 백현수, 혹은 경상중학교 시절 팀의 에이스를 맡았던 또 다른 좌완 에이스, 여도건의 어깨를 믿어 봐야 한다. 출루율이 좋고, 발도 빠른 2번 타자 외야수 옥준우도 소리 없이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서울 목동, eugenephil@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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