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여론이 범죄로 짖어진 첫 사건…피해 여성 “운전 시작 첫날부터 남자들이 욕설”

사우디에서 여성 운전이 허용된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남성이 여성의 차량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랍뉴스]

[문화뉴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 여성이 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여성 운전이 해금되자 사우디 경찰은 도로 곳곳에서 여성 초보운전자를 보호하고 만일의 사고를 막기 위한 단속에 나섰다. 

경찰은 여성이 운전하는 차량을 바짝 뒤쫓거나, 여성 운전자를 위협하는 언행을 하는 남성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만약 여성 운전자를 겨냥한 성희롱, 무단 촬영 등을 범할 경우 최고 징역형에 처한다.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메카 주(州)에서는 여성 소유의 차량에 불을 지른 남성 2명이 4일 체포됐다.

불에 타고 있는 사우디 여성의 승용차. 차는 전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성 2명은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 2일 새벽 여성의 집 앞에 주차한 승용차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피해자는 다른 사우디 여성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여성운전을 허용함에 따라 이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내가 운전을 시작한 첫날부터 이웃의 남자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우디 언론들은 “방화범이 여성의 운전을 반대하는 이들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국내외에서는 사우디가 여성을 허용한 것에 대해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하며 “사우디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 내 일부 보수적 종교계와 남성들은 여성이 운전하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아 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피해자가 거주하는 메카 주는 사우디에서도 보수적인 분위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속한 사회‧종교적 관습 변화에 대한 반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운전교습을 받는 사우디 여성의 모습. 지난 달 4일 사우디는 처음으로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했다.

여성 운전이 허용된 후 반대하는 여론이 범죄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사건이 알려지자 현지 언론들은 범행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운전을 시작한 사우디 여성 중 한 명은 “이번 방화는 개인의 돌출적인 행동으로 왕명을 거역한 죄로 엄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여성의 운전은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방화범은 감옥에 가야하고 정신적 손해 배상을 포함해 차값의 배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운전할 수 있는 연령대의 사우디 여성은 90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 가운데 600만명이 운전면허증을 딸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2000명 가량이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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