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 17쪽 분량의 주의보 발표해…北에 "협상 테이블 나와라"는 압박 메시지인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무부와 재무부, 국토안보부 등 3개 부처 합동으로 '대북제재 주의보'를 발령했다.

[문화뉴스]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무부와 재무부, 국토안보부 등 3개 부처 합동으로 '대북제재 주의보(advisory)'를 발령했다.

17쪽 분량의 '북한 제재 및 단속 조치 주의보'에는 북한의 불법적인 무역과 노동자 송출에 말려들어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으로 블랙리스트에 등재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번 주의보에는 새로운 제재가 추가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후속협상이 지지부진한 시점에서 발령돼 이목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을 통해 북한이 협상의 장에 나오도록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북미 간 협상 중에는 신규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주의보에는 새로운 제재가 담겨있지 않았다.

주의보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이 무역과 노동력 파견 분야에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기만적인 수법'을 소개했으며, 각국 기업과 개인의 주의를 당부했다.

북한은 제3국 업체의 하도급을 받아 물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만약 이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판매자 또는 주문자는 제재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불법 무역 사례로는 북한 기업이 중국 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의료용 자수를 생산한 것 등이 있었다.

미국 정부는 원산지 둔갑도 북한의 대표적 불법 무역 사례라고 설명했다. 북한산 수산물은 제3국으로 밀수된 뒤 포장 등 가공을 거쳐 다른 나라 제품이 되고, 일부 의류는 '중국산'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또한 북한은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상품이나 원자재를 내다 팔고 있어 외국 파트너와 합작한 기업이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국 정부는 거래 시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정부는 주의보에 농업, 애니메이션, 제지, IT, 부동산 개발 등 37개 분야에 걸친 북한의 합작기업 239개 명단을 첨부했다.

그러면서 "이 명단이 제재 리스트는 아니지만 일부 기업은 제재 대상에 이미 올랐으며, 일부는 제재 대상 지정 기준에 부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과 '잘못된' 거래를 했다가는 미국의 대북제재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사실상 이 합작 회사들과 거래를 하지 말라는 의미다. 

2017~2018년 현재 북한은 알제리와 키르기스스탄, 콩고 등 42개국에 노동력을 파견하고 있다. 파견 분야는 의류, 건설, 신발, IT, 의료, 제약 식당, 조선 등이었다.

북한 파견 노동자는 임금 중 70~90%를 송금받아 매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가는 이번 주의보와 관련해 '비핵화 이전에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는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비핵화 원칙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비핵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견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6·12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준수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신규 제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듯이 제재는 집행될 것이고 계속 유효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압박을 늦출 수 없다"라고 전했다.

이번 주의보는 지난 2월 북한이 선박 간 환적 행위 등 북한의 해상 거래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한 데 이어 두 번째 조치다.

하지만 당시에는 재무부가 단독으로 발령한 것으로, 이번엔 외교·안보 3개 부처가 합동으로 발령해 트럼프 정부가 제재와 압박에 싣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제재와 별다른 것이 없다지만, 주의보 발령으로 북한은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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