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교수, "창의성이라 부르는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따라잡을지도..."

ⓒ 픽사베이코리아

[문화뉴스] 지난해 7월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해 "인공지능, 즉 AI가 인간을 지배할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정재승 교수 이외에도 수많은 공학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을 지배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근거들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내용의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이름은 '네오(NEO)'이다. 네오의 철자 순서를 바꾸면 'ONE'이 된다. 네오를 배신한 '사이퍼'는 컴퓨터 용어로 '0'을 뜻한다. 0과 1,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이진법'에 관한 것이다.

컴퓨터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역시 0과 1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간단한 구조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최근 '지니', '알파고' 등으로 화제가 된 '머신러닝' 기능을 추가한다. '머신러닝' 이란 컴퓨터가 대량의 정보를 수집하여 패턴을 파악하고 오류를 수정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정보(빅데이터)는 두 개씩 짝을 이뤄 쪼개지고 컴퓨터는 두 개를 비교하여 더 나은 정보를 파악한다. 마치 월드컵의 토너먼트처럼 두 개의 정보는 지속해서 비교당하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여 단 하나의 답을 도출하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마치 피라미드 혹은 나무와 같은 형태로 자료가 쌓이게 되는데 이를 전문용어로 '이진 트리', '트리'라고 부른다.

ⓒ 연합뉴스, 다큐 '알파고'의 포스터

이처럼, 인공지능은 단순 구조만 파악하면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실제로 1930년대부터 인간과 기계의 대화에 대해 연구가 시작됐고 50년 영국에서 '인간이 만든 지능적 시스템', '인공지능'으로 불리는 기술이 계발된다. 그 계발자가 바로 우리에게 '튜링어워즈'로 알려진 '엘런 튜링'이다. 엘런 튜링은 체스를 둘 수 있는 '튜로 챔프'를 제작했다. 계발을 마친 튜링은 52년 마크1이라는 컴퓨터에 이식했는데 한 수를 두는데 30분이 소요되는 등 문제가 많아 연구 수준에서 끝났다.

튜링은 이를 통해 '계산 기계와 지능'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폰 노이만'에게 직·간접적 영향을 주어 컴퓨터 구조의 표준 그리고 인공지능 역사의 개막을 알렸다. 

이후 1958년 온·오프 형식으로 인간의 뇌와 비슷한 형태 '퍼셉트론'을 만들 수 있다고 알려지며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1969년 마빈 민스키라는 수학자가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하며 미국 국방성이 AI 연구자금 2000만 달러 지원을 전격 중단하며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이후 긴 암흑기를 지나 인공지능은 1980년 다시 한번 태동한다. '퍼셉트론' 등 그동안 문제가 됐던 기술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제3의 물결'이라고 불리며 미국을 중심으로 '음성·화성 인식' 등을 통해 컴퓨터와 인간의 대화가 화제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인공지능 가전제품이 동시다발적으로 출시되며 KAIST, 서울대 등 대학들 역시 시대에 맞춰 인공지능 연구실을 만들며 이 인기에 동참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데이터 수집등 기술의 부제에 가로막혀 주류에서 밀려난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로봇산업, AI등 4차 핵심산업에 대한 가치가 올라가며 현재의 인공지능의 토대를 만들었다.

80·90년대 태동기를 마친 인공지능은 드디어 날개를 펼친다. 어이없게도 그 시작은 '바둑'이다. 지난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는 인간대표 '이세돌 9단'과의 5번의 대결에서 단 1국만을 내주고 승리한다. 많은 수를 파악해야 하여 그동안 '인간만의 성역'으로 알려졌던 바둑에서 기계가 인간을 압도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 기업은 인공지능과 제품을 결합한 상품을 출품한다. 미국, 일본 등 소외됐던 이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한 나라들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린다.

ⓒ 연합뉴스, 세종 스마트시티 기본구상 설명하는 정재승 교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인공지능의 청사진을 이야기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CPU 등 컴퓨터 핵심 부품들이 인공지능이 발전하기에 수준이 부족했지만 '슈퍼컴퓨터' 등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의 지속된 발전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심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계가 '감정'을 가지고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을 공격하기 위해 '인간을 미워해야' 한다. 0과 1로 판단을 내리는 기계가 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허나, 인공지능은 실제로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보험회사는 직원 34명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여 퇴사시켰고 LG경제연구원은 머지않아 1136만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막연한 예측에 불가했던 로봇의 '일자리 위협'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정재승 교수는 한 강연에서 "인공지능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특화되어 있고 인간의 지성은 문제를 정의하는 데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고 기계와 인간의 영역에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정재승 교수는 "물론 언젠가는 우리가 창의성이라 부르는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따라잡을지도 모를 일이지만"이라고 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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