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과세체계' 금융종합과세 확대방안 빠저, 국산 맥주 고전 거듭할 듯

ⓒ 픽사베이

[문화뉴스] 지난 30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가 심의·의결한 '2018 세법개정안'에 맥주 과세체계 개선안이 빠진 채로 진행됐다. 논란을 빚었던 '6캔 만원'의 수입 맥주는 계속해서 만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입·국산 맥주 간 과세표준 산정 요소 역차별' 논란은 계속 발생할 전망이다.

2014년을 기점으로 대형마트 중심으로 '수입 맥주 4캔의 1만원' 행사가 벌어졌고 이는 곧 편의점까지 확대됐다. 편의점 CU의 경우 자체조사한 편의점 별 맥주 매출 비중에서 수입맥주 판매량이 '60.2%'로 국산 맥주를 제치기까지 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세금 부과 방식'이 있다.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 모두 제조원가에 주세 72%와 교육세 30%가 부과된다.

그러나 '과세표준' 즉, '부과되는 기준'이 다르다. 수입맥주는 수입 관세를 포함한 수입원가만 과세표준이 되는 반면, 국산 맥주의 경우 제조 비용에 판매관리비, 예상 이윤까지 포함된다. 수입 맥주가 세금을 덜 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입 맥주인 '하이네켄'의 경우 2017년 기준 매출액의 16.2%를 주세 및 교육세로 내고 있지만 하이트진로는 같은 기간 44.4%를 주세 및 교육세로 납부했다. 맥주업계가 "공장을 해외로 이전 할 수 밖에 없다"며 불평하는 이유이다.

이로 인해 국산 맥주 브랜드인 '카스'의 경우, '카스 월드컵 패키지' 중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제품을 미국에서 역수입해 판매하는 전략까지 펼쳤다. 또 하이트진로의 역시 낮은 세금을 적용받기 위해 맥아 함량을 낮춘 '발포주(기타 주류에 해당돼 주세율이 30%인 제품)' 제품인 '필라이트'를 출시해 출고가를 낮추고 이를 이용해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법을 택했다.

정부도 이 세법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맥주 산업에 대한 시장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시설·가격 규제와 세금, 유통망 제한 등의 구조 때문에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 MBC, '불만제로' 방송화면

하지만 단순히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수입 맥주를 찾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소비자들은 국산 맥주의 '맛'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MBC '불만 제로'에서 진행한 맥주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하위 4개 제품 중 국산제품이 3개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불만 제로'의 조사 결과 거품의 유지력과 품질을 결정하는 홉은 물론이고 향과 고유의 쓴맛에서도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에 크게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맥주 북한산보다 맛없다"고 평가했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자 다니엘 튜더는 "소주의 종류는 다양한데 맥주는 두 가지 브랜드밖에 없다"며 한국의 맥주 시장에 대해 평가했다. 또 '이코노미스트'는 "대표 업체의 과점과 중소 업체의 진입을 막아 ‘맛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 슈퍼마켓 다섯 곳을 조사했더니 두 업체의 330mL 캔 제품의 가격이 정확히 일치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일부 제품을 제외한 국산 맥주 대부분은 '미국식 부가물 라거'다.

'미국식 부가물 라거'는 보리와 홉의 사용량을 줄이고 옥수수나 쌀 등의 녹말을 섞어 맛과 향을 낮추는 대신 생산단가를 절감하고 대량생산에 적합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에일·밀맥주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독일 등 유럽과 비교해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좁았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미국식 부가물 라거'는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제품군이다. 가볍게 마실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전 세계 맥주 시장의 70%가 ‘라거’ 제품이다. 실제로 영국의 요리사 고든 램지는 "카스 맥주는 전 세계 최고의 맥주는 아니지만 최상의 맥주중에 하나임은 틀림없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 연합뉴스, “Bloody Fresh!” 광장시장 찾은 고든 램지

그러나 수년간 지속된 '맥주 자체의 맛'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업체들의 신제품 개발은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최근 중·소기업인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와 GS25가 손잡고 내놓은 '광화문 SEOULITE ALE'과 '제주맥주'의 '제주 위트 에일' 등이 편의점을 중심으로 유통되기 시작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독점 업체인 OB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3개 업체의 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은 0.41%로 전체 제조업 평균 2.4%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롯데주류가 지난 2014 '클라우드'를 시작으로 작년 '피츠'까지 시장에 내놓으며 국산 맥주 역시 수입 맥주와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라거' 중심으로 출품하고 있어 수입맥주와의 경쟁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맥주 생산·연구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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