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농산물 소비, 시장의 ‘외형적인 기준’ 무너트리며 새로운 트렌드이자 소비로 활용

최근 농산물을 고르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 ⓒ인터마르셰

[문화뉴스] 최근 농산물을 고르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

과거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과일과 채소들은 다 ‘예쁜’ 모양이었다. 장을 볼 때도 우리는 흠집 없는 농산물을 고르려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고, 작년에는 하트 모양 딸기가 유행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올해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도시가정의 농식품 구매 4대 트렌드’를 살펴보면, ‘못난이 과일’에 대한 소비가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못난이 과일은 과일 겉면에 흠집이 나거나 변형이 된 과일이다. 이러한 과일은 정품 상품에서 탈락한 것이지만, 요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울퉁불퉁 못나서 버려지는 농산물들만 1년에 272만톤이나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양은 전 세계 농산물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못생겨서 버려지는 농산물은 결코 지구에 좋지 않다. 매립지에 버려진 농산물은 부패하며 메탄을 내뿜는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부다 온난화에 21배 기여한다. 

UN에 의하면 못난이 농산물을 위해 쓰이는 물은 러시아의 볼가 강에서 1년 동안 흐르는 물 만큼이나 많다. 

못생겨서 버려지는 농산물은 결코 지구에 좋지 않다. ⓒ청와대

못생겼다는 이유로 농산물이 버려지지만 여전히 식량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2013년 기준 4910만명의 미국인은 식량이 불안정한 집에서 살았다. 못생긴 농산물을 버리지 않고 싸게 팔면 가난한 사람들이 사 먹을 수 있고, 농부들은 같은 양을 수확해도 더 이윤을 남길 수 있다.

못난이 채소들을 위해 세계는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EU는 2014년을 ‘식량 낭비를 막는 해’로 정했고,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슈퍼마켓인 인터마르셰는 ‘못생긴 과일과 채소’ 캠페인을 벌이며 식량 낭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못난이 채소도 맛있고,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캠페인 뿐만 아니라 못난이 채소를 활용한 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한 회사는 못난이 채소를 썰어 말린 야채 칩을 팔고 있다. 이를 통해 못난이 채소는 맛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깼다.

우리 나라도 못난이 농작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수해지역 농가의 낙과로 만든 과일 화채가 제공됐다. 우리 농가를 살리자는 ‘윤리적 소비’를 하고 있어 많은 국민의 호응을 받았다.

실제 일반 과일의 구매액은 2014년을 기점으로 줄어들었지만, 못난이 과일의 구매액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농촌진흥청

실제 일반 과일의 구매액은 2014년을 기점으로 줄어들었지만, 못난이 과일의 구매액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의 경우 2012년 대비 5.1배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못난이 과일의 소비는 주부 나이가 40대인 가구에서 구매가 가장 많고 대개 2인 이상, 특히 3인 가구에서 높은 구매액을 보인다.

구매 장소로는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 온라인 구매순으로 나타나며 특히 온라인 몰을 통한 구매는 아직 크지 않지만 2014년 이후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는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 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가치소비’의 결과물이다. 자신이 가치를 두는 것을 위해서 소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소비가 유행이 되어 비싸고 예쁜 농산물이 아닌, 값싸고 못난이더라도 맛과 영양이 있는 농산물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잉여 농산물을 소비한다면, 음식 폐기물을 감소시키고,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 또 농산물 생산농가의 소득에 이바지함으로써 도시 농촌간 경제격차를 해소할 수도 있다. 

지금 못난이 농산물의 소비는 시장의 ‘외형적인 기준’을 무너트리며 오늘날의 새로운 트렌드이자 소비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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