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기 버튼 말고, 싸우기 버튼 말고, 그냥 두기 버튼 꾸욱.

[문화뉴스] 기쁨은 취하고 슬픔은 버려라! 기쁨을 주는 존재는 받아들이되, 슬픔을 주는 존재는 그냥 신경을 끄는 것, 이것이 감정의 미니멀리즘이다. 이 시점에서 Let It Be, 즉 '그냥 두어라'의 철학을 파고들었던 장자를 모셔오자.

장자는 이름이 주, 전국시대 사람이었다. 공자의 책에 인간이 주로 나온다면 장자의 책에는 자연이 많이 등장한다. '조삼모사'도 그 대표 격이겠지만, 곤과 붕을 비롯한 나무나 여러 동물이 캐스팅된다. 장자의 이야기들은 알레고리, 즉 동양의 이솝우화다. 너도나도 이름과 이익을 탐하던 시기에 장자는 자유를 탐닉한 자유인이었다.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해서 그것을 늘려주려 하면 오리는 분명 두려워할 것이다. 학의 목이 길다 해서 목을 짧게 만들려 하면 학은 슬퍼할 것이다. 무릇 긴 것을 억지로 짧게 해서는 안 되며, 짧다고 해서 억지로 길게 해서도 안 된다."

감정 사용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를 내 스타일대로 바꾸려면 반드시 싸움이 날 것이다. 그를 애써 좋게 바라보려고 하면 내 마음에 병이 날 것이다. 그냥 두자. 그 사람은 그 사람이다. "저 사람은 저런 스타일이군. 알았어, 오케이."

장자의 시각에서 보면 죽음도 감정 소모의 대상이 아니다. 장자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태어나 잠시 살다가 이제 다른 것으로 변해 떠날 뿐이라며 죽음 역시 슬픔의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장자는 미니멀리즘의 고수답게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쿨한 태도를 보였다. 세월이 흘러 장자에게도 죽음이 다가오자 제자들은 거창한 장례를 치르려 했다. 이에 장자가 말했다.

“하늘과 땅이 내 널이 될 것이고, 해와 달이 옥처럼 비출 것이다. 온갖 것들이 장례 선물이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모자람이 없거늘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장자는 세속적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세계에서 유유자적의 생애를 보내려면 어떤 철학,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가를 깊이 고민했다. 그가 도달한 결론은 무위자연대로 사는 것, 즉 그냥 두기(Let It Be)다. 그는 삼무(三無)를 강조했다. "기(己)와 공(功)과 명(名)을 버려라." 이기심과 공명심과 명예욕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고, 그러면 천지자연을 마음대로 소요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숲으로 놀러 가는 사람은 한 끼 먹을 것만 가지고 가도 배고픈 줄 모르지만, 백 리 길을 가는 사람은 하룻밤 지낼 양식을 준비해야 하고, 천리 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먹을 양식을 준비해야 한다. 무언가를 이루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람을 내 방식대로 바꾸려다가는 감정 소모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감정사용의 미니멀리즘은 잠시 벗어나 관망하는 것이다. 바꾸기 버튼 말고, 싸우기 버튼 말고, 그냥 두기 버튼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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