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로 3년간 매주 서울 강남 일대에서 30대 여성과 데이트 했다는 기사가 나오기 전까진...

ⓒ 강원랜드 제공

[문화뉴스] 후덥지근하던 날씨가 지난 주말부터 신기하리만큼 시원해졌다. 평소 같았으면 월요일 출근길에 허겁지겁 출근하면서 흘릴 땀방울도 볼 수 없었다. 모처럼 상쾌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그러나 그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향신문이 27일 오전 국회의원 출신인 함승희 변호사(67)가 지난해 말까지 강원랜드 사장으로 있으면서 3년간 매주 서울 강남 일대에서 30대 여성과 데이트를 즐기면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보도가 전해지기 전까진. 

또 함 변호사는 재임시절 해외출장을 갈 때 이 여성과 거의 매번 동행한 의혹도 일고 있다. 이 여성은 함 전 사장이 2008년 설립한 보수성향 싱크탱크 '포럼오래'의 사무국장 손모(38)씨다. 경향신문이 강원랜드에 정보공개를 신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함 전 사장은 2014년 11월 취임 후 3년간 모두 17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함승희 변호사는 '모래시계'·'범죄와의 전쟁'에서 나온 검사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했다. 

사법시험 합격 후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 1년간 조직폭력배를 무려 280명을 구속하며 기네스북에도 이름을 올린 경력을 가지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 영화가 만든 유명한 대사처럼 정말 정의가 살아있는 법조인이었다. 특히 1993년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연루된 `동화은행장 비자금사건'을 추적하며 노태우,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실체를 밝혀냈고, 정치계에 입문해서는 제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돈세탁방지법을 만들기도 했다. 

함승희를 롤모델로 한 범죄와의 전쟁 ⓒ 영화 공식 사진

그런 함승희가 이후 공기업 사장으로 변신했다고 하니 많은 기대가 있었다.

실제로 강원랜드 사장으로 있으면서 그 이름에 준하는 소식만 전해졌다.  취임 직후 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직원에 대해 전격적으로 검찰에 고발하고, 지지부진하던 노사 임금교섭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나아가 임기가 종료된 임원들을 전원 교체하면서 역대 사장들과는 다르게 낙하산 관습을 끊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었겠지만, 어느 정도 성과 있는 임기를 보냈다고 볼 수 있었고, 실제로 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출마설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간 걸어온 길을 비추어보면 함승희 변호사는 앞으로 명망 있는 이 시대의 어른으로 충분히 존경받을 수 있는 분이었다.

보도 내용의 진위여부야 앞으로 하나둘씩 밝혀지겠지만 이미 맥이 빠진 기분을 쉽게 지울 수가 없다. 

같은 날 알려진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의 폭언이나 갑질은 "아직도 재벌 중에 저런 사람이 있네"라고 넘기면 그만이다. 이런 사안이야 사실 처음 있었던 일도 아니니까. 

ⓒ 강원랜드 제공

반면, 함승희 변호사의 이번 소식은 쿨하게 넘기기가 쉽지가 않을 듯 싶다. 검사시절 홍준표 말고도 꽤나 많은 사람이 가장 존경하는 법조인으로 함승희를 꼽았었기 때문에. 우리 시대에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건 아닐지 괜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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