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짝사랑 이야기, 그리고 그걸 ‘마무리’하는 방법

[문화뉴스 문화공감] 이 글을 클릭한 당신은 아마 한 단어에 꽂혔을 테다. 뭐 어쩌다 이 글을 보게 된 분들도 경험은 분명 있을 거다. ‘반쪽짜리 사랑’이라고도 불리는 짝사랑 말이다.   

누구나 짝사랑을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자. 5살 해바라기반 그 애를 쫓아다닌 것도 짝사랑이요, 힐끗힐끗 눈이 가던 그 애도 내 짝사랑 상대였다. SNS를 하루에 수십 번씩 들락거린 이유도 그 애를 짝사랑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건,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기적'같은 일이라 할 수 있다. [Photo by Anthony Tran on Unsplash]

두 남녀가 만나서 동시에 사랑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마 그 확률은 엄청나게 낮을 테다. 왜냐, 세상엔 짝사랑을 하는 사람이 넘치다 못해 쏟아지고 있으니까.

포털사이트에 ‘짝사랑’을 검색하면 ‘짝사랑 포기하는 법’, ‘짝사랑 잊는 방법’, ‘짝사랑 고민 상담’ 글이 넘쳐난다. 그 경험담을 보자면 짝사랑 상대에게 거절을 당했지만 마음이 쉬이 접어지지 않는 분들, 고백은 엄두도 못 내는 분들, 오랫동안 짝사랑 한 탓에 연애엔 별 감흥이 없는 분도 있더라.

오늘 문화공감에서는 우리들의 짝사랑 경험담에 얘기해보려 한다. 에디터의 개인적인 경험도 있겠지만, 아마 공감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게 여러분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 사랑에 빠지는 순간

짝사랑은 불쑥 찾아와 서서히 스며들기 마련이다.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먼저 에디터의 경험담 먼저 풀어보겠다. 20살이었던 그때 짝사랑 상대는 에디터의 취향은 전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이상형과 정~말 거리가 멀었다. 말도 많았고, 껄렁껄렁하게 걷고, 실실 웃고 다니고 첫인상은 완전 양아치나 다름이 없었달까.

지내고 보니 영 양아치 같은 아이는 아니었고, 같은 강의를 듣게 된 이후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날도 같은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그 애가 책 한편에 뭔갈 끄적끄적 쓰더니 보여주더라. ‘나 오늘 소개팅 함’

그 애가 소개팅을 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그때 알겠더라. 아, 내가 얘를 좋아하는구나. 짝사랑에 빠졌음을 깨닫는다는 건, 정말 다신 경험하기 싫은 느낌이다.

갑자기 이 아이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밤에 집에 잘 들어갔냐는 통화도, 구구절절 늘어놓던 말도 다 재밌었다. 웃는 얼굴도 꽤 귀여웠고, 목소리도 좋았다. 

조금 조금씩 감정이 쌓여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지더라. [Created by Rawpixel - Freepik]

이렇듯 짝사랑은 정말 사소한 순간들이 쌓이면서 시작된다.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좋아서, 같이 있는 그 시간이 즐겁게 느껴졌을 때, 질투를 느끼는 순간에서야 이 오묘한 감정이 ‘짝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됐을 때, 갑자기 그리고 자주 그 아이 생각이 떠오를 때. 

원하던 상대에게, 원하는 순간에 사랑에 빠지려면 좋으련만 짝사랑은 무례하게도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민다. 그래서 때로는 그런 짝사랑이 당혹스러울 때도 많다. 

 

# 고백할까? 말까?

고백하느냐, 참느냐. 짝사랑의 가장 큰 고민이다. [Created by Freepik]

고백하느냐, 참느냐. 에디터는 고민 없이 후자였다. 친구 관계를 깨트리는 것 자체가 겁이 났으니까. 그 애가 입대를 한다며 머리를 빡빡 밀고 인사하러 왔을 땐, 눈물이 찔끔 났던 것 같기도 하다. 

고백 자체를 못하고 끝내는 건 참 처량한 일이라곤 하지만,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분들은 많다. 에디터의 지인은 백수 폐인으로 방바닥만 긁던 시절, 짝사랑에 폭 빠진 경험이 있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었던 분, 원치 않게 경제활동을 중단해본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테다. 그런 기간은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은 불편하다. 괜히 눈치가 보이고, 부모님이 실망하실까 걱정되고. 그러면서 자존감은 한없이 떨어진다. 

지인은 ‘뭐라도 해보겠다’라며 나간 취업 스터디 모임에서 한 여자를 만났고, 자신과 다르게 ‘이런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기죽지 않는 모습에 호감이 갔단다. 어떤 사랑은 갑자기 한 번에 파도처럼 밀려온다지만, 이 경우 가랑비에 가까웠다. 

괜히 눈길이 가서 한 번, 지나갈 때 느껴지는 향기에 한 번, 그렇게 돌아보다가 어느새 시선이 묶여버리는 것. 가랑비처럼 알게 모르게 흠뻑 젖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 지인은 고백은 엄두도 못 내본 짝사랑에 해당하겠다. [Created by Ijeab - Freepik]

뭐, 결론만 말하자면 이 지인의 짝사랑도 흐지부지하게 끝이 나버렸다. 고백할만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시도도 해보지 않았단다. 

힘든 시절을 버티고 있었던 지인은 ‘내가 지금 사랑타령이나 할 땐가’ 싶었다며, 감정을 꾹꾹 눌렀단다. 더 짠했던 건, 오히려 짝사랑을 숨기는 게 더 편했다는 말이었다. 청춘이니 연애니 하는 거창한 단어보단, 사회로의 진출이 필요할 때였으니까. 

에디터가 봤을 땐, 이 지인의 짝사랑은 여전히 진행 중인 듯하다. 볼펜 끝을 깨무는 버릇, 자기소개서를 읽을 때마다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 등을 상세히 기억하는 걸 보면 말이다.

 

# 술과 짝사랑의 관계

취중고백을 하고 싶지 않다면, 술은 멀리 하자.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짝사랑에 폭 빠진 시점이라면 술은 멀~리 하는 것이 좋다. 정말이다. 아니, 멀리하지 말고 절대 금물이다.

에디터가 신입생 때 술을 마시고 짝사랑 상대에게 고백을 한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짝사랑을 하던 친구였는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보기엔 그 남자애는 이 친구에게 마음이 없었다. 친구도 그걸 알지만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던 상황이었고.

여느 날과 같이 술을 진탕 마시던 중,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 친구가 전화를 붙들고 울고 있더라. ‘좋아한다, 너는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 꼬부라진 혀로 고백을 하던 그 상황을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는 좀 짠하고 슬프더라. 이렇게 귀여운 내 친구를 도대체 왜 안 좋아하는 거야!

확실한 거절은 짝사랑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라지만, 너무 상처가 되는 말도 좋지 않다고(...) [Created by Jcomp - Freepik]

결국 친구는 아주 뻥! 하고 차였다. 다음 날 아침 그 남자애가 아주 확실하게 말해줬다더라. “너랑은 사귈 마음이 없다. 우린 친구잖아”, “넌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확 그은 거다. 그때부턴 이 친구랑 거의 한 달간을 술만 먹었던 거 같다. 물론 술자리의 주제는 그 매정한 놈이었다.

근데 이 친구가 졸업할 때쯤 말하더라. 확실하게 거절해줘서 고마웠다고, 이럴 줄 알았다면 3년간 속앓이 하지 말고 고백을 할 걸 그랬다고. 하지만 이 방법도 부작용이 있긴 있다. 얜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그 남자애와 더 이상 친구로 지내고 있지 않으니까. 

 

# 짝사랑과 이별하는 법

고백과 이별을 쉽게 결정지을 수 있는 방법. 바로 부치지 못할 편지 쓰기다.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에디터가 최근 본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보면 재밌는 장면이 나온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는 것이다.

진짜 발송할 편지, 그리고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쓰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나만 읽을 편지라는 걸 알고 쓴다면 훨씬 더 감정에 솔직해지고 감정 소모 정도도 알게 된다는 거다. 

짝사랑이 나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 하나로 하루의 기분이 좌지우지될 때, 그 사람이 나를 이성적으로 보지 않는 것 같을 때도 짝사랑은 눈치 없이 잘도 자란다. 

이상하게도 짝사랑은 누군가에게 말하면 말할수록 더 찐해진다. 그 사람에 대해 말하고, 떠들면서 더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그 사람은 왜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고백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한 번 질러보자. [Created by Xb100 - Freepik]

하지만 여러분,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아무리 눈빛이 많은 걸 말해준다지만 말만큼 확실하고 직설적인 게 또 있을까?

이런 복잡한 감정을 정리할 땐, 글만한 게 없다. 이리저리 늘어져있는 여러분의 감정을 한 번 적어보자는 거다. 이 편지를 쓰다가 ‘그래도 날 알아주지 않는 너보단 나 자신이 더 소중한 것 같다’는 결론이 날 수도, 아니면 충동적으로 편지를 들고 상대에게 달려갈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짝사랑과 사랑에 관하여

짝사랑에서 사랑이 될 수 있는 방법은 고백 뿐이다. [Photo by Tyler Nix on Unsplash]

우리들의 짝사랑 경험담에 대해 얘기해보자고 시작해놓고, 어째 실패담만 늘어놓은 듯하다. 하지만 짝사랑에 관해 들쑤시고 다녀보니 성공담도 꽤나 있더라.

짝사랑을 청산하고, 지금 달콤한 연애를 진행 중인 지인에게 “어떻게 짝사랑을 연애로 성공시켰느냐”라고 묻자, “try”라는 세 글자만 답장이 왔다. 그 반응이 너무 짧고 단호해 한참을 웃었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답변 아닌가? 정말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정작 로또를 사지도 않는 사람이 당첨을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인의 말처럼, 안 부딪히고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없다. 보통 고백을 하면 ‘어색해질까’, ‘나를 갑자기 피하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망설이게 된다. 이런 고민을 하는 시간도 좋지만, 좀 더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져도 괜찮다는 거다.  

여러분의 짝사랑, 분명 에디터의 지인처럼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확신한다. [Created by Rawpixel - Freepik]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그 사람을 다시 돌아본다고 하지 않는가. 짝사랑을 하고 있는 여러분은 분명 괜찮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서 자기감정을 꾹 참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일 테니까.

오늘 이렇게 여러 저러 지인의 경험담을 빌려 짝사랑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은 까닭은 여러분들의 짝사랑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에디터와 같이 흐지부지하게 괜찮은 사람을 떠나보내지 마시고, 한 번은 고백해봤으면 싶다.

여러분, 저 위 누군가의 말처럼 try해보시라. 짝사랑엔 분명 새드엔딩만 존재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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