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예의 미래 <청춘의 농담濃淡> 개최

ⓒ 예술의 전당

[문화뉴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이 한국서예단체총협의회(대표 권인호, 강대희, 김영기, 윤점용, 이하 서총)와 공동으로 오는 21일부터 10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SACCalliFe 2018 한국 서예의 미래 <청춘의 농담濃淡> 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40대 청년작가 49인이 서(書)를 기반으로 풀어낸 다양한 장르의 작품 121점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다양한 국적의 그래피티 작가 16인의 작품 50여 점도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50대 미만의 젊은 서예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된다는 점인데, 서예 전공 학과가 전무한 우리 현실에서 서예 부흥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의미 있는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고학찬 사장은 "예술에서 장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요즘, 서예와 그래피티가 만나고 동양화와 서양화가 뒤섞이는 것은 이미 예비 되어있던 현실"이라고 진단하며 "우리 서예가 전통과 관습으로 보호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세계의 힘찬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싣고자 기획했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시 기간에 진행되는 작가 워크숍을 통해 관람객들과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를 분석, 토론하고 우리 서예의 미래를 전망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특히 위기에 놓인 우리 서예와 세계 미술의 접점을 찾고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입장권은 성인 5,000원, 학생 3,000원이며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현장 매표소에서 살 수 있다.

■ 위기에 놓인 한국 서예의 현실에서 젊은 작가 49인이 제시한 서예 부흥의 실마리

전통의 명문 원광대 서예 학과가 올해로 폐과됐다. 이로써 전국에 서예 학과는 단 한 군데도 남지 않았으며 경기대 미술대학에 한국화, 서예 전공만이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다. 중국에 199개의 서예 학과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서예 현실은 초라하다. 서예는 오랜 수련이 필요한 장르라는 오랜 관념의 결과로, 이제까지 큰 규모의 서예 기획전시에 출품한 작가는 대부분 40대 이상, 많게는 80대의 연령대였다. 그 결과 젊은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타 예술계와 비교해 서예는 고루한 예술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고 말았다. 이런 시점에서 이번 전시는 '한국 서예의 미래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부제 아래 '서예의 미래'로 지칭된 20-4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뜨거웠던 작품 선정의 시간, 한국 서예 청춘들의 농담으로 세계미술과의 접점을 찾는 기회

예술의전당과 서총은 지난 6월 1일부터 23일까지 23일간 공동으로 출품작가 공모를 진행했다. 20-40대 청년작가를 대상으로 전통, 현대 서예 및 문인화 부문 출품 작가를 모집했으며 공동으로 구성한 작가선정위원회에서 포트폴리오 심사를 통하여 총 51인을 선정했다. 전시에는 불참을 통지한 작가 2인을 제외한 49명의 작가가 최종 참여했다. 이와 함께 세계 현대미술의 주류로 부상한 그래피티 작가 16명의 작품 50여 점도 따로 초청해 우리 작가들의 서예작품 경향을 세계미술의 현재와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최근 우리 서예가 현대미술과 감각적 소통이 훨씬 긴밀해진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전통서예 이외에 문자 추상, 심지어 미디어아트까지 서예와 미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가로지르며 새로운 창의적인 실험을 심화하고 있다. 글자의 틀과 수묵의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으며 고전적인 지향을 내면화하는 유형(1. 전통과 고전탐구)이 부각되는가 하면 글자와 그림의 융합 등 새로운 형식(2. 경계 넘나들기)의 창출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또 글자와 그림의 틀을 넘어서서 서예와 회화의 새로운 차원을 찾고자 하는 활동(3. 경계 무너뜨리기)도 목격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대변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주축으로 소개함으로써 한국의 미래 서예를 동시대 세계 현대미술과 대등한 위상으로 격상시키고 그 차이와 특성을 부각해 내일의 진로를 모색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서예와 수묵의 다양한 형태와 변형의 갈래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미 가독성과 형상을 넘어 버린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점차 예술에서의 장르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있고 서예와 그래피티가 한 자리에 만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발원한다. 

서화 동체를 넘어 긋기, 쓰기, 그리기가 하나로 통하고 동양화, 서양화를 넘어선 세계가 하나로 통하는 세계적 흐름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서예, 동아시아 전통의 수묵 문화가 새로운 세계적 환경 속에서 이 시대의 자유인들이 남긴 흔적을 쓰고 표현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을 세계인들이 우리가 나누었던 공감의 표현으로 간직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서예 전통도 보호해야 할 옛 문화의 관습이 아니라 글로벌 세계의 힘찬 동력으로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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