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냉전 시기, 미소 정상회담 장소로 애용…북미 외교공관 위치, 중립국인 점도 고려된 듯

미국 정부가 북미 실무담판 장소로 오스트리아 빈을 지목하면서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뉴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합의가 포함된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혔으며,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도 전했다. 

이에 미국이 북미 실무담판 장소로 오스트리아 빈을 지목하고 나섰다. 아직 북한은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를 꺼릴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조만간 북미 ‘빈 담판’이 성사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장소로 빈을 선택했는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추진될 고위급 북미대화에서는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 수도인 빈이 역사적, 상징적, 실질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장소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과거 냉전 시기, 오스트리아 수도인 빈은 미국과 소련의 정상회담 장소로 이용돼왔다. 이 때문에 화해와 타협을 이룬 상징성이 제법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존 F.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1961년 미소 정상회담을 연 바 있으며, 1979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역시 이곳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탈퇴로 상황이 복잡해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장기간 협상을 거쳐 최종 타결된 장소도 바로 빈이다. 

오스트리아 빈에는 국제원자력기구 본부가 위치하고 있다.

역사적인 장소로 꼽히긴 하지만 북미 협상이 빈에서 열린 사례는 없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북미 양측이 빈에서 협상을 이뤄 새로운 관계 설정으로 이어진다면 빈은 또 하나의 세계적인 화해와 타협을 만든 곳이라는 유명세를 얻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 빈을 선택한 이유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유력하다.

앞서 평양공동선언에서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이에 비핵화 검증과 사찰을 중시하는 미국이 빈에서 북한과 협상을 진행한다면 IAEA 등과 수월하게 협력할 수 있고, 실질적인 사찰 절차 진행 시 신속하게 팀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샀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환영 성명에서 IAEA의 역할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평양공동선언 환영 성명에서 “남북 정상이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라며 IAEA의 역할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또한 빈에 북한과 미국의 대사관이 주재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가 서방에 속해있으면서도 중립국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북미대화는 뉴욕 유엔본부,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지에서 열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에도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다. 

이 도시들은 대부분 북미 양국이 대사관이나 대표부를 뒀거나 그간 북한과도 일정한 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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