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D(Visual Machandiser), 매장 디스플레이를 넘는 통합 마케팅 전략을 제시

VMD 전문가, 아이씨디(ICD) 이태경 대표 / 사진 = 신화섭 사진기자

 

(문화뉴스 울트라문화) 명동 지하철역을 나와 중앙로에 진입하면 대한민국의 이름난 화장품 브랜드 수십 개 매장을 볼 수 있다. 화려한 간판과 구매욕을 자극하는 제품 디스플레이, 원색의 내부 인테리어가 볼만하다. 이 많은 브랜드 중 경쟁사를 제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매장과 제품은 어떤 것일까?

 

명동 번화가 한 코너에 자리 잡은 클라뷰(KLAVU) 화장품 매장. 이곳에서 아이씨디 이태경 대표를 만났다. 이곳은 매장 오픈에 관한 인테리어나 제품 디스플레이까지 이 대표가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다. 진주 소재 제품 브랜드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바다를 상징하는 컬러와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VMD, 제품과 소비자가 현장에서 만나는 통합 마케팅 전략

 

"VMD는 단순한 디스플레이 전략이 아닙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서 매장의 상품진열까지 일관성과 전략을 짜는 작업이고, 소비자에게 더 과학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매장을 디자인하는 종합적인 마케팅입니다.”

 

VMD는 Visual Machandiser의 약자다. 마케팅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각적으로 연출하고 관리하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디자이너+디스플레이어+스타일리스트’를 합쳤다고 보면 된다.

 

“평소에 이렇게 직원들과 저희가 만든 매장에 와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직원들이 모두 디자이너에요. 아무래도 책상에 앉아 있는 것보다 이렇게 현장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아가는 체험이 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태경 대표가 VMD 전반을 맡은, 명동 클라뷰(KLAVU) 화장품 매장 / 사진 = 신화섭 사진기자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매장에 대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꼼꼼히 설명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대표는 이 매장이 인근 타 브랜드 매장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매출액이 꽤 괜찮다고 설명했다.

 

“매장 대표님이 장사를 잘하시기도 하고, 이 매장을 만들면서 저희와 소통을 잘하셨어요. 화장품이라고 해서 매장이 무조건 화려하거나 커야 한다는 생각은 효율적인 마케팅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매장의 규모와 매출이 꼭 정비례하는 것도 아니고요.”

 

화장품은 판매하기 어려운 소비재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동선과 쇼퍼의 행동심리 등 쇼핑에 대한 과학과 수학적인 계산이 필요하다고 이 대표는 설명한다. 특히 비슷비슷한 브랜드처럼 보이는 직영매장에서는 본 매장만의 개성과 매력을 어필하기 어렵다.

 

“그래도 직영매장은 나은 편이죠. 요새 화장품 쪽 유통을 휘어잡는 올리브영, 부츠, 왓슨코리아 같은 편집숍은 거의 전쟁터라고 볼 수 있어요.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경험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VM입니다.”

 

아이씨디 이태경 대표, 과감한 투자와 비전으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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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할 당시만 해도 그래픽을 하는 디자이너로 살아갈 줄 알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선배가 그렇게 직장생활을 했고 그래도 그때는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있을 때였다.

 

사진 = 신화섭 사진기자

 

“그런데 시대가 바뀌기 시작했어요. 코스메틱 산업이 성장하면서 백화점 패션 VMD 문화가 화장품 쪽으로도 필요하게 되었죠. 아모레퍼시픽 내에서도 그러한 필요성을 느껴 부서를 만들었고 저도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단순히 디자인이 아닌 제품의 통합적인 마케팅 환경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초창기 VMD 모델의 시작이었고 이후 점차적으로 인력이나 회사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보기에는 아직 제대로 된 VMD를 실현하는 회사나 인력이 많지 않다고 했다.

 

“브랜드에 대한 종합적인 안목을 키우면서 현장을 많이 나가게 되었어요. 노하우가 늘어나면서 LG전자로 이동하여 다른 업종도 경험해 보게 되었죠. 이후에 중국의 상위권 화장품 회사 VMD도 담당해서 해보았는데요. 중국은 모바일 주문이 많아요. 그래서 신규 화장품 기업이나 후발 브랜드는 온라인 판매+오프라인 거점의 믹스 전략으로 나가야 하죠.”

 

이 대표는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울트라브이(Ultra V)의 코스메틱 브랜드 디자인과 오프라인 경쟁력을 상승시키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 대표는 홈쇼핑을 통해 돌풍을 일으킨 울트라브이의 이데베논 앰플을 중심으로, 통합된 브랜드 디자인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마케팅 전략을 구상 중이다.

 

“한류문화나 K뷰티가 큰 영향을 끼쳤죠.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수출이 막히면서 중국 쪽이 어려워졌고, 중국의 브랜드도 만만치 않게 성장했죠. 한국의 시장이 역동적이고 변화가 빠른 만큼, 울트라브이와 같은 강소기업들이 디자인이나 마케팅 쪽으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합니다.”

 

사진 = 신화섭 사진기자

 

이 대표는 중국 시장 진출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중국 현지인과 올해 안에 아이씨디 차이나 현지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중국이나 동남아 쪽의 VMD 사업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 VMD 관련 업체가 많이 생기고 양적으로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유럽이나 선진국의 동종 업계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업체 스스로 인력 양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 대표 역시 전문성 강화를 위해 관련 디자이너 인력을 대폭 늘리고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더불어 이 대표는 VMD 관련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 했다. 단순히 디자인의 개념이 아닌, 제품기획부터 디스플레이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인력을 키우는 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게 큰 비전이라고 말했다.

 

“저희 디자인 담당자들은 모두 여성입니다. 화장품의 주 소비대상인 여성과 공감하며 소비패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회사에서는 마케터로 활동하지만, 퇴근 이후와 주말에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화장품을 직접 구매하고 체험해가며 상품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아이씨디 역시 소비자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VMD회사로 발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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