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몰랐던 너 네가 몰랐던 나, 다시 우리의 이야기

ⓒ 영화공식포스터

[문화뉴스 MHN 박지민 인턴기자]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제목은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미 실사판 영화로도 만들어져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2016 일본 베스트셀러 1위, 누적 발행 부수 260만을 돌파한 명작이다. 조금 잔인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영화의 포스터는 섬세하고 순수한 감성을 가득 담고 있다. 

이미 실사판 영화로 한 번 흥행을 거둔 영화는 애니메이션에서도 그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또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작가 스미노 요루가 제작 초기 단계부터 시나리오 작업, 콘티 과정까지 참여한 것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에서 '나'는 '공병문고'를 주워 사쿠라의 비밀을 알게 됐을 때 '아 그래'라는 덤덤한 반응을 내뱉는다. 아마도 이 덤덤함이 사쿠라가 남은 생을 함께 보낼 사람으로 '나'를 선택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죽음을 앞두고 사쿠라가 택한 태도는 밝음이다. '나'와 처음 만나게 됐던 순간부터 사쿠라는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유지한다. 반면에 '나'는 사쿠라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타인의 세계에 깊이 관여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런 '나'를 사쿠라는 점점 그녀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둘은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여행을 떠난다. '나'는 무심한 듯 그런 사쿠라를 조금 귀찮아 하기도 하지만 점점 그녀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녀와 깊은 관계가 될수록 '나'는 점점 그녀의 죽음을 실감하게 된다. 덤덤함을 유지하고 있던 '나'에게 '진실 혹은 도전'을 통해 사쿠라가 던진 질문 "나 사실은 죽는 게 너무 무섭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는 그 덤덤함을 무너뜨린다.

두 사람의 관계의 진전에 있어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대사가 여러 번 등장한다. 둘 사이는 친구 혹은 연인의 단면적인 관계로 규정할 수 없다. 그들은 고백 대신 '췌장을 먹고 싶다'는 표현을 쓴다.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영혼의 일부라도 되길 원한 걸까, '나'는 사쿠라의 세계에 들어가, 결국 사쿠라를 닮아간다. 이는 결말에 나온 것과 같이 자신만의 세계를 중시했던 '나'가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타인에게 '친구'가 되자고 먼저 말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사쿠라가 영화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그들이 했던 모든 선택들은 서로의 만남을 위한 것이었다. 이는 그들의 이름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서도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처음부터 밝혀진 사쿠라의 이름과 달리 '나'의 이름은 결말에 이르기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둘의 이름은 서로가 서로를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존재했다는 의미를 전해준다. 이 역시 둘의 연결고리를 더욱 공고히 해주는 요소중에 하나이고 수많은 선택들이 그들의 만남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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