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최첨단 양돈장 '꿈' 이뤘죠

로즈팜 김학현 대표

처음엔 여기가 맞나? 의문이 들었다. 주소를 재차 확인한 다음 가까이 가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국에서 가장 바삐 개발이 이뤄지는 곳 가운데 하나인 경기도 평택시. 주변이 온통 논으로 둘러싸인 곳에 섬처럼 들어앉은 회색빛 건물은 겉보기엔 평범한 사무실형 공장 같았다. 막연히 전통적 축사를 상상하고 온 기자의 선입견이 보기 좋게 깨졌다.

현대식 양돈장을 운영하는 서른한 살의 김학현 대표 역시 모든 면에서 ‘신식’이었다. 수시로 컴퓨터에 앉아 뭔가를 확인했고, 잠시도 핸드폰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 짧게 깎은 머리와 다부진 체격, 잘 정돈된 콧수염에선 패기만만한 권투 선수의 풍모마저 느껴졌다.

냄새 저감 등 ICT 기술 적용한 최첨단 시설 도입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에 위치한 기업형 양돈장 '로즈(rose) 팜'. 이농장은 최첨단 ICT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돈사로 지어졌다. 악취저감 및 환기, 임신사·자돈사 등 건물 내 모든 설비가 최첨단이며 모든 시스템은 자동화로 운영된다. 특히 돈사의 냄새들이 모두 한곳에 포집돼 '바이오필터'를 거쳐 나가게 돼 있어 골칫거리인 냄새에서 해방됐다. 최첨단 양돈 기술이 망라된 '꿈'의 양돈장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김학현 대표는 서른 살에 '꿈'의 양돈장을 실현한 한돈산업의 차세대 기수로 지난해 8월 후보돈 60마리를 첫 입식, 양돈 인생의 새로운 닻을 올렸다.

'우물 안 개구리' 넓은 세상을 보다

"입학 당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 대체가 가능하다기에 갔어요" 어떻게 한국농수산대학을 가게 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대뜸 이렇게 말하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솔직한 사연이 뒤를 이었다.

"고향인 정읍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왔어요. 학교 다니는 내내 공부가 너무 싫었죠. 졸업 후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한다기에 원서만 내면 갈 수 있는 대학을 선택했어요"

그렇게 순천의 모 대학을 다니던 중 한국농수산대학을 알게 됐다. "학비가 안 드는 국립대에 군복무 상황에 관한 얘기를 듣고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1년 정도 다니다 즉각 진로를 바꿨죠"

한국농수산대학에 가기 전만 해도 김 대표는 나름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했다. 당시 김 대표의 부모는 김제에서 소 30마리와 모돈 50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마을에선 가장 큰 규모였다. 그런 자부심이 대학에 가서 여지없이 깨졌다.

"1,000~2,000마리는 기본이고 무려 1만 마리를 키우는 동기들도 많았어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실감했죠"

양돈 전공 후 유럽서 연수, 내공 탄탄한 양돈 베테랑

대학을 졸업한 후 지체 없이 100마리 규모로 양돈을 시작했다. 이후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 양돈 선진국에서 교육을 받고, 국내 사양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선진 정보를 얻는 데 열을 올렸다. 폐사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5년 만에 10배의 규모로 양돈장을 키웠다.

그의 노력으로 짧은 시간 안에 농장이 튼실해졌지만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지속가능한 양돈업을 위해서는 규모 확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현재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목표는 돼지 생산에 가장 효율적인 양돈장을 건립한다는 것.

많은 고민 끝에 양돈계열화사업 전문 업체인 CJ돈돈팜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해 목표를 성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현재 30대의 나이에서 지속가능한 양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했다. 분뇨 문제는 기본이고, 악취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당면 과제였다"며 "좋은 시설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경기도 평택시에 축산이 허가된 토지를 구매한 후 1년여 공사 끝에 지난해 후보돈을 첫 입식했다. 양돈장 신축 과정은 CJ돈돈팜의 협력 속에 김 대표가 하나부터 열까지 주도했다.

돼지에게 주는 물은 깨끗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로즈팜'에는 현재 1,300마리 규모의 모돈이 있다. 총 5개의 돈사는 임신사, 퇴비발효건조장 1개 동, 교배사·후보돈사 1개 동, 분만사 1개 동, 자돈사 1개 동, 부속건물 1개 동으로 구성돼 육성자돈을 전문적으로 생산해 낸다. 육성자돈은 계약에 따라 CJ돈돈팜 비육계열농장으로 이동돼 CJ제일제당의 원료돈으로 공급되고 있다.

"젊음은 도전이라는 생각에 가족 농장을 뒤로하고, 현대식 양돈장을 신축했어요. 정말 제대로 된 시설 속에 돼지를 키우고 싶었습니다.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업부문과 돈돈팜이 협력해 준 덕분에 이 같은 꿈이 실현된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 대표의 농장 운영에서 '청결'은 최우선의 과제다. 손을 씻고 슬리퍼를 신고 다니다가 농장에 들어갈 때는 작업복을 입고 긴 장화를 신었다. 한 구간을 나왔다가 다시 다른 장화로 갈아 신고 들어가는 과정이 되풀이됐다.

견학 후에는 사무실 옆 공간에서 반드시 손을 씻고 환복할 것을 권했다. 그 정도만 하더라도 사무실에 들어오면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농장에서는 씻는 공간이 중요합니다. 꼭 출입구 옆에 있어야 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청결 얘기는 농장 내부 견학을 하는 동안 계속되었다.

모든 견학과 인터뷰가 끝난 다음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김 대표의 눈이 다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향후 국내 양돈 산업은 생산비가 양돈장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것입니다. 좋은 시설을 바탕으로 생산성은 최대한 향상시키고 비용은 최대한 저감하는 쪽으로 가는 것만이 살 길입니다. 어떤 위기가 와도 굴하지 않는 경쟁력 높은 농장으로 성장시켜 나갈 겁니다"

일반 현황

나만의 성공노트

① 성공 노하우: 저는 농장 신축 단계부터 아이디어를 수없이 덧대어 100번이 넘는 수정 작업을 걸쳐 지금의 로즈팜을 구축했습니다. 신축 부지를 선정하고 나서 직접 배운 캐드(CAD)로 농장의 돈사 및 자재 설계 등에 제 생각을 많이 포함시켰으며, 보다 완벽한 돈사로서의 모습을 갖추려고 노력했습니다. 누군가 현대식 농장을 꿈꾼다면 컴퓨터 관련 지식부터 쌓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② 미래 계획: 우리나라는 PSY(모돈 마리당 연간 이유 마릿수)가 2015년 기준 20.8마리, MSY(모돈 마리당 연간 출하 마릿수)는 17.9마리로 양돈 선진국과 PSY 3~8마리, MSY 5~12마리의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양돈 선진국 덴마크가 PSY 35 이상을 나타내고 있는 핵심 비결은 우수한 종돈 능력과 기본에 충실한 관리가 접목됐기 때문입니다. 제 당장의 목표는 PSY 27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고, 향후 생산 시스템 최적화와 사육 환경 최적화가 더욱 이뤄진다면 PSY 30 이상도 꿈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③ 경험자 조언: 농장을 건설하려면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듣는 것보다는 직접 보아야 합니다. 직접 보고 그것을 설계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 봐야 합니다. 이해가 안 가면 계속해서 질문을 해야 나의 지식이 됩니다. 농장을 설계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저 또한 제가 가진 지식을 공유했습니다. '나누면 좋다'는 말은 언제나 통하는 진리입니다. 혼자만의 생각과 아이디어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봅니다.

청년농업인, 그것이 알고 싶다! Q&A

Q. 사무실이 정말 깨끗하다.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A. 일을 한두 시간 정도 하고 커피나 음료수를 마시면서 잠깐 휴식시간을 갖는다. 쉬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할 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의 능률을 올린다. 그 점에서 사무실은 휴식공간이 돼야 하고, 이왕 쉴 거면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미자고 마음먹었다.

Q.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농장 안을 보여 준다고 들었다.
A.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 가는 과정을 즐긴다. 농장을 개방함으로써 지식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봄으로써 스스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본다. 실제로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Q. 자신의 농장 자랑을 한다면?
A. 현재 로즈팜은 모돈 1,300마리에 8,300㎡ 정도의 규모다. 모돈 1,300마리의 농장을 만들기 위해선 7,000㎡ 정도가 필요한데 퇴비장과 에어워셔가 각각 500㎡ 정도 들어가서 8,300㎡ 정도의 규모가 됐다. 자재는 대부분 수입품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평당 단가가 280만 원 정도 들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외국에서 물건을 가져올 때는 컨테이너에 가득 채워 물류비를 아꼈고, 어떤 재료는 직접 주문해서 만들기도 하는 등 나름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모두 쏟아부었다.

Q. 사람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돈사 구조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들었다.
A. 그렇다. 생산성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엑셀과 캐드를 배워 돈사 설계, 자재 설계 등에 내 생각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었다. 현재 로즈팜은 종부사, 후보사, 분만사, 환기시스템, 히팅 파이프 시스템, 에어워셔, 물탱크실, 자돈사 등을 갖추고 있다. 자돈사의 경우 복도 기둥자리를 빼고 전부 반사유리로 유리창으로 만들어 복도를 걸어 다니면서 돼지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인터뷰는 문화뉴스와 내일날씨가 공동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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