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익(농사를 익히는)의 자세로 새 꿈을 만들어 갑니다

알매농원 한도규 대표

농익(농사를 익히는)의 자세로 새 꿈을 만들어 갑니다

군산 시내를 벗어나 익산 방향으로 10여 분 차를 몰자 높지도 낮지도 않은 부드러운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가 나타났다. 그 산자락에 위치한 한도규 대표의 농장은 자그마한 규모였지만 청정한 자연환경을 필요로 하는 특용작물을 키울 만하다 싶었다. 5~6개의 비닐하우스가 늘어선 재배사의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감쌌다. 잠시 둘러보기만 하는데도 금세 땀방울이 맺힐 만큼 덥고 습했다. 재배사는작물 원산지인 동남아 지역의 환경에 맞춰 90% 이상의 습도를 유지해 준다. 그 안에 가지런히 배열된 원목들 사이로 배양한 지 2개월여가 지난 노란 빛깔의 상황버섯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시작한 농장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이곳에서 아버지와 함께 복령·영지·상황 등 약용 버섯을 재배하는 한 대표는 올해 스물다섯의 풋풋한 청년이다. 보통 후계농이라고 하면 선대가 일궈 놓은 것들을 고스란히 이어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 대표의 농장은 좀 다르다.

우선 한 대표의 부친은 특용작물과 큰 인연이 없다. 원래는 쌀 도정 분야의 일을 하시다가 3년 전부터 특용작물 재배에 뛰어들었다. 한 대표 역시 졸업한 지 이제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은 부자(父子)가 시행착오 속에서 난관을 헤쳐 나가는 중이다.

"제가 후계농이긴 하지만 사실 아버지와 같은 창업 멤버라고 봐도 무관해요. 농장이 자리 잡을 때까지 함께 고생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거든요. 고되고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경험도 많이 쌓았어요. 초기에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지금 농장을 운영하는 게 많이 수월해진 편이죠.

 

선생님 책상에놓여 있던 모집요강을 보고 진로 바꿔

한 대표는 군산 시내에서 중·고교를 다니면서 원래는 일반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었다. 모 대학의 역사학과에 수시까지 마쳐 놓은 어느 날 친구들을 통해 한국농수산대학에 대해 알게 됐다. 일단 알아보자는 생각에 교무실을 찾은 것이 진로를 급선회하는 계기가 됐다. 농업이 비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책상에 모집 요강이 딱 한 권 있더라고요. 바로 다음 날이 마감이었어요. 부랴부랴 응시원서를 냈죠" 그리고 2013년 2월 특용작물학과에 입학했다.

아버지 역시 한 대표의 입학과 동시에 표고버섯 재배에 뛰어들었다. 한 대표도 학과 공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 대부분을 아버지와 함께 버섯을 재배하는 데 쏟아부었다. 하지만 졸업하자마자 어려운 현실이 닥쳤다. 아버지께서 갑자기 몸을 다치시는 바람에 일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표고버섯은 매일 쉬지 않고 돌봐야 하는 작물이다. 한 대표는 어쩔 수 없이 손이 덜 가는 작물을 찾게 되면서 복령과 상황, 영지 등 지금의 특용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그러고 나서 한동안은 괜찮았다"고 회상했다. "KT&G와 일하게 되면서 저희 복령이 경옥고의 재료로 쓰였습니다. '특용작물도 괜찮겠구나!'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어려움이 닥쳤다. 경옥고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매년 납품하는 복령의 양이 절반의 절반으로 자꾸 줄어만 갔다. 또한 상황버섯을 함께 키우며 벌어진 시행착오도 문제였다.

푸른곰팡이가 생겨 숙주목을 버리기도 했고, 설치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상황버섯 재배에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맞추지 못해 실패하기도 했다. 야생에서 자라는 상황버섯을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려니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의욕이 많이 꺾였습니다. 투자는 계속해야 하는데 수익이 받쳐 주질 못했으니까요. 지난해에는 당장 10만 원이 나가야 하는데, 통장 잔고는 5만 원밖에 없던 적도 있었습니다"

궁여지책일 수도 있지만 한 대표는 특용작물 일변도에서 식량작물 위주로 전환해야겠다는 마음을 이때 굳혔다고 한다. 현재 한 대표의 농장에선 다양한 종류의 채소류, 과채류 등 밥상에 쉽게 오르는 작물이 넓게 재배되고 있다. 사람이 평소에 90%는 밥을 먹고 약은 10% 정도 먹는 만큼 특용작물 한 분야에만 매달리는 것도 조금은 위험하다는 게 한 대표의 지론이다.

청년창업농지원제도로 활력, "3년 안에 성공해야죠"

한 대표는 조심스럽게 매출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그런 걸 말하기가 곤란한 단계"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매출이 크지 않은 데다 수익의 대부분은 시설 투자와 은행 빚을 갚는 데 들어간다는 얘기였다. 심지어 작년에는 일이 별로 없어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속사정도 털어놓았다.

이랬던 한 대표가 다시 의욕을 되찾게 된 것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청년창업농지원제도 때문이다. 청년창업농지원제도는 기존의 영농후계자 지원제도와는 달리 40세 이하의 청년창업농에게만 특화된 제도로 영농정착지원금을 최장 3년간 최대 월 100만원씩 지원하는데, 한 대표도 이 혜택을 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각 농업기관으로부터 알아서 연락이 오고 강소농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는 제안도 받았습니다. 요즘엔 마케팅과 사업계획서 쓰는 일, 거기에 일본 연수까지 4주짜리 교육을 받고 있는데 비용이 단 14만 원에 불과합니다. 정말 좋아진 거죠"

한 대표는 신세대 농사꾼답게 인터넷 판매나 SNS를 이용한 홍보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대형 인터넷 사이트에서 2년생 상황버섯을 판매하고 있다. 상황버섯을 음식으로 꾸준히 섭취하면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출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 대표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동거리를 단축해 식품의 신선도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출발한 ‘로컬푸드’ 운동에도 관심이 많다. 먹거리의 유통과정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농민은 안정적인 수익원을,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받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향후의 판로도 이런 방식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한 대표가 안내하는 농장을 둘러본 다음 마지막으로 '목표'에 대해 물었다. "언제쯤 본인이 생각하는 성공의 그림이 그려질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이내 단호한 답을 전했다. "3년 후에 다시 한번 찾아와 주십시오. 그때는 확실하게 뭔가를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 현황

나만의 성공노트

성공 노하우

지금은 성공을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지금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그것을 통해 배워 나가는 중입니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각종 농업기관에서 많은 지원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어렵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문을 두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처럼 농업에 대해 관심이 있는 학생 분들이 있다면 한국농수산대학에 꼭 입학하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미래 계획

안정적 수익 확보를 위해 약용보다는 식량작물 생산을 더 늘릴 계획입니다. 판매는 기존의 온라인 경로를 통해 더욱 확대할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로컬푸드 체인을 통해 판매할 계획입니다. 저의 계획대로 일이 차근차근 진행된다면, 더 좋은 먹거리를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경험자 조언

젊은 나이에 어떤 것이든 선택하면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실패를 해도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니까요. 그렇더라도 취미로 하는 게 아닌 만큼 철저히 준비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저는 매일 '백 개를 더 알고 만 번을 더 공부한다'는 자세로 농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청년농업인,

그것이 알고 싶다!

Q.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A. 서류 준비였다. 땅 하나 사서 농사짓는 데도 시청, 세무서, 은행 등등 너무나 많은 기관에 수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이 스트레스가 너무 컸고, 각 기관의 문턱에서 내가 작게 느껴질 때가 너무 많았다.

Q. 반대로 가장 보람 있는 때는?

A. 오늘 할 일이 빼곡하게 적혀 있을 때다. 언제부턴가 까먹는 일이 잦아져서 달력의 빈 공간을 활용하는데, 그게 꽉 차 있을 때 기분이 좋다. 작년 한때는 일이 없어서 너무 괴로웠다. 지금은 교육받는 것도 신나고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Q. 약용 버섯의 재배 과정을 소개한다면?

A. 상황버섯은 겨울에 나무를 구입해 쌓아 두었다가 스팀기로 살균 후 접종을 하고, 배양한 다음 3월에 입식을 한다. 다른 버섯과 달리 잡균이 들어가면 낭패이기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 목기를 닮은 영지버섯은 1∼2월에 배양균을 접종해 100일 정도 배양기간을 거친 뒤 5월 말 비닐하우스에 옮겨 심는다. 영지나 상황 모두 적절한 온·습도를 유지해 주는 게 필수인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Q. 약용 버섯의 대표적인 효능은?

A. 공통적으로 면역력과 항암효과에 뛰어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영지와 상황에 함유돼 있는 베타글루칸이 면역력 증대에 매우 좋은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과 당뇨를 치료하는 데 좋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각종 혈관질환 등 여러 성인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돼 있다. 특히 상황버섯은 우리 몸속에 필요한 필수영양소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인터뷰는 문화뉴스와 내일날씨가 공동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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