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더데빌', 기승전결의 서사가 아닌 상징성 강조... 어렵고도 신선해

ⓒ페이지1, 알앤디웍스

[문화뉴스 NHN 정보미 인턴기자] 인간의 선택에 의한 결말이라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더데빌'은 2014년 초연하여 공연계 화두로 떠올랐던 막강 크리에이티브 팀이 탄생시킨 화제의 창작 뮤지컬이다.

기존의 뮤지컬 문법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이지나 연출이 맡았다. 주가 대폭락 사태를 맞아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를 중심으로 빛과 어둠을 상징하는 'X화이트'와 'X블랙'이 내기를 벌이고, 이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선택에 대해 조명한다. 

X블랙이 존 파우스트에게 접근하여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데, 그레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존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점차 그에게 잠식되어 간다. 

공연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옷의 변화로도 보여준다. 처음 X블랙을 만나기 전 흰 와이셔츠와 푸른 넥타이, 네이비 자켓을 입고 있던 존은 점차 검은 와이셔츠와 노란 넥타이로, 마지막엔 검은 와이셔츠와 검은 넥타이, 검은 자켓을 입음으로써 온전히 X블랙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을 상징한다. 

ⓒ페이지1, 알앤디웍스

뮤지컬 '더데빌'은 힘든 상황 속 인간이 가지는 욕망과 그에 따른 잘못된 선택을 하는 '존 파우스트'를 통해 관객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당신은 거부할 수 있는가'라는 문구처럼 누구든 한 번쯤 유혹의 상황을 맞닥뜨린 적이 있을 것이다. 매번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지는 인생 속에서 '빛도 어둠도 인간의 선택'이니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볼 기회도 될 것이다. 

또한, 익숙한 기승전결의 서사가 아닌 상징성을 강조한 넘버가 관객들에게 어렵고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성경 속 내용과 곳곳에 등장하는 영어와 라틴어로 기존에 성경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느껴지는 바가 더욱 크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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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과 재연을 거치는 동안 남자 배우들이 맡아온 캐릭터 'X' 역에 처음으로 여자 배우인 차지연이 도전한다. 차지연은 지난 2015년 '복면가왕'에서 '캣츠걸'로 등장, 가왕으로 5연승을 거두며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바 있다. 그녀는 '더데빌' 초연에서 '그레첸' 역을 맡았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악을 표현하는 'X블랙'과 선을 표현하는 'X화이트' 두 가지 배역을 동시에 맡았다. 뮤지컬 '더데빌'의 4개의 캐릭터 중 그녀를 거쳐 가는 캐릭터가 3개나 되는 것이다. 

캐스팅 소식부터 큰 화제와 기대를 모았던 차지연은 '역시 차지연'이었다. 시원하고 파워풀한 목소리와 가창력은 물론이고 기존 남자 배우들이 맡아온 'X' 캐릭터에 여자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섬세함과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눈을 뗄 수 없었다. 맑고도 탁한 음색 때문인지 그녀가 보여줄 'X화이트'의 모습은 또 어떠할지 기대가 된다.

ⓒ페이지1, 알앤디웍스

이처럼 뮤지컬 '더데빌'에서는 1명의 배우가 상반된 2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캐릭터 크로스'를 선보인다. 차지연, 임병근, 이충주가 'X블랙'과 'X화이트' 2개의 역으로 작품에 참여한다.

1차 팀과 2차 팀으로 나뉘어 1차 팀은 11월 7일 첫 공부터 2019년 1월 13일까지 공연하며 'X화이트' 역에는 이충주, 김다현, 조형균, 'X블랙' 역에는 차지연, 임병근, 김찬호, '존 파우스트' 역에는 신재범, 송용진, 장지후가 참여한다. 2차 팀은 2019년 1월 15일부터 3월 17일 막공까지 공연하며 'X화이트' 역에는 김다현, 조형균, 차지연, 임병근, 'X블랙' 역에는 김찬호, 박영수, 이충주, '존 파우스트' 역에는 송용진, 장지후, 정욱진이 참여한다. 그리고 '그레첸' 역은 1차 팀과 2차 팀 모두 이하나, 차엘리야, 이예은이 참여한다.

기존 뮤지컬은 같은 배역에 각각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이 재관람의 요소였다면 뮤지컬 '더데빌'에서는 1차와 2차로 나뉘어 한 배우가 상대 배역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어떻게 변신하는지 관찰하는 것도 재관람의 포인트가 되겠다. 다른 작품에 비해 재관람을 하며 찾아낼 요소가 많은 작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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