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모이', 내년 1월 9일 개봉 예정

ⓒ 롯데엔터테인먼트 

[문화뉴스 MHN 송형준 기자] 영화 '범죄도시'에서 조폭 두목 장첸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긴 윤계상(40)이 시대의 지식인으로 돌아왔다.

윤계상은 내년 1월 9일 개봉하는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에서 조선어학회 대표인 류정환 역을 맡았다. 류정환은 일제강점기에 국어학자 주시경이 남긴 원고를 토대로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인물이다.

긴 머리를 단단히 묶고 서늘한 눈빛으로 옌볜 사투리를 쓰면서 도끼로 사정없이 사람을 내리찍던 흉포한 조폭 두목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다.

극 중 류정환은 친일파 아버지 밑에서 유학까지 다녀오지만, 우리말을 지키려 온갖 역경을 무릅쓰는 강단 있는 인물이다. 극 중에서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말이 모이고, 뜻이 모이면 그 뜻이 모이는 곳이 독립의 길이 있지 않겠습니까?"와 같은 대사들은 그의 강단을 보여준다.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윤계상은 "말모이 시나리오를 읽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많은 분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서 "이런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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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은 "시나리오에 반해 덜컥 출연했지만, 류정환이라는 인물을 체화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영화를 찍는 중반까지도 제가 깜냥이 안 되는데 너무 멋모르고 덤벼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류정환은 한글을 가르치던 아버지가 친일로 돌아서는 것을 목격하고, 10년 동안 모은 우리말 원고를 일본에 빼앗기는 등 많은 고초를 겪습니다. 이 정도로 힘들면 중간에 포기하고 타협할 법도 한데, 계속 버티는 힘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고민 끝에 "류정환도 처음에는 애국하는 마음으로 말모이 작업을 시작했지만, 자기마저 그 끈을 놓으면 모든 것이 없어진다는 마음 때문에 결국 놓지 못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연기라는 끈을 잡고 있는 제 심정과도 비슷한 것 같다"며 "연기를 잘하고 싶고 계속하고 싶지만, 연기는 너무 어렵고 그렇다고 주변 평가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고, 계속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그런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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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윤계상은 "감정을 노출하는 신이 별로 없어서 연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학회 대표로서 가급적 딱딱하고 부러질 듯한 느낌, 고지식한 면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류정환은 자신의 가방을 훔친 소매치기 까막눈 판수(유해진)와 인연을 맺는다. 처음에는 판수를 영 못마땅해하지만, 진심을 알고는 '동지'로 인정해준다. 판수를 만나고부터는 늘 근엄하고 무표정한 그의 얼굴에도 조금씩 따뜻한 미소가 감돈다.

윤계상은 유독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배우다. 완벽주의 성향마저 엿보인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본인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머리를 쥐어뜯거나 자책했다. '범죄도시'로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떠올랐다는 말에도 "절대 그렇지 않다"며 강하게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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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범죄도시는 선물 같은 영화였어요. 그렇다고 해도 스치듯 보내줘야지 그때 머물러 있으면 안 되죠. 그것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그때를 잊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연기하면 힘들고, 죽을 것 같고, '왜 이것밖에 안 될까?' 하고 좌절하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기하는 윤계상으로 계속 살아가는 것이 목표"라며 "악역이라도 마음이 진짜 움직이는 연기를 하는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계상은 이 작품에서 유해진과 호흡을 맞췄다. 그의 진중한 연기와 유해진의 코믹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연기가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룬다. 그는 "유해진 형님의 작품을 보는 통찰력, 모든 것을 아울러보는 눈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인기 그룹 지오디(god) 출신인 윤계상은 영화 '비스티보이즈'(2008), '풍산개'(2011), '소수의견'(2015)을 비롯해 드라마 '최고의 사랑'(2011), '라스트'(2015) 등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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