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음악을 한국 영화에서 찾다
[문화뉴스 MHN 황산성 기자] 클래식 음악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친숙하지 않은 음악 장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동시에 매우 친숙하기도 하다.
역사가 매우 긴 만큼 제대로 음악을 즐기려면 따로 공부를 해야 할 정도로 방대하지만, 살면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보기 드문 것처럼, 일상 전반에 속속히 파고들어 있는 음악이 클래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친숙함 때문인지, 클래식 음악의 고장인 서양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클래식 음악이 사용된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상 매체를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1. 과속 스캔들(2008)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주연의 영화, '과속 스캔들'에는 헝가리 무곡 5번이 쓰였다.
헝가리 무곡은 요하네스 브람스가 편곡한 '헝가리 무곡'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곡 중 하나다. 브람스가 집시음악을 바탕으로 편곡한 곡으로, 빠르고 경쾌한 템포가 특징이다.
'과속 스캔들'의 줄거리는 아이돌 출신 연예인 남현수(차태현)에게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의 열혈 청취자 황정남(박보영)이 어느 날 현수의 딸이라며 한 아이를 데려오는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 쉴세없이 사건이 진행되는 영화의 줄거리는 영화에 쓰인 헝가리 무곡 5번의 현란한 느낌이 조화를 잘 이룬다.
한편 헝가리 무곡은 찰리 채플린의 명화 '위대한 독재자'에 등장하기도 했다.
2. 검은사제들(2015)
영화 '검은 사제들'은 김윤석, 강동원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스릴러와 클래식은 언뜻 들으면 연관성이 없는 장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검은 사제들' 내에선 그레고리안 찬트 '파스카의 희생을 찬미하라'나 바흐의 칸타타 BMV 140,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 등 클래식 음악들이 대거 등장한다.
사실 두 곡 모두 성가의 성격을 띄고 작곡되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은 아니다.
하지만 이 성가라는 특징이 음울하고 긴박감이 넘치며, 영화에 등장하는 사제들이 '악마'를 퇴치하는 스토리인 '검은 사제들'과의 분위기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는다.
3. 암살(2015)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주연의 영화 '암살'과 클래식 음악은 다소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이 그저 배경음이 아닌, 숨겨진 의미를 가지고 사용됐기 때문이다.
먼저 영화에 등장하는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트로이메라이'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연주생활을 위해 자신이 태어난 고국인 러시아를 떠나있다가, 마침내 고국에 돌아오며 쓴 곡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영화 내에서 이 음악이 쓰인 장면은 안옥윤(전지현)이 등장하는 씬이다.
안옥윤은 약 20년간을 타지에서 생활하다가 마침내 태어난 고향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 때 '어린이의 정경-트로이메라이'가 등장한다.
클래식 음악의 배경을 알면 찾아 낼 수 있는 요소가 영화의 재미를 더한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