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상파 드라마, 혁신 이뤄지나?

ⓒ SBS '황후의 품격'

[문화뉴스 MHN 박지희 기자] 좋은 대본과 제작진을 속속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에 빼앗기는 지상파가 고육지책으로 주말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평일 미니시리즈를 맡기면서 평일극의 통속화 또는 '막장극'화(化)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흥행 여부와 별개로 이러한 고육지책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을 보낸다.

가장 먼저 이런 시도를 한 곳은 SBS다. SBS는 '아내의 유혹', '언니는 살아있다' 등으로 막장극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김순옥 작가에게 수목 미니시리즈를 맡겼다.

황실이라는 가상 배경을 도입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수위는 김 작가의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존속살인을 포함한 살인 청부, 폭력과 고문, 방화 등 범죄 소재가 매회 등장하며 출생의 비밀과 특유의 간교한 악인 캐릭터도 등장한다.

시청률 측면에서 보자면 SBS의 이번 전략은 성공했다. 김순옥 작가의 거침없는 필력이 평일 미니시리즈라는 짧은 호흡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 시청률은 이미 16%대(닐슨코리아)를 돌파해 남은 기간 20%를 찍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 KBS '왜그래 풍상씨'

이에 KBS 2TV는 통속극에서 인상적인 필력을 보인 문영남 작가에게 수목극을 맡기면서 해당 시간대 '김순옥 대(對) 문영남' 구도가 완성했다.

문 작가는 유준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통속적인 가족극 '왜그래 풍상씨'를 지난 9일 선보였다.

가정을 통째로 짊어진 장남 풍상과 그런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 각각 자기 멋대로인 동생들의 모습은 그동안 주말 홈드라마에서 자주 본 모습 그대로였다. 시작부터 장례식장에서 시쳇말로 '깽판'이 벌어지는 장면 역시 그랬다.

그러나 문 작가 특유의 필력이 주부 시청자들을 가져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황후의 품격'과 MBC '붉은 달 푸른 해' 시청률이 소폭 하락했고 '왜그래 풍상씨'는 첫 회부터 6%대 시청률로 출발할 수 있었다.

유준상의 열연과 문 작가의 필력이 계속 시너지를 낸다면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러한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의 주말극화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MBC '나쁜형사'나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2' 등 장르극 역시 시도하지만 케이블, 종편과 같은 소재를 극화해도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화면과 연출 등이 발목을 잡는다. 시청률 역시 지상파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통속적인 홈드라마나 막장극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

지상파로서는 제작비도 여타 장르극만큼 많이 들지 않고, 기존 작가 풀(pool)을 활용할 수 있는 통속극과 막장극을 평일 미니시리즈로 가져오는 데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겸 한국극예술학회장은 12일 "지상파가 주중 미니시리즈에서 힘을 못 받아 타개책으로 주말극에서 유명한 작가들을 투입하는 거 같다"며 "물론 문 작가의 경우 '장밋빛 인생' 등 평일극도 썼지만 기본적으로 시청률을 노린 전략"이라고 짚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침체한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이러한 전략만을 내놓는 지상파가 정말 지금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는지 의문"이라며 "발상의 전환, 혁신 없이는 공룡처럼 도태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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