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만의 입체주의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2', 레디메이드 작품 '자전거 바퀴', '샘'

ⓒ 국립현대미술관

[문화뉴스 MHN 김선미 기자] 미술을 몰라도 누구나 아는 작품 '샘'. 마르셀 뒤샹은 왜 남성용 소변기를 예술 작품으로 만든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마르셀 뒤샹의 샘이 만들어지기까지 그가 시도한 작품 세계를 살펴봐야 한다.

프랑스 블랭빌에서 태어난 마르셀 뒤샹은 사업가로 성공한 후 예술가로 전향한 그의 친할아버지 에밀 니콜에 영향을 받아 예술가의 길로 들어선다.

예술 공부를 위해 파리로 상경한 후, 당시 피카소와 브라크에 의해 탄생한 입체주의를 따라 그림을 그리던 뒤샹은 입체주의에 변형을 가한다.

기존 입체주의가 정적인 대상의 형태를 해방해 다양한 시점에서 본 대상의 부분을 모아 하나로 만드는 다시점 그림이었다면, 뒤샹은 여기에 움직임이라는 요소를 추가했다. 이 작품이 바로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2'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 2)>

연속 사진에서 착안해 골절된 신체를 가진 사람의 움직임으로 보이는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2'. 뒤샹은 이 작품을 젊은 예술가들이 독자적으로 열어 새롭고 진보적인 예술을 추구하는 '살롱 데 젱데팡당' 전시에 출품한다.

뒤샹만의 입체주의를 시도한 역작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2'는 무심사, 무상 제도를 자랑하던 주최 측에서 기존 입체주의자들의 정신을 위배했다며 작품의 이름을 바꾸던가 아니면 작품을 도로 가져가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화가 난 뒤샹은 전시회장에서 작품을 내오면서 다시는 이 그룹에 참여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것은 겉포장일뿐 실상 고정관념에 얽매여 있는 미술에 분노한 뒤샹은 예술가가 자유와 창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편입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뒤샹은 그림으로 생계를 꾸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며 도서관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미술 이론 공부에 몰두한다.

ⓒ 조르주 퐁피두센터 마르셀 뒤샹, <자전거 바퀴>

뒤샹은 과거의 미술을 거부하며 '생각하는 미술' 개념미술을 완성한다. 그는 회화 대신 심심풀이로 부엌에서 쓰는 등받이가 없는 둥근 의자에 자전거 바퀴를 고정시켜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를 만드는데, 이 작품은 아무 의미를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무한한 의미를 부여했고 뒤샹은 이를 간파해 관객을 창조자로 보았다. '생각하는 미술' 관객이 자유롭게 스스로 해석하며 의미를 창조하기를 원했고 그는 창조자의 존재에서 벗어났다.

뒤샹은 '자전거 바퀴' 작품을 시작으로 기성품도 예술이 될 수 있는 '레디메이드'를 창안했다.

ⓒ 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 <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2'로 인해 뉴욕에서 유명해진 뒤샹은 뉴욕으로 가서도 '레디메이드' 작업을 진행한다. 독립미술가협회 전시회의 작품 설치 위원회 의장 자리를 맡은 뒤샹은 남몰래 작품을 출품하게 되는데, 이 작품이 바로 '샘'이다.

남성용 소변기를 뒤집어 R. 머트라는 가명을 써 출품한 작품 '샘'. 이번에도 주최측은 '샘'을 예술품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 두게 한다. 그리고 뒤샹은 항의의 뜻으로 위원회에서 사퇴를 선언한다.

작품을 손으로 직접 만들었는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고 선택을 중요하게 본 뒤샹. 그는 예술계에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며 자신의 삶까지 예술로 만들었다.

한편,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마르셀 뒤샹展'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4월 7일까지 열린다.

주요기사
미술·전시 최신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