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 류가현

[문화뉴스 MHN 문수영 기자] 오는 29일부터 필립 퍼키스의 사진들이 국내에서 처음 전시된다.

'사진가들의 사진가'라고 불리는 사진가가 있다. 바로 '필립 퍼키스'. 그는 "사진은 동결된 순간이며 기억이다. 하지만 사진은 늘 현재의 순간을 담고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또한 그는 뉴욕 프랫대학(Pratt Institute)의 사진과 교수로 재직한 40년의 강의 경험으로 저술한 '사진강의노트(Teaching Photography)'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는 29일부터 2월 24일까지  필립 퍼키스가 이십 여 년 전에 찍고 세상에 전부를 보인 바 없던 사진 시리즈 '멕시코 Maxico'가 국내에서 처음 전시된다.

'멕시코 Maxico'는 1992년, 구겐하임의 기금을 받은 필립 퍼키스가 3년에 걸쳐 수개월씩 멕시코에 머물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필립 퍼키스는 이 사진들을 촬영할 당시, 스스로 세 가지 규칙을 정했다고 했다. 첫째, 멕시코의 지독한 가난을 찍지 않을 것. 둘째, 여행자로서 비판적 시선을 담지 않을 것. 셋째, 원주민들을 이국적인 모습으로 찍지 않을 것. 그는 자신이 세운 원칙 위에서, 그리고 늘 해왔던 것처럼 '본능'과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찍은 수많은 사진 중 몇 장이 첫 사진집 '인간의 슬픔'에 실렸지만, 몇 개의 사진들은 현상만 해놓은 필름 상태로 20여 년간 고스란히 보관된 채였다.

지난 2015년, 여든 살이 된 필립 퍼키스는 평생 찍은 필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한 쪽 눈의 실명과, 두 번의 심장 수술, 한 번의 신장이식수술을 받고 회생한 사진가가 과거의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 본 것이다.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진 속 장면들을 바라보는 현재의 자신에게서 유발되는 감정들에 주목하면서, 사진을 선택했다. 그리고는 2년 간 매일 2장 씩, 오랫동안 해왔던 방식 그대로, 뉴욕 뉴저지의 숲 속에 가라앉은 듯 고요히 자리한 암실에서 한 장 한 장 직접 인화를 했다. 그렇게 선택해 손수 인화한 멕시코 사진 51점이, 처음으로 서울 류가헌에서 관람객들과 만나는 것이다.

장소나 주제, 혹은 의미에 한정된 물리적인 연결보다는 대상과의 정신적인 쌍방통행을 강조해온 그의 사진 신념은 '멕시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필립 퍼키스의 제자이자 그의 사진세계를 한국에 소개하는 일에 앞장 서 온 안목출판사 박태희 대표는 '사진과 삶에 대한 의문과 복잡성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으로 표출된 이 멕시코 작업은 과거와 현재를 포괄하며 시간과 공간의 쌍방통행을 이룬다' 라는 말로 '멕시코'를 정의했다.

안목출판사에서 동일한 제목으로 한정본 사진집이 출간되며, 전시 마지막 날인 2월 24일에 출판기념회를 겸한 행사가 류가헌에서 열린다. 이 책은 출간되기도 전에 이미 2019 일본 도쿄도서박람회에 출품작으로 선정되었으며, 3월에 일본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필립 퍼키스 특별전 '멕시코', 동결된 멕시코 풍경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킬 '현재'의 순간이 기다려지게 만드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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