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 다가가기] 6편, 글쓰는 의대생 체호프
[러시아 문학 다가가기] 6편, 글쓰는 의대생 체호프
  • 이상인 기자
  • 승인 2019.01.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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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양의 단편소설을 쓴 소설가이자 세계적인 극작가, 안톤 체호프
ⓒsydneytheatre

[문화뉴스 MHN 이상인 기자] 19세기까지 러시아의 문학 작가들은 대부분 귀족 출신이었다. 톨스토이는 왕족과도 연관이 있을만큼 명망있는 귀족 가문의 자제였고, 푸쉬킨 역시 러시아의 궁정학교인 '리쩨이' 1기생으로 뽑힐만큼 명망 있는 귀족의 자제였다. 도스토예프스키 역시 가난에 시달리긴 했지만 신분은 귀족이었다.

그러나 이런 작가들과 전혀 다른 출신의 작가가 있다. 바로 '안톤 체호프'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노예 혹은 농노 신분으로, 체호프는 문학가가 되기 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의대생이었다. 이는 당시 유럽의 사회상을 비춰봤을 때 굉장히 특이한 이력이었다. 의대를 다니던 하층민이 귀족들만의 직업이었던 문학가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특이했던 그의 이력만큼 문학가로써 그의 행보도 남달랐다. 당시 러시아는 단어수로 원고료를 책정했기 때문에,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는 방대한 분량의 장편을 썼지만, 체호프는 달랐다. 그는 엄청난 수의 단편을 써냈는데, 1886년 한 해에만 무려 116편의 단편을 썼고, 1887년엔 69편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단편을 쏟아냈다.

그의 작품들은 정확한 필치로 생의 장면들을 잘라 그려낸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작품의 분량이 짧다고 해서 절대 대충 쓴 것은 아니다. 수 많은 단편소설을 썼기 때문에 그의 작품의 소재는 매우 다양하다. 러시아 농민들의 삶이나 공무원의 피로, 말도둑이나 탐정물까지 쓰기도 했다.

또한 그는 클리셰에 예민했는데, 체호프의 총이라는 클리셰 법칙을 만든것으로 유명하다. 체호프의 총이란 어떤 작품에서 벽난로에 거치된 총이 소개되었다면 그 총은 작품이 끝나기 전에 적어도 한 번은 발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란 작품에서 결말을 두 연인의 해피엔딩이 아닌 두 남녀가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할 지 고민하면서 마무리지어 작품이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은 느낌을 주어 클리셰를 파괴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선 문학가보단 극작가로써 그 명성이 더욱 크고, 체호프가 단편만 집필했기 때문에, 그의 작품 몇 개를 추려거 읽는것보다 그의 단편이 엮인 단편집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체호프의 필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 교보문고

#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체호프의 소설은 호흡이 짧은 단편들이기 때문에 보통은 단편집으로 엮여서 출간된다. 1890년대는 체호프의 작품성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로 이 시기에 쓰인 작품으로 엮인 단편집을 사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 시기 체호프가 쓴 책 중 가장 추천할만한 작품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다. 사랑을 모르고 허울뿐인 부부관계만 맺고 있던 기혼 남녀가 뒤늦게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앞서 말했듯이 클리셰를 파괴하는 결말을 그려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어 독자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분량이 길지 않고 가벼운 필치를 쓰는 체호프이기 때문에 러시아 문학에 낯선 사람이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체호프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교보문고

# 체호프의 4대 희곡

러시아에선 문학가보다 극작가로 더욱 유명한 체호프는 다양한 연극을 만들었다. 연극을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반드시 읽어야 할 극작가로 손꼽히는 동시에 셰익스피어와 함꼐 대학로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외국 극작가이다. 실제로 그는 모스크바 예술극단의 스타급 배우였던 올가 크닙페르와 결혼하기도 했다.

극작가로 엄청난 명성을 가진 체호프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걸작으로 평가받는 4개의 희곡이 있다. '갈매기', '세 자매', '벚꽃 동산', '바냐 아저씨' 4가지가 그의 4대 희곡으로 꼽힌다. 체호프의 희곡은 플롯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극적인 위기나 돌발 사건, 긴장 등이 미미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형식의 시적인 희곡을 창조했다. 이런 그의 작품들은 비극적인 유머를 통해 삶의 진실을 잘 투영하고 있다.

 

ⓒ 교보문고

# 사할린 섬

사할린 섬은 소설이 아닌 수필이다. 1890년 체호프는 시베리아 횡단 및 사할린 여행을 떠났는데 이 여행 경험을 토대로 3년 동안 기록물과 자료를 정리해 간추려서 발표한 것이 '사할린 섬'이다. 

자연과학에 대한 체호프의 관심과 간결한 자연묘사와 서정적인 문체까지 엿볼 수 있다. 

특히 체호프의 사할린 여행은 체호프의 인생의 전환점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이전 그는 톨스토이가 무척 아끼던 후배였기 때문에 톨스토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문학가였지만, 이 여행에서 얻은 경험을 계기로 체호프 본인의 독자적인 사상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체호프의 '사할린 섬'에서는 근대 작가의 극동 탐사 관련 3대 저작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체호프에 관심이 생긴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볼 만 하다.

 
이상인 기자 |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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