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의 배우가 이야기하는 배우의 모든 것"

[문화뉴스] 문화뉴스가 어린이날 선물을 준비했다. 배우를 꿈꾸거나, 배우에 대한 직업에 궁금한 아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다.
 

   
▲ 이번 인터뷰는 이 질문들로부터 출발했다.

그 시작은 지난달, 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재미난 사진이었다. 어린 친구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빼곡히 쓴 질문들이 그야말로 '대담'했다. 그래서 한 번 배우들에게 이 내용을 토대로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한 초등학교 학생이 직접 적은 질문들은 배우들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한 배우는 "이게 정말 아이들이 한 질문인가요?"라고 물었고, 사진을 건네주자 "다른 기자보다 더 대단하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인터뷰는 청년 배우부터 중년 배우까지 그 연령대를 가리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이유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해준 배우들은 다음과 같다. (가나다순으로) 연극 'Q' 연습에 한창인 강기둥, 뮤지컬 '파리넬리'에서 출연 중인 김경수,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소피'를 맡은 김금나, 연극 '장수상회'에 출연하는 김지숙,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에서 활약 중인 김지휘, 연극부터 웹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를 선보이는 박리디아.

연극 '보도지침'과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출연 중인 송용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조준'을 연기한 이명행, 영화 '4등'에서 엄마 '정애'를 연기한 이항나,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에서 '강구'를 맡은 임병근, 연극 '혈맥' 공연 중인 장두이, 그리고 김지운 감독의 개봉예정작 '밀정'에 출연한 조하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에게 질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어린이의 질문에 어떤 이야기를 전달했을까? 직접 확인해보자.
 

   
▲ 배우 이명행 ⓒ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배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ㄴ 이명행 : 하면서 정말 재미를 느꼈다. 무대에 서서 연기할 때 긴장도 되고 떨렸지만, 살아있다는 생생한 활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배우를 하게 됐다.

김경수 : 지금 내가 아닌 다른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나의 어머니나 아버지도 될 수도 있다. 배우가 가진 재미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의 생각들과 생활들을 공부해보고 습득해보는 것도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있지 않고, 더욱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배우가 재미있는 것 같다. 경험해보는 것은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굳은 각오를 하고,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 배우 김경수 ⓒ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김금나 : 교회에서 성극을 맡았다. 노래하며 연기하는 첫 경험이 있는데, 흔히 말하듯 '빛을 봤다'. 내가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기에 실제로 작품을 보며, 더 꿈을 가졌다. 어떤 뚜렷한 목표가 아니라 내가 너무 즐거웠다. 성공과 실패라는 세상의 기준으로 결과치가 어떻게 나오는 것과 관계없이 하고 싶었다.

강기둥 : 현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순간을 계속해서 보고 싶고 알아가 보고 싶어서였다.
 

   
▲ 송용진 배우 ⓒ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배우로 존경하는 배우는 누구인가?
ㄴ 송용진 : 누구 하나를 꼽는다는 것이 힘들고, 각자 장점이 있고 다르다. 외국 배우로 뽑는다면 조니 뎁을 엄청 좋아한다. 만드는 캐릭터마다 움직임, 말투 등 디테일이 다르다. 변신도 매우 잘한다. 공연하면서 캐릭터 연기를 많이 하다 보니 그때마다 참고를 많이 했다. 그래서 롤모델로 생각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장두이 : 리차드 버튼이 있다. 1984년에 돌아가셨는데, 공연 작품 세 편을 봤다. '에쿠우스'의 '다이사트', 뮤지컬 '카멜롯'의 '카멜롯', 하나는 '사생활'이라는 작품이었다. 그렇게 강렬한 배우를 내평생 처음 본 것 같다. 눈이 헤드라이트다. 딕션(발음)이 그렇게 정확하면서 확실한 배우를 처음 봤다.

그는 영국의 웨일스 출신이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진도쯤 되는 곳인데, 영어래도 고치기 힘든 사투리를 쓰는 곳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런던에 있는 연기학교에 와서 그 딕션을 다 바꿨다. 본인의 노력도 그렇지만, 정말 무시무시한 배우였다. 영국은 배우의 나라인데, 한 세기에 배우가 하나 태어날까 말까 한다. 타고난 것도 있어야 하고 트레이닝도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관련한 책이 집에 7권이나 있다.
 

   
▲ 장두이 배우 ⓒ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배우가 되어서 좋았던 점을 알려 달라.
ㄴ 장두이 : 커튼콜 할 때, 관객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을 때다. 관객들이 내가 하는 연기와 작품이 동조되고, 공감을 얻어서 정말 좋아할 때다. 외국에선 기립박수를 한다든가, 발을 구른다거나 한다. 평생에 거의 모든 관객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적이 미국에서 한 번 있었다. '아가멤논'에서 '아가멤논'을 했는데, 진짜 살아있는 구렁이를 목에 감고 들어왔다. 처음엔 도망갔다. 어떻게 뱀을 들고 연기를 하겠는가?

 
무대장치가 30계단 정도 올라가서 있었다. 로브를 입는데 발까지 구렁이가 뒤집혔고, 옷도 씹혔다. 미동도 없이 구렁이를 들고 올라갔다. 거기서 대사를 하는 작품인데, 그때 구렁이가 기가 막혔다. 뱀이 무지하게 차가운데, 들면서 대사를 하면 나중에 뱀이 객석에서 혀를 날름거리는데 장관이었다. 그 작품 할 때 미국 관객이 좋아했다.

   
▲ 박리디아 배우 ⓒ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배우가 되어서 좋지 않았던 점은?
ㄴ 박리디아 :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했다. 고등학교 때 연극반 들어가서 연극영화학과를 가고 싶었다. 부모님이 집 나가라고 하셨고, 회계학과를 보내셨다. 그때는 부모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어서 회계학과로 들어갔는데 배우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하다가 극단 뿌리와 민중의 정단원으로 부모님 몰래 들어가게 됐다.

용돈을 받지 못할까 봐 몰래 들어간 것인데, 정단원 해서 처음 하는 일은 관객에게 표를 팔고, 포스터를 붙이는 것이었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어머니 지인한테 걸려서, 결국 집에서 감금당할 정도로 있었다. 혼도 맞고, 매도 맞기도 했다. 너무나 괴롭고 힘들게 연극을 하다가 '로미오와 줄리엣'에 당시 최고 배우인 송승환, 하희라, 김주승, 그리고 내가 팀으로 만들어졌다. 나는 완전 신인이었는데, '대학로 신데렐라'가 등장했다고 평이 나와서 그제야 부모님이 받아주셨다.

조하석 : 내가 원하는 삶이 있는데, 내가 원치 않는 삶의 역할을 맡았을 때다. 예를 들어서 나는 나쁘고 파렴치한 깡패가 아닌데, 누군가를 괴롭히는 역할로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도 '조커'로 좋은 연기를 했지만, 그 역할이 결국 트라우마로 남게 되어 세상을 떠난 것처럼 말이다.

   
▲ 김지휘 배우 ⓒ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처음으로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기분은?
ㄴ 김지휘 : 첫 뮤지컬이 2011년 겨울 때쯤에 했던 '페임'이었다. 다른 배우들 데뷔 때보단 늦은 시기였다. 이전엔 이것저것 가수 활동도 했다. 군대 시절에 군악대를 가서 트럼펫을 했는데, 마침 '페임'에 한 번 회사에서 오디션을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게 '페임'이었고, 마침 작품에 트럼펫을 부는 역할이 필요했다. 그런 게 잘 맞아서 운 좋게 하게 됐다. 뮤지컬에 '뮤'자도 몰랐는데, 나중에 들은 건 "너 원래 안 되는 거였어"였다. 트럼펫 때문에 한 것이라고 했고, 그걸로 감사하게 시작해서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작품을 하게 됐다.

임병근 : 나는 앙상블부터 시작했다. '햄릿'이라는 공연을 오디션에 붙어서 하게 됐다. 흔히 이쪽 계통의 대학교를 나오면 진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렇게 쉽게 기회를 얻는 것도 아니다. 졸업하기 전에 오디션을 보자마자 작품을 하게 되어서, 여태까지 공부하고 배워온 것을 바로 현장에서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했다. 내가 잘하든 못하든 간에 바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감사해서 그냥 열심히 했다.

   
▲ 배우 강기둥 ⓒ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처음으로 촬영장이나 무대에서 배우를 만났을 때 기분은 어땠나?
ㄴ 강기둥 : 다들 대단해 보였고, 기도 죽었지만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간다는 생각에 신기하고 설렜다.

김지숙 : 처음엔 배우 마다 서로 다르므로, 불편하고, 미워하고, 다툼도 있었다. 하지만 연습을 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됐다. 합의를 통해 서로가 원하는 연기 합이 맞춰졌다. 배우는 혼자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늘 다른 사람과 만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처음엔 불편하지만, 좋은 작품이나 연기를 하면서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 좋은 연기가 나온다. 그래서 배우나 연기자를 꿈꾼다면,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배우는 예의를 먼저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항나 : 처음으로 배우들을 만나서 설레고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많이 어설펐던 것 같다. 참 몰랐던 것 같다. 선배님들이 그때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야단치는 이런 것도 없으셨고, 어설퍼도 '이제 막 열정을 가지고 나온 후배구나'라는 시선을 보내주셨다. 앞으로 대학로에서 좋은 활동을 하길 바라는 마음을 주셨다. 

이명행 : 친구들도 있었지만, 선배님들도 많았다. 잘 모르는 형, 누나들과 만나서 많이 긴장했었지만, 공연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가면서 많이 친해지고 정이 들었다.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도 공연하면서 즐거운 일 중 하나다. 하지만 공연을 많이 해본 지금도 역시나 첫날은 긴장되고 떨린다.

   
▲ 배우 김지숙 ⓒ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배우가 되어서 뿌듯했을 때는?
ㄴ 김지숙 : 자기가 생각한 대로 자기의 연기가 관객들한테 전해져서 감동을 줬을 때 가장 기쁘다.

송용진 : 늘 느끼는 것이다. 조명 때문에 공연 중엔 객석이 잘 안 보이는데, 공연 후에 커튼콜 때 손뼉 쳐주시는 관객분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공연이 만족스러운지 아닌지에 대한 표정이 보인다. 박수를 쳐주시는 관객분들을 보면 뿌듯하고 내가 일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 임병근 배우 ⓒ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배우가 되어서 슬펐을 때는 언제인가?
ㄴ 임병근 : 슬펐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때는 슬프겠다고 느낀 것은 타인의 '경조사'였다. 나중 일이지만, 내가 공연 중에 친인척부터 지인들 등이 돌아가셨을 때 가지 못하는 순간이 가장 슬플 것 같았다. 공연은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사람과 같이 축하하거나 슬퍼해야 할 일에 우리가 못 갔을 때, 그럴 땐 슬플 것 같다.

김지휘 : 비슷한 의견이다. 공연이 회사원처럼 꾸준히 있는 게 아니라, 공연이 잡힌 후 선택되어야만 작품을 할 수 있다. 내가 쉬고 싶어서 쉬는 게 아니고, 내가 일을 몰아서할 땐 몰아서할 때도 있다. 일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할 때 배우로 다른 경험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좀 더 길어지는 상황에서 부모님이 갑자기 아프거나 하는 등 내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오면, 내가 그만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약간의 조급함과 불안함이 떠오르기도 한다.

   
▲ 배우 김금나 ⓒ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앞으로 무슨 역할을 하고 싶나?
김금나 : '위키드'의 '글린다'와 '드라큘라'의 '미나'를 해보고 싶다. 주로 발산되는 연기를 많이 해봐서, 안으로 가져가는 배역을 하고 싶은데 '미나'가 그런 캐릭터 같다. 되게 복잡하면서 요란하지 않게 담아두는 여러 가지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박리디아 : 너무 많다. 배우는 내 안에 천 개의 역할이 있다면, 그것을 다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특별하게 역할을 맡을 수는 없어도, 따뜻한 사람, 냉정한 사람, 무서운 사람, 착한 사람 등 우리가 느끼는 희로애락이 있는데 그 감정을 다 연기해보고 싶다.

   
▲ 배우 조하석 ⓒ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앞으로 어떤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가?
ㄴ 조하석 : 멜로 연기다. (웃음) 그리고 인간의 현실에서 가까운 드라마 장르에서 가족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아버지나 아들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김경수 :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창작극을 많이 하고 싶다.

   
▲ 배우 이항나 ⓒ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어린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이항나 : 보통 연기를 하려면 다들 연기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재주와 끼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피아노, 미술, 무용도 긴 시간 훈련하듯이 오랜 시간 연기 훈련과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두이 : 배우라는 직업은 연기해서 그렇지만, 지구 위 최고의 직업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말은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다. 왜냐하면, 삶 자체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거친 삶을 견딘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하지만 그걸 이겨낸다면 대단한 행운아다.

문화뉴스 양미르·장기영·서정준·김진영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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