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후암의 차현석 작 연출 칼의 기억 히젠토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차현석(1974~)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석사, 중앙대예술대학원, 그리고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영상문화학과 박사다. 2003년 동아대학교 주관 동아문학상 '시계' 희곡상 당선작가다.

작품으로는 2001년 극단 후암 창단공연 <눈내리는 밤> 작 연출, 셰익스피어 <오셀로> 제작, 각색 연출, 2002년 산자와 죽은 자가 함께 보는 <구명시식> 연출, 2003년 스타시티 1관 개관기념공연 <사랑, 영혼, 그리고 춤> 셰익스피어 <리어왕> 각색 연출, 재공연 셰익스피어 <리어왕>, 2004년 서울 하이 페스티벌 참가(퍼포먼스 연출) 서대문 형무소, SK 창립51주년 기념콘서트 <미래를 향하여> 제작 연출, 2006년 한.일 평화콘서트 제작, 2007년 대학로 스타시티2관 개관 및 주식회사 이지 컨텐츠 그룹 설립, ㈜이지 컨텐츠 그룹 주관 <색깔 놀이터 전시> 제작,

2008년 대학로 스타시티 3관 개관, 스타시티3관 개관기념공연 창작뮤지컬 <온리 러브> 작 연출, 2009년 연극 <충주시대> 각색 연출, 2009년 폭스 캄마 앙상블제작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무대총감독, 2004년 9.11 테러추모기념 <뉴욕진혼제> 작 연출, 2005, 2007년 일본아사히야마 음악제 참가 한국 측 PD, 2010년 이후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각색 연출, <침팬지-인간보고서> 작 연출, 오페라 <현해탄> 작 연출, 오페라 <햄릿> <라 트라비아타> <마술피리> 등을 연출했다.

2011 오페라 <햄릿>으로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월전문화재단상 , 2013 <맥베스-미디어 콤플렉스>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 연출상, 2014 2인극 페스티벌 <흑백다방> 작품상 연기상 희곡상 수상, 2015년 연극 <흑백다방> 작·연출로 서울연극인대상 우수작품상, 2015 밀양연극제 연기상 공동수상, 2015 일본 동경 타이니 알리스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특별상을 수상, 제4회 뉴욕 코리아 연극축제에 공식초청, 2015 종로구 우수연극제 <자이니치> 초청공연, 2016 광주평화연극제와 구미 아시아연극제에 <칸사이의 주먹> 초청공연 등을 했다. 현재 대학로 스타시티·극단 후암 대표,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숙명여대 문화 관광학부 겸임교수다.

   
 

<칼의 기억 히젠토(肥前刀)의 히젠토(肥前刀)는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 당시 경복궁의 황후 침전에 난입한 세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토오 가쓰아키가 사용한 칼의 이름으로, 그가 1908년 구시다 신사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건 당시 우익단체 소속이었던 토오 가쓰아키는 일본의 저명한 문필가의 기록 등에서 명성황후를 살해한 가장 유력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16세기에 장인이 만든 이 칼은 길이 120㎝, 칼날 90㎝이며, 나무로 만든 칼집에는 '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一瞬電光刺老狐)'라고 새겨져 있다. 신사에서는 '황후를 이 칼로 베었다'라고 적힌 문서를 보관 중이다.

<칼의 기억 히젠토(肥前刀)>에 등장하는 우키시마 호 침몰 사건(浮島丸號沈沒事件, 浮島丸事件(うきしままるじけん)) 또는 우키시마 호 폭침 사건은, 1945년8월 24일, 한국인 피징용자를 태운 일본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마루(浮島丸)호가 원인 모르는 폭발사고로 침몰한 사건이다.

일본이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는 항복 선언을 한 지 일주일 후인 1945년 8월 22일 오전 10시, 우키시마마루 호는 조선인 7000여 명을 태우고 일본 북동부의 아오모리 현오미나토 항을 출항해 부산 항으로 향했다. 도중인 24일, 돌연 방향을 틀어 교토 부마이즈루 항으로 기항하는 중에 폭발과 함께 침몰하였다.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미국이 깔아놓은 기뢰에 의해 침몰한 우발적인 사고라는 설, 일본이 고의적으로 격침시켰다는 설이 양립한다.

공식적으로는 사고 당시 한국인 3,725명과 일본 해군 승무원 255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한국인 524명과 일본 해군 25명 등 549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실종되었다고 발표되었으나, 사망자가 5000명을 넘는다는 자료도 있다.

희생자와 유족들이 1992년 일본 법원에 국가의 배상청구 소송을 제소하였다. 2001년8월 23일, 교토지방재판소에서는 일본 정부의 안전 배려 의무 위반을 이유로 생존자 15명에게 1인당 300만 엔의 위로금 지급 판결을 내렸으나,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요청은 기각했다. 그러나 이 판결마저 2003년, 오사카 고등재판소에서 번복되어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아직까지 이 사건의 진상조사나 일본 정부의 사과나 배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히로미치 호리카와 감독의 1995년 작 <아시안 블루>가 있고, 북에서도 김춘송 감독에 의해 <살아있는 영혼들>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칼의 기억 히젠토(肥前刀)>의 내용은 침몰된 우키시마마루(浮島丸)호의 조선인 생존자 자녀들의 이야기다. 생존자는 일본에서 조선여인과 결혼해 6남매를 두었고, 평생을 침몰함의 유해발굴에 힘을 쏟다가 2002년에 사망했다는 설정이다. 그의 장남은 검도도장 운영자, 차남은 부친처럼 유해발굴을 위해 민간인 잠수부로 활동 중이고, 3남은 야쿠자 노릇을 하고, 남녀 쌍둥이인 4남은 사법고시를 준비 중이고, 쌍둥이 여동생은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한다. 막내인 아들은 유해발굴을 하다 다쳐 지체장애 뿐 아니라 정신적 장애가 겹친 것으로 묘사가 된다.

연극에서는 명성황후의 기일에 모여든 6남매 각자의 성격이나 직업적인 특성이 표현되고, 명성황후 기일과 쌍둥이 남매의 생일이 겹친 것으로 설정이 된다. 함께 모인 자녀들은 의외의 사실에 놀란다. 야쿠자 노릇을 하는 3남이 일본신사에 보관된 명성황후를 시해 검을 몰래 집어 교토 집으로 돌아왔고, 이에 일본전국이 발칵 뒤집어져 그 검과 절도범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 전해진다.

연예인 여식이 이와 관련된 특종기사를 재빨리 제작을 하고, 6남매는 야쿠자 노릇을 하는 형제에게 칼을 돌려주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형제간의 우애와 갈등이 희극적으로 연출되고, 100년 전 대한제국의 비극적 종말과 향후 36년간의 일본예속, 그리고 해방되던 해인 1945년 일본 앞바다에서 침몰 5000명의 조선인의 참혹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관객은 해방 70년 만에 극단 후암의 공연을 통해 과거사의 한 장을 히젠토(肥前刀)라는 검의 이름으로 제대로 반추(反芻)게 된다.

   
 

무대는 일본식 커다란 20조에 가까운 다다미방이다. 배경 쪽에 부친의 기일(忌日)에 따른 위패(位牌)가 단위에 있고, 그 옆에 일본무사 갑옷과 일본도를 여러 개 걸어놓은 칼 진열대가 보인다.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고, 상수 쪽 탁자에는 컴퓨터를 올려놓았다. 오토바이 헬멧, 휴대전화기, 생일케이크 등이 소품으로 사용되고, 일본식 의상을 착용하고 등장하기도 한다.

김진환, 이황의, 리우진, 윤상호, 김진이, 김대홍 등 출연자들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시종일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협찬 고경당, 감수 정태선 등의 열정과 노력이 공연에 드러나, 극단 후암의 차현석 작 연출의 <칼의 기억 히젠토(肥前刀)>를 창의력이 돋보이는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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