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일섭(왼쪽)과 김지숙(오른쪽)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근형이 형이 이 작품을 해서 출연을 하게 됐다."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입구엔 tvN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 제작진이 백일섭 배우에게 보낸 화환이 있었다. 지난해 영화 '장수상회' 제작보고회 당시 박근형 배우에게 보낸 화환이 오버랩됐다.

지난해 봄, 노년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극장에서 관객을 웃고 울렸던 강제규 감독의 영화 '장수상회'가 연극으로 돌아왔다. 당시 까칠한 노신사 '김성칠'을 연기한 '꽃할배' 박근형 대신, 다른 '꽃할배' 멤버인 백일섭이 무대에 섰다. 드라마, 영화, 예능까지 활동 중인 백일섭은 약 23년 만에 연극 무대에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백일섭과 함께 '방문', '한강은 흐른다' 등 연극무대에서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이호재가 '김성칠'을 맡았다. 또한, 앙코르까지 진행된 연극 '바냐아저씨'를 통해 대학로를 대표하는 중견 배우로 활동 중인 김지숙과 MBC '복면가왕' 설날 특집에 출연했던 양금석이 꽃집 여인 '임금님' 역할을 맡았다.

2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막이 오르는 가운데, 10일 오후 공연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프레스콜엔 백일섭, 이호재, 김지숙, 양금석을 비롯해 '김장수' 역의 박정표, '김민경' 역의 김민경이 참석했다.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백일섭(오른쪽에서 네번째) 배우를 비롯한 연극 '장수상회' 출연 배우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소감은?
ㄴ 백일섭 : 23년 만에 연극을 해서 많이 생소하고 잊어버린 것 같다. 많은 연극을 하지 않아서 공연을 올리니, 연기 플랜도 바꿔봐야 할 것 같다. 크게 변했다. 작년만 해도 아버지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젠 할아버지 역할로 돌아온 것 같다.

조금 섭섭하기도 한데, 연령대로 연기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벌써 내가 나이를 그렇게 먹었나 싶다. (같은 배역을 맡은 이호재 배우와는 어떤가?) 이호재 선생님이 TV, 영화, 연극도 많이 해서 동갑내기인 줄 알았는데, 3살 더 '꼰대'다. (웃음) 형님으로 모시려 하는데, 앞으로 할아버지 역할로 새롭게 연기하겠다.

작품의 출연 소감을 듣고 싶다.

ㄴ 이호재 : 이 연극은 바로 우리 사람들의 이야기다. 치매걸린 사람이 치매걸린 지도 모르는 딱한 소재이지만 아름답다. 우리가 주변이나 화면에서 보던 이야기인데,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좋은 점이다. (공감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나이 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갈 것이다.

우리 관객 중에서 많은 분이 공연이 끝났는데, 일어나지 못한다.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하고 눈물이 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연극 진행 과정 자체는 정말 재밌다. 이게 바로 내 이야기구나. 우리 이웃의 이야기구나, 내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 이호재 배우가 출연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 출연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ㄴ 김지숙 : 작품을 받을 때, 어떤 연극보다 전율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내가 결혼도 하지 않았고, 직계가족도 없는데 작품 내용이 피부로 느껴졌다. 이 연극을 지금 하지 않으면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존경하는 이호재 선생님과 평소 좋아하는 백일섭 선생님과 한다. 지금은 백일섭 선생님과 하는데, 조만간 이호재 선배님과도 공연하게 된다. 지금 남편이 없는데, 두 남편을 만날 수 있는 찬스라고 생각한다. (웃음)

'바냐 아저씨'에선 젊은 여성을 맡았는데, 확 바뀐 연령대를 연기해서 애로사항이 있어 보인다.
ㄴ 김지숙 : 2개월 전에 연극 '바냐 아저씨'에서 30대 '엘레나' 역할을 했다. 아이러니하게 내가 그 역할에 따라 체질과 건강상태, 몸 상태가 변한다. '바냐 아저씨' 할 땐 활기가 넘쳤는데, 이 작품을 하니 몸이 매우 힘들고, 거울을 봐도 30년 늙은 것 같은 경험을 한다. 하지만 더없이 좋은 기회다. 선배님들과 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호흡이 좋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극 중 나이와 실제 나이가 차이가 있어서 힘들지 않았는가?

ㄴ 양금석 : 처음엔 극 중 나이가 실제 나이와 달라서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냐는 염려를 했다. 하지만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미래에 나에게 그런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것이 무대에서 작용할 것 같았다.

연극 '장수상회' 섭외를 받고 나서 영화를 봤다. 소재라던가 구성은 좋은데, 조금 지루했다. 어떻게 보면 영화보다 연극에 더 어울릴 수 있겠다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 아직도 작품의 완성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끝날 때까지 더 배역을 찾아가려 한다.
 

   
▲ 양금석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각각 아들과 딸을 연기한다. 소감을 들려달라.
ㄴ 박정표 : 선생님을 도와드리면서, 같이 무대를 만드는 게 영광스럽다. 뮤지컬, 연극 같은 공연하면 관객 연령층이 내가 주로 한 것과는 달랐다. 그게 놀라우면서도 뿌듯했다. 작품을 보면 눈물이 많이 나는데, 어머니보단 아버지분들이 더 많이 우시는 것이 가슴에 와 닿았다. 새로운 경험이라 봤다. 뜻깊은 무대이니, 젊은 관객 포함해서 어르신분 들이 공연에 많이 찾아주셔서 작품 보시면 좋겠다.

김민경 : 대선배 분들과 공연해서 영광이다. 매체든 무대든 연기를 할 수 있는 만큼 좋은 일이 없다. 재밌게 공연하고 있다. 부모님께 건강하실 때, 더 많은 사랑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강부자 선생님의 딸 역할에 나왔는데, 백일섭 선생님이 강부자 선생님의 쌍둥이로 출연하셔서 뵀었다. 여기에 '이브의 사랑'에서 내가 양금석 선생님에게 복수하려는 역할이었는데, 이젠 딸을 연기한다. 그래서 '장수상회' 연극을 하다고 할 때, 선생님들이 나오셔서 정말 좋았다.
 

   
▲ 김민경 배우가 출연 소감을 남기고 있다.

백일섭 배우, 이호재 배우와 연기를 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
ㄴ 김지숙 : 백일섭 선생님과 연습을 많이 했다. 주로 하는 매체가 다른데, 백일섭 선생님은 연습 후엔 당신의 시간이 많이 필요 분이다. 나는 연습을 계속해서 깊이 캐릭터를 찾아가는 면이라 그 부분에서 맞추는 것이 힘들었다.

백일섭 선생님이 출연한 여행프로그램을 보셨겠지만, 까칠하고 투덜대는 것은 그 프로그램의 10배다. (웃음)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따뜻함과 귀여움을 갖고 계신다. 처음엔 맞지 않아서, 아 이거 어떻게 맞추지 하다가 가면 갈수록 매력에 빠져 모든 것들을 다 받아들이다 보니 내가 맡은 '임금님' 역이 더 깊어졌다. 지금은 보기만 해도 내 남편 같다. 항상 무뚝뚝하게 계시다가, 확 웃으시면 전체 연습 분위기가 바뀐다.

이호재 선생님은 연극을 40년 했는데, 처음 뵙는 것 같다. 워낙 출중하신 분이라 정말 몇 번 못 맞춰 보았지만, 너무 정확하시고 확실하셔서 내가 굳이 다른 것을 안 해도 깊은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 김지숙 배우가 출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영화 '장수상회'에 출연한 '꽃할배' 멤버인 박근형 배우가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ㄴ 백일섭 : 이 연극을 하게 된 이유가 근형이 형이 해서였다. '장수상회'에서도 내가 카메오로 출연했었다. 그 영화 보면서, '장수상회' 연극이 오랜만에 섭외가 들어와 고민한 열흘 했다. 내가 '장수상회'의 '성칠'을 연기하면 박근형 형은 뭐가 좋다고 하느냐고 다르게 생각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노년의 사랑은 어떤 의미라 보는가?
ㄴ 백일섭 : 이 나이를 먹도록 로맨스를 하지 못했지만 덤덤할 것 같다. 노년의 사랑은 덤덤하지만, 마음으로, 눈으로, 행동으로 느끼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해본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연애 지금 할 생각은 없나?) 솔직히 해보고 싶다. (웃음)
 

   
▲ 연극 '장수상회'의 한 장면.

영화와 구별되는 연극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ㄴ 백일섭 : 연극 작업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고, 영화 작업이 더 쉬울 것 같다. 무언가 연기하는 방식도 다르고, 풍경이나 환경과 장소가 다르다.

이호재 : 우리가 소설을 보고 느낌이 다르듯이,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는 것은 다르다. 출연하는 사람이 영화를 꼭 봐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양금석 : 선생님 말씀에 공감한다. 영화를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캐릭터가 귀에 익게 된다. 이러면 창작에 방해된다. 그래서 안보는 쪽인데, 아무래도 영화는 관객들을 위해 보여줘야 하는 군더더기가 있었다. 연극은 핵심적인 요소만 보여주는데, 이러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김지숙 : 연출한테 영화를 보는 게 좋겠냐고 해서 물었더니 보지 말라고 해서, 작품의 느낌으로만 들고 왔다. 연극은 바로 눈앞에서 사람이 온몸으로 최선을 다해 설득한다. 그래서 에너지와 감동을 더 할 것이다. 또한, 연극은 그때 그 관객과의 기억이 남아있게 되고 영화는 찍힌걸 돌리는 것이다. 여기에 영화와 연극이 살짝 다르게 각색이 됐다고 들었다. 그리고 이번 연극은 매우 좋다. (웃음)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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