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긴 명절 연휴 가족들과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여가 생활이 영화관 방문이었던 지라 영화 예매 어플을 열었다. 추석을 노리고 쏟아져 나온 영화 중에 단연 '타짜-신의 손'의 예매율이 압도적이었다.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느낌에 사실 '타짜-신의 손'만은 피하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압도적인 예매율에 궁금증이 일었다. 이렇게 예매율이 높을 정도로 '타짜-신의 손'에 무언가가 있는 걸까?

'타짜-신의 손', 과유불급? 

결론적으로 나는 '타짜-신의 손'의 높은 흥행의 원인은 '전작의 후광효과'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돌 출신의 최승현이 연기를 못한 것도 아니었고, 캐릭터들이 흥미롭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범죄물의 전형이다. 장면 장면의 구성도 감독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인다. 그리고 전작 '타짜'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아귀와 고광렬도 등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과하다는 것이다.

   
 

감독의 재기발랄함도 장면 장면만 살펴보면 감탄하게 되지만 하나의 영화에서 신선한 장면들을 너무 여러 번 접하다 보니 후반부에는 그 재기발랄함이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자동차 추격 신에 삽입된 나미의 빙글빙글은 그 장면만 생각하면 언밸런스한 BGM과 영화 속 상황이 극적이어야 함에도 억지로 만들어낸 극적인 요소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매우 무거운, 그리고 기대치에 못 미치는 캐릭터들의 잔치

또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은 데에 비해 강력한 몰입도를 지닌 캐릭터가 없다. 도박판이기 때문에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여러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당연하다. '타짜'에서도 고니, 정마담, 고광렬, 평경장, 아귀, 짝귀, 화란, 너구리, 호구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했지만, 각 캐릭터가 정확하게 자기 분량만을 하고 사라졌다. 또한 주요 캐릭터들은 관객들이 명확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했다. 반면 '타짜-신의 손'은 대길, 미나, 고광렬, 아귀, 우사장, 장동식, 꼬장 등등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제 분량을 다 하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혹은 제 분량을 다 하고도 스크린에 남아있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꼬장의 경우 대길이에게 판돈을 안겨주고 사라지기에는 첫 등장이 너무 무게감이 있었고, 그에 따른 기대감이 컸었다. 캐릭터들은 고광렬을 제외하고는 다들 너무 무거웠다. 허미나의 오빠 허광철도, 꼬장도, 유령도, 장동식도, 우사장도 너무 무거웠다. 전작에서는 아귀만이 무거웠을 뿐이다. 도박은 도박일 뿐이라는 느낌이 정확히 들도록 캐릭터들은 가벼운 느낌을 명확히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나이 든 고광렬은 연륜을 통해 무거워졌고, 광철은 동생에 대한 책임감으로 무거웠고, 꼬장은 의리로 무거웠으며, 미나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무거웠고, 우사장은 욕심과 질투로 무거웠다. 대길이는 아마도 복수에 몰입한 최승현과 최승현의 목소리 때문에 무거워진 것 같다.

   
 

전작 '타짜'에 대한 너무 많은 습작, 누구를 위한 '타짜-신의 손'??

복수극의 전형이기 때문에 복수와 배신의 반복은 당연하지만, 그 관계가 너무 얽히고설키는 바람에 전형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고, 또 새롭지 못했다. 처음에는 이런 복수의 복수와 배신의 배신, 구질구질한 미나의 과거와 유산이 대길이의 복수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명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타짜-신의 손'에 아귀를 등장시키기 위한 요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영화에서 유령의 삼촌이 아귀라는 것만 뺀다면, 이 영화 어디에도 아귀가 등장할 명분이 없다. 고광렬이 대길이에게 아귀를 설명할 때에도 이 영화에서 아귀가 대체 어떻게 등장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뜬금없는 설명이었다. 고니를 설명한다고 해도 굳이 아귀가 결말에 등장할 필요는 없었다. 영화는 아직 신인급의 최승현이 이 영화 전체의 무게를 짊어질 수 없으며, 신세경도 이하늬도 김혜수의 아우라를 따라갈 수 없으며, 곽도원의 존재가 아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아귀를 등장시킨다. 사실 대길이와 곽도원이 서로 복수를 했어도 무방한 이야기에 아귀를 등장시키면서 전작의 결말을 그대로 따라간다.

영화 도입에서 전작과 연계시킨 것은 '타짜-신의 손'이 후속편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생각했고, 감독이 이러한 연결고리를 어떻게 이어갈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가 '타짜'의 후반부와 너무나도 비슷한 설정으로 전개되면서 약간은 물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귀의 카리스마는 여전했고, 주인공 대길이와 미나의 여유로움은 충분했고, 또 깜깜해진 방에서의 장동식과의 대치는 짜릿했지만, 그 전개가 새롭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분명 주연은 고니의 사촌인 대길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야기가 아귀의 등장을 위해 전개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결국 주인공은 아귀였나?? 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에서는 여진구를 등장시키면서 묘하게 타짜3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타짜 세 번째 이야기가 전작에 대한 부담감으로 전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타짜 세 번째 이야기는 역시 전작을 따라갈 수 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속편이지만 전편을 뛰어넘는 재기발랄하고, 신선한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제작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타짜-신의 손'은 분명 명확하고 통쾌한 범죄극이고 오락영화이다. 보는 내내 캐릭터들과 재기발랄한 화면에 즐거웠다. 그러나 영화의 궁극적 대상이 모호해졌기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들과 재기발랄함이 과하게 느껴지고, 심지어 잘생긴 최승현과 예쁜 신세경, 이하늬, 연기파 이경연, 김윤석, 곽도원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지루했다. '타짜-신의 손'은 누구를 위한 이야기 전개였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 해랑의 문화평점 (★=1점, ☆=0.5점)

예술성 ★★★★
오락성 ★★★★
시나리오 ★★☆
연기 ★★★
캐릭터  ★★★☆

 

 

[글] 아띠에떠 해랑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는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말 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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